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92: 2

큰 배 세 척이 타는 불길은 석양의 하늘을 더욱 붉게 하였다. 이 모양을 본 적병은 울고 소리를 지르고 급히 배를 저어 물으로 오르려 하였다. 그러나 마침 썰물이 되어서 물살은 빠르고 또 풀이 드러나 배질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여 이편에서 쏘는 살에 많이 맞아 죽고 혹은 쑥쑥 들어 가는 개흙판에 허리까지 빠져서 뭉개는 이도 많았다.

순신은 쇠를 울려 싸움을 거두고 물이 다 빠지기 전에 함대를 깊은 곬으로 옮기기를 명하였다.

썰물을 따라 피와 기름과 적병의 시체와 깨어진 뱃조각이 수없이 떠내려 왔다.

원균은 처음부터 끝까지 뒤를 막는다 자칭하고 싸움에는 참여하지 아니하고 멀리 뒤에서 바라보고 있다가 썰물에 떠내려 오는 적병의 시체를 잡아 머리를 베이기로 일삼았다. 싸움이 다 끝나고야 순신과 억기(億祺)의 군사들이 원균의 군사가 하는 양을 보고.

『저놈들은 가만히 굿만 보고 있다가 떡만 먹으려 들어.』

하고 분개하였다. 순신은.

『싸우는 것이 우리 일이 아니냐. 싸워서 적병을 죽이고 싸움에 이기는 것이 우리 일이 아니냐. 목을 베어서 공을 자랑하는 것이 우리 일이 아니다. 너희들의 공은 내가 다 보아서 아니 수급을 자랑할 것이 없다.』

하여 무마하였다. 순신이 함대를 끌고 포구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원균은.

『왜 적병을 마저 없애지 아니하고 퇴각하시오?』

하고 수신에게 항의하였다.

『적병이 육지에 올랐으니 물러갈 길을 끊으면 육지에 있는 백성들이 해를 당할 것이니까 길을 열어 주는 것이요.』하였다.

『나는 이 포구를 지키겠소.』

하고 원균은 자기에게 달린 배를 거느리고 포구에 떨어져 있으려 하였다.

그는 시체의 목을 더 베이고 또 패잔한 적군이 나오는 것을 지켜 최후의 승리를 얻으려 함이었다. 그러나 순신은 단연히 허락지 아니하였다. 원균은 부득이 그 아까운 적병의 시체들을 돌아보면서 순신의 절제에 복종하였다.

순신의 함대는 포구에서 일리쯤 나서 그날 밤을 지냈다. 이튿날 새병에 다시 포구를 에워 싸고 적의 종적을 찾았으나 남았던 사오척 배는 밤 동안에 닻줄을 끊고 달아나고 말았다.

『인제는 이곳 백성이 부대낄 염려는 없다.』

하고 순신은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 작은 배를 바꾸어 타고 어제 싸우던 터를 돌아 보았다.

물에는 적병이 시체를 열 두 무더기에 모아 불사른 양하여 아직도 불이 남아서 살과 뼈가 타는 냄새가 나고 한편에는 불이 붙는 뼈와 팔과 다리와 머리 닽은 것이 낭자하게 늘어 있고 안끌포 성안 성밖에는 피가 흘러 우묵어리에 고이고 길바닥에도 역저기 붉게 물이 들었다. 적병이 얼마나 죽었는지 헤아릴 수 없으나 열 두 무더기에 탄 재와 타다가 남은 뼈다귀들을 보면 천명은 넘을 것 같았다. 순신은 함대를 끌고 그날 사시에 양산강(梁山江 ( ) )의 김해(金海)로 나오는 포구 앞 감동포(甘同浦)를 수탐하였으나 적의 그림자도 없으므로 가덕(加德) 밖 동래 땅 물운대(沒雲臺) 앞에 배를 벌여 진을 쳐 군의 위엄을 보이고 사방에 탐망선을 보내어 적의 종적을 탐보케 하였다. 가덕 매봉(加德매봉)이며. 김해 금단고지(금단고지)연대에도 후망군을 보내어 적정을 탐보케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