이순신 · 이광수

Chapter 99: 5

부산진성중과 여섯 군데 적병의 참호에서는 점점 총과 활 쏘는 것이 줄어들어 해가 서산에 걸린 때에는 다섯 군데 참호는 완전히 침묵하고 부산진성도 문을 굳이 닫고 고요히 아무 대답이 없었다.

우부장 녹도 만호 정운(鄭運)은 마지막 적병의 둔처를 깨뜨리려고 홀로 배를 저어 적선이 수풀같이 들어 선 틈을 뚫고 들어 가며 분전하다가 적의 탄환이 오늘편 가슴을 뚫었다. 정운은 칼 든 손으로 누르고 갑판 위에 쓰러졌다. 배를 젓던 군사들이 놀래어 배 젓기를 쉬일 때나 칼을 두르며 피를 뿜는 입으로.

『어서 저어라!』

하고 싸움을 재촉하였다.

이때에 또 탄환 한 개가 정운의 왼편 가슴을 맞혀 등을 뚫고 나와 정운의 오륙보되는 곳에 떨어졌다.

정운은 그만 갑판 위에 쓰러졌다. 사졸들이 그를 안아 일으킨 때에는 그는 벌써 숨이 끊어졌다. 정운은 이날 싸움에 처음부터 끝까지 앞장을 서서 싸우고 그의 손으로 깨뜨린 적선만이 삼십 척이나 되었다.

정운의 배가 홀로 적의 진중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순신은 구선장 들격장이 언량(李彦良)을 시켜 그를 구원하려 하였으나 구선이 갔을 때에 정운은 벌써 죽었고 정운의 배에 탔던 사졸들도 개미떼같이 달려드는 적병과 단병전을 하여 이삼인을 남기고는 다 죽어 버렸다.

이언량은 좌우에 모여 있는 적선을 거북선으로 좌충우돌하여 막 부수어 버리고 정운의 배를 끌고 나왔다.

정운의 시체를 실은 배가 순신 탄 장선 곁에 와 닿았을 때에는 eidwls에서는 사실상 휴전 상태가 되었다.

해도 인제는 산을 넘었고 오직 싸움에 지친 이편의 함대에만 남은 놀이 벌겋게 비치었을 뿐이었다.

적진에서는 이편의 큰 장수. 그날 종일 가장 무섭던 장수가 죽은 것을 보고 또 어두움이 가까워 오는 것을 보고 기세를 얻어 이편의 살이 및 지 아니할 만한 곳에 수천외 장졸이 말을 타고 칼을 번쩍거리고 시위를 하였다. 그것은 마치 이편 군사를 물으로 끌어 올리려는 꾀인 듯싶었다.

이편 진중에서는 곧 상륙하여 적과 최후의 결전을 할 것을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육지로 와서 같이 싸운다는 경상 우도 순찰사 김수의 군사는 해가 다 지도록 오는 빛이 없고. 또 말도 없고 긴 칼도 없고 육전에 경험도 없는 수군을 가지고 오랫동안 준비하여 놓은 적진 중에. 그도 밤에. 달도 없는 초하룻날 밤에 들어가는 것은 백 번 패할 수만 있고 한번 이길 수는 없는 모험이었다.

부산에는 각지에 흩어졌던 적병들이 모여 들어 부산진 성내에 있던 관사를 헐어다가 성동문 밖에 백여 호나 소굴을 지었고. 또 동서 산기슭에도 적병들니 기거하기 위하여 즐비하게 지어 놓은 집이 삼백여 호나 되었다. 그중에는 이층 집도 있고 벽에는 분을 발라 절인 듯한 집도 있었다.

순신은 이러한 것을 볼 때에 이 소굴을 단번에 무찌르지 못하는 것을 한하였으나 이제 육상에 응원이 없이 피곤하고 굶주린 군사를 끌고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순신은 군사를 거두어 역풍과 파도를 무릅쓰고 밤 삼경에 가덕도(加德島)에 돌아 왔다. 배가 절영도를 지날 때에야 그는 섰던 자리를 떠나 정운의 시체실은 배에 올라 그 상한 곳을 만지며 통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