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 칠월 초육일 아침에 순신은 전라 우수사 이억기(李億祺)와 합하여 대소 전선 팔십여 척을 거느리고 좌수영을 떠나 노량진(鷺梁津)으로 향하였다.
당포(唐浦)승전으로 제 이차로 적의 수군이 천성(天城). 가덕(加德)이서에 그림자도 없이 만들고 유월 십 일에 파진하고 돌아 온 때로부터 거의 한 달이다.
그동안에 순신은 군사를 교련하고 배를 수리하고 군기를 준비하고 기다렸던 것이다. 이 동안에 정히 용인(龍仁). 경성(京城) . 임진(臨津)에서 조선군이 연전 연패 - 라기 보다는 부전 자패하고. 전라도 순찰사 이광(李洸). 도원수 김명원(金命元)등이 달아나기 경쟁을 하며 왕과 그의 종신들은 또 싸우며 또 달아나는 동안이었다(여기 싸운다는 것은 적군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동인.
서인의 당파 싸움을 한다는 것이었다).
전국의 힘이 다 무너지고 왕과 그의 신하들이 모두 혼비백산하여 오직 다른 나라(명 나라)에 백배 천배로 구원을 애걸하고 있을 때에 아랫녘 한 구석의 미관말직을 가진 일개 수사 이순신이 홀로 삼천리 조국을 두 어깨에 메고 조정에서는 알아 주지도 않는 싸움의 길을 떠나는 것이다.
순신은 뱃머리에 서서 구름 속에 표묘하게 보이는 지리산(智理山).
백운산(白雲山)등 하늘에 닿은 웅장한 자태를 바라보며 이 아름답고 웅장한 강산에 주인이 없음을 한탄하였다. 실로 일국의 운명을 두 어깨에 지기에는 순신은 너무도 하잘 것이 없는 지위를 가진 사람이었다. 오직 하늘에 너무 나라를 위하는 충성. 목숨보다 자기의 맡은 사명을 더 중히 여기는 책임감.
하늘이 무너져 덮더라도 까딱 없는 용기 - 이것이 순신으로 하여금이 길을 떠나게 한 것이었다.
노량진에는 경상 우도 수사 원균(元均)이 헌 배 일곱 척을 수리하여 영솔하고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순신은 원균과 이억기를 배로 불러 올려 이번에 싸울 방략을 재삼 약속하였다. 그 약속의 요지는. 전라 좌도. 전라 우도. 경상 우도의 삼도 연합군이 절대로 통일한 행동을 할 것. 부질 없이 공을 다투지 말고. 또 저을 깔보지 말고 가장 신중히 명령에 의하여서만 행동할 것 등이었다.
이름 난이라도 삼도 연합군인데다가 순신이나 억기나 원균이나 다 평등된 일개 수사에 지나지 못k니 명령이 통일되기가 어려운 일이었다. 오직 과거에 두 차례나 연합 행동을 한 경험이 있는 것과. 수군의 세력으로 보아 순신의 것이 다른 두 세력보다 압도적으로 큰 것과. 이 억기가 평소에 순신을 흠모하여 달게 그 절제를 받은 것으로 이삼도 연합군이 통일될 가능성이 있는 것뿐이었다.
약속이 끝난 뒤에 순신이.
『지금 성상이 몽진하시와 조명을 기다릴 수가 없고. 그렇다고 군중에는 일시도 대장이 없을 수 없으니 우리 세 사람이 다 직품이 상등하여 막상막하 하지마는 불가불가 한 사람으로 대장을 삼을 수밖에 없소.』
하고 좌중에 발의하였다. 이억기가 서슴치 않고.
『그것을 물을 것 없이 영감이 대장이 되시어야겠소.』
하고 순신을 천하였다. 원균은 속으로 미상불 앙앙하였으나.
『그렇기를 두말이요. 좌수사 영감이 우리 중에 연치로 해도 두이시니 대장이 되시오.』
하고. 연치라는 조건으로 순신이 사령 장관 되는 것을 승낙하였다.
『제공이 그리하신다면 사양 아니 하겠소.』
하고 순신은.
『그러면 이로부터 제공은 내 절제를 받을 것을 맹세하시오.』
하고 칼을 빼어 높이 드니. 이억기와 원균은 칼을 뉘여 두 손으로 받들어 절제에 복종할 것을 맹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