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98: 4

순신의 손에 들린 기가 부산을 가리킬 때에 우부장 녹도 만호(右部將鹿島萬戶) 정 운(鄭運). 거북선 돌격장( ) 이언량(李彦良). 전부장 방답 첨사(前部將防踏僉使) 이순신(李純信). 중위장 순천 부사(中衛將順天付使) 권준(權俊). 좌부장 낙안 군수(左部將樂安郡守) 신호(申浩) 등이 배를 몰아 나아가 적의 선봉 대선 사척을 순식간에 때려 부수고 불을 가르니 연기와 불길이 하늘로 오르고 살아 남은 적병들은 헤엄을 쳐 육지로 도망하였다. 이것을 보고 전군 일백 육십 육척이 기세를 얻어 북을 울리고 기를 두르며 장사진을 지어 바로 부산을 향하고 급히 노를 저었다. 오직 경상 우도 수군 절도사(慶尙右道水軍節度使) 원균(元均)이 따라 오는 듯 슬며시 뒤에 떨어져 싸움이 이길 듯하면 참예하고 질 듯하면 달아날 차비를 하고 적병의 시체가 떠나오거든 목을 잘라 공을 세울 결심을 하였다.

함대가 부산 포구에 들어서니 부산진(釜山鎭)성 동쪽 오리 허에 물가에 연하여 세 군대로 갈라 둔박한 적서이 사백 칠십여 척이나 되지마는 이편의 위엄에 눌려 감히 마주 나와 싸우지 못하였다. 순신 제장을 명하여 바로 나아가 적선을 치라고 명하니 우부장 녹도 만호 정운이 선봉이 되어 적의 배들이 모여 선 곳으로 달려갔다. 적병은 수전으로 이기지 못할 줄을 알고 많이 배를 버리고 성안으로 도망하고 산으로도 기러 올라 거기서 총과 활을 쏘았다. 적병은 모두 산에서 여섯 군데 모여서 땅을 파고 숨어 싸우고 배도 큰 배에서는 방패 속에 숨어서 총과 활을 빗발같이 우박같이 이편 배를 향하여 내려 쏘았다.

적병은 총과 활을 쏠 뿐만 아니라 혹은 무과 덩어리와 같은 큰 철환을 쏘고 혹은 물을 내어 뿜고 혹은 밥주발만큼씩 큰 돌멩이를 내려 던졌다.

물가에 매인 적선에서는 여기저기 불이 일기 시작하여 경각간에 백여 척에 불이 당기어 백여 개 불기둥과 연기등이 하늘로 오르고 물로 기어 어떤 곳은 지척을 분변할 수가 없고 바닷물도 끓어 오르는 듯하여 갑자기 더위가 심하였다.

이편 장졸에도 적의 철환과 화살에 맞아 붉은 피를 뿜고 죽는 자. 넘어지는 자 수효를 몰랐다.

순신은 시석을 무릅쓰고 손수 북을 울리고 기를 둘러 싸움을 재촉하였다.

순신이 탄 배에도 가끔 철환과 살이 날아 왔으나 순신은 그것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순신이 치는 북 소리(그것은 다른 북보다 컸다)가 들릴 때마다. 연기와 불길 속으로 순신의 손에 들린 깃발이 격렬하게 움직임을 볼 때마다 제장과 군졸들은 죽기를 무릅쓰고 배를 저어 앞을 다투어 적진을 찔렀다.

천지자 장군전(天地字將軍箭). 피령전(皮翎箭) .철환을 빗발같이 적병이 웅거한 성 내와 산 위로 올려 쏘았다.

적병은 토굴 속에 숨어서 머리와 가슴을 내어 밀고는 총과 활을 쏘고는 또 숨었다. 그러다가 이편의 살에 맞아 언덕에 굴러 떨어지는 자도 있고. 그렇지 아니하고 땅에 엎더지는 자는 다른 군사가 나와 토굴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이러는 동안에 여섯 군데 토굴의 흙이 피로 젖고 이편 배에도 피로 젖지 아니한 배가 없었다.

이렇게 종일을 싸울 때에 저녁때가 되어서는 부산 선창이 온통 불과 연기요.

이따금 바람에 흩어지는 연기 속으로 순신이 뱃머리에 서서 손수 북을 울리고 깃발을 두르는 것이 번뜻번뜻 보인 뿐이었다. 바닷물에도 기름이 섞인 붉은 피가 여러 가지 무늬를 지어 물결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