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85: 3

노량에서 약속을 정한 삼도 연합군은 일체 이 순신의 절제를 받기로 서약하고 제장이 주장선에 모여 잔을 잡아 하늘에 축원하고 맹약한 후에 곧 전함대가 속양의 노량진을 떠나 창신도(昌信島 - 一名 昌善島) 앞바다에서 밤을 지내고 이튿날 칠월 칠일에는 검은 구름이 하늘에 덮고 동풍이 세게 불어 파고다 산과 같은 것도 무릎쓰고 순신은 전군에 명령하여 배를 저었으나 고성 땅 당포(唐浦)에 이르러 날이 저물었다. 당포는 당포의 대승전을 하던 곳이라.

장수들이나 군졸들이 모두 한 달전의 장쾌하던 일을 생각하고 저절로 가슴이 뛰는 것을 깨당았다. 함대를 당포 앞바다에 세우고 종선을 놓아 밥 지을 나무와 물을 얻으로 물에 나갔더니 산에 올랐던 피란민들이 우리 함대가 오는 것을 보고 마치 오래 떠났던 부모를 만난 듯이 반겨 내려 와 손을 두르고 소리를 질러 기쁜 뜻을 표하였다. 피란인 중에서 김천손(金千孫)이라는 소 치는 사람이 황망히 물 길러 간 배에 싣고 순신에게로 와서 그 연유를 아뢰이니 순신이 천손의 말은 이러하였다.

『소인이 오늘 볼일이 있어 거제에 갔더니 적선이 대선. 중선. 소선 합하여 칠십여 척이 미시쯤 하여 영등포(永登浦) 앞바다에 나타났다가 고성(固城) 땅 견내 도(見乃도)에 와 닻을 주었소.』

김 천소의 보고는 군사상으로 보아서 진실로 중대한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

지금까지 적군의 소재를 분명히 모르고 어디든지 찾아 가서 만날 생각을 가지고 행선하였지마는. 김천손의 보고로 말미암아 적의 소재와 적선의 수효를 분명히 안 것은 마치 힘을 새로 얻음이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 ‘ 이에 순신은 밤으로 적군의 장수들을 장선에 모아 크게 순사 회의를 열고 밝은 날에 견 내도에 있는 칠십여 척 적선을 싸웟 깨뜨릴 의논을 한 후에 각각 부서를 정하여 먼저 갈자와 뒤에 지킬 자를 분명이 정하고 방포로써 군호를 하되 그 군호에 응하여 어떻게 행동할 것을 낱낱이 명령하였다. 그리고 또 한번.

첫째. 결코 제 마음대로 행동하지 말고 오직 약속한 보와 그때그때의 명령에 복종할 것.

둘째. 결코 먼저 한다는 공을 다투지 말고 각각 제 맡은 직분을 다할 것.

셋째. 애써 적병의 머리를 많이 베이려 하지 말고 많이 죽이기만 힘쓸 것.

등을 훈시하였다. 이 섹째 것은 전공을 자랑하기 위하여 목을 베이기만 위주하는 폐풍이 있음을 경계한 것이니 순신은 싸울 때마다 비록 수급을 증거로 보이지 아니하더라도 누가 잘 싸우고 힘써 싸운 것을 보아서 아는 것이니 머리 하나 베이는 동안에 적병들을 죽이라는 훈시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적선을 잡아 거기서 빼앗은 재물은 국가에 바칠 것(군기나 무슨 기록이나)을 제하고는 다 적선을 잡은 사람이 나누어 가질 것을 성명하였다.

새벽에 순신은 군사들에게 밥과 고기를 만히 먹이고 또 낮에 먹을 것을 넉넉히 주되 비록 장수라도 술을 먹기를 허락하지 아니하였다.

칠월 팔일 아침은 어제와 반대로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동편 하늘에 붉은 기운이 돌기도 전에. 아직도 굵은 별들이 선잠을 깬 듯이 깜박거릴 때에 순신은 영을 내려 전함대 대소 팔십여 척이 일제히 닻을 감고 돛을 달게 하였다.

깊이를 모르는 검은 물이 닻줄에 흔들려 늠실늠실 춤을 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