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퇴장 전첨사(斬退將 前僉使) 이 응화(李應華)가 머리 일급을 베이고. 돌격장 급제(突擊將及弟) 박 이량(朴以良)이 머리 일급을 베이고. 이 순신이 탄 주장선이 머리 오급을 베이고. 유군 일령장(遊軍一領將) 손 윤문(孫允文)이 소선 이척을 따라 가며 대포를 놓아 적군을 산으로 올려 쫓고. 오령장(五領將) 전봉사(前奉事) 초 도전(崔道傳)이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을 사로잡고. 그 나모지 대선 이십척과 중선 십 칠척과 소선 오척은 전라 좌우도 제장이 힘을 합하여 불살라 깨뜨리고.
적병 사백여 명은 세궁역진하여 배를 버리고 한산도로 오르고. 대선 일척. 중선 칠척. 소선 육천만이 뒤에서 바라보다가 견 내 도로 달아나고 말았다.
싸움이 끝이 매 순신은 함대를 견 내도 안 바다에 모아 진을 치고 밤을 지냈다.
이 밤에 장졸들은 곤한 것도 잊고 기뻐 뛰며 소리를 질렀으나 밤이 깊으매 순신은. 아직도 싸움이 끝난 것이 아니요. 내일도 또 어떻게 큰 싸움이 있을는지 알 수 없으니 다들 잠을 자서 몸을 쉬라 하였다.
전군이 다 잠이 든 때에 어떤 배 사오척이 바다 가운데로 가만가만히 떠도는 것이 있으니. 이것은 원균이 낮에 공을 세우지 못함을 분히 여겨 바다에 떠다니는 적병의 시체를 찾아 죽은 목을 베이는 것이었다. 원균이 그 어두운 바다 위로 떠돌며 적병의 세체를 찾아 머리 백여 급을 베어 소금에 저렸다.
이것은 싸움이 끝나거든 순신 모르게 왕에게 바치자는 생각이었다.
한산도 큰 싸움의 첩보가 의주의 행재소에 이른 것은 이로부터 십여 일이나 지난 칠월 하순께였다.
이날 적막한 행재소에서는 군신이 오늘이나 내일이나하고. 일련은 평양에 웅거한 소서행장의 군사가 밀려 들어오지나 아니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행여나 명 나라로부터 구원군이 온다는 선문이 오나 하고 무서움 절반 희망 절반으로 마음을 조리고 있었다. 더구나 이삼일 전에 평행장(平行長 ==小西行長)이 왕에게 글을 보내어.
『日本 ...).』
하는 말로 위협을 받음으로부터는 왕 이하로 흔이 몸에 붙지를 못하였던 것이다.
이때에 전라도사(全羅都事) 최철견(崔鐵堅)이 순찰사 이광(李光)의 명을 받아 전라 좌도 절도사 이순신의 「견애량파왜병장(見乃梁破倭兵壯)」이라는 장계를 가지고 밤낮으로 달려 행재소로 온 것이었다.
『전라 좌도 수군 절도사 이순신이 견내량에서 적의 수군을 깨뜨렸다.
하오.』
하고 좌의정 윤두수가 전라 도사 최철견과 안동해 온 순신의 군관을 옥좌 앞으로 인도할 때에 왕은 마치 무서운 꿈이나 깨친 듯이 전신을 경련하였다.
최철견은 관복도 갈아 앞에 엎디어 이 순신의 장계를 두손으로 받들어 올렸다.
왕은 순신의 장계를 떼었다.
장지 전폭에 힘있는 초서로.
『見乃梁破倭兵壯』
이라고 머리에 쓰고. 다음에 첫줄에.
『 』
라는 것을 허두로. 대전의 경과와 공을 이룬 사람의 이름까지 자세히 쓰고.
끝에.
『 』
이라 한데까지 단숨에 읽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