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97: 3

이에 순신은 함대를 가덕도(加德島) 북편 서쪽 언덕에 숨기고 방답 첨사(防踏僉使) 이순신(李純信). 광양 현감(光陽縣監) 어영담(魚泳潭)으로 하여금 가덕도 밖에 숨어서 양산(梁山) 강에 정박한 적선의 동정을 살피게 하였다.

신시 말이나 되어서 순신에게 보고가 오기를 종일 바라보고 있었으나 김해강과 양산강으로서 적의 소선 네 척이 나와서 몰운대(沒雲臺)로 간 것 밖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것으로 보아 양강에 있는 적선은 거의 다 부산으로 철귀한 것으로 판단하고 그날 밤을 발선하여 평명에 양강앞 동래(東萊) 땅인 장림포(長林浦)에 다다랐다.

마침 삼십여 명 적병이 대선 네 척과 소선 두 척에 갈라 타고 양산으로서 나으다가 이편 함대를 보고 놀라 배를 버리고 물으로 올라 도망하였다. 경상 우수사 원균(元均)이 자기가 거느린 주사를 끌고 달려가 비인 배 오척을 깨뜨리고 우후(우후) 이몽귀(李夢龜)가 대선 한 척을 깨뜨리고 머리 한 급을 베었다.

이것으로 아직 양강 속에는 적선이 남아 있는 것을 들어 가소멸하려 하였으나 강이 좁고 물이 얕아서 판옥데선을 용납하여 싸울 수가 없으므로 초어스름에 가덕도 북편에 돌아와 밤을 지내면서 순신은 원균(元均)과 이억기(李億期)를 불러 밤이 깊도록 의논한 결과 양강에 비록 다소의 적선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껴려할 것 없을 뿐더러 우리 주사를 보고 밤을 타서 필시 도망했을 듯하니 밝은 날에는 부산(釜山)의 적의 본거를 총공격하기로 결정하였다.

이튿날인 오월 초하루 닭이 울 때에 발선하여 일백 팔십여 척의 대 함대가 서로 꼬리를 물고 동으로 향하였다. 몰운대에 다다른 것이 진시. 몰운대를 지나자 갑자기 동풍이 세게 불어 물결이 산같이 일어났으나 그래도 배를 저어 동으로 동으로 부산을 향하였다. 화준(花樽). 구미(驅尾)에 이르러 적의 대선 오척을 만나매 녹도 만호(鹿島萬戶) 정 운(鄭運)이 맞아 싸워 하나도 아니 남기고 다 깨뜨리고. 다대포(多大浦)앞곬에 다다라 적의 대선 팔척을 만나 이번에는 과양 현감 어영담(魚泳潭)맞아 싸워 하나도 아니 남기고 다 깨뜨리고.

서평포(西平浦) 앞곬에서는 적의 대선 구척을 만나 이번에는 방답첨사(防踏僉使)이 순신(李純信)이 맞아 싸워 하나도 아니 남기고 다 깨뜨리고. 절영도(絶影島)에서는 적의 대선 니 척이 바닷가에 나란히 서 있는 것을 조방장(助防將) 정 걸(丁傑)이 다 깨뜨렸다. 이리하여 몰운대에서부터 절영도까지 오는 길에 적의 대선 이십 사척을 깨뜨리니 이것을 본 뭍에 있던 적병들은 산으로 올라 가 도망해 버리고 이편 군사들은 사기가 백배하여 그 어려운 배질에 피곤한 것도 잊어 버렸다.

절영도 앞에 함대를 머물러 섬에 남아 있는 적병을 모조리 잡은 후에 작은 배를 놓아 부산 선창의 동정을 보라하였다.

탐방선의 보고에 의하면 부산 선창의적선이 오백여 척이나 동편 산기슭에 늘어섰다고 하며 이편의 탐망선이 온 것을 보고 대선 사척이 따라 나오더라고 한다. 적선 오백척이란 말은 원균(원균)을 크게 놀래었고 이억기도 이 백척 못되는 주사로 오백척의 적손과 싸우는 것이 어려움을 말하고자 하였다.

순신은.

『우리 군사의 위엄을 가지고 이번에 만일 적의 소굴을 아니 치고 돌아간다 하면 적이 반드시 우리를 업수이 여길 것이니 그리하면 우리 일은 끝난 것이다.

이곳에서 싸워서 우리가 전멸을 할지언정 아니 싸우고 돌아 서지는 못하리라.』

하여 영기(令旗)를 들어 부산 선창을 향하여 나아가 총곡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