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80: 25

활로 잠시 소부대의 적병을 물리쳤으나 그것으로 안심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적병이 가진 조총의 위력은 그것을 처음 보는 이편 장졸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다. 평양성에서 적병을 막을 길은 대동강 물을 깊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단군묘(檀君廟). 기자묘(箕子廟). 동명왕묘(東明王廟)에 왕이 제신을 보내어 빌었으나 비는 오지 아니하고 강물은 나날이 줄어들었다. 아무리 물이 줄더라도 능라도(綾羅島) 이하로는 도보로 건너 가기 어렵지마는 그 이상으로는 얕은 여울이 많아서 길만 알면 건널 수가 있었다. 적병이 아직까지는 길을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하루 이틀 지나는 동안에는 반드시 길을 찾을 것이요. 또 만일 대동강 물길을 잘 아는 우리 사람을 붙들기만 하면 금시라도. 오늘 밤에라도 건너 올 것이니. 대동강을 건너기만 하는 날이면 평양성을 지킬 수 없으리라는 것은 다만 윤두수. 김 명원 등의 의견뿐이 아니라 류 성룡의 생각도 그러하였다. 류 성룡은 윤 두수더러.

『대감. 어찌하자고 저 여울목을 아니지키시오? 다른데는 못하더라도 여울목만은 엄히 지켜야 하지 않겠소?』

하면서 재촉하였다.

윤두수는 대답하는 대신에 김명원을 돌아보았다. 그는 오직도원수 김명원을 믿는 이었다. 원체 성미가 느린 김도원수는.

『왜 여울을 안 지키나요? 이 윤덕(李潤德)이가 지킵니다.』

하고 류성룡에게 대답하였다. 류성룡은 어성을 높여.

『이 윤덕이 따위를 어떻게 믿는단 말이요!』

하고. 순찰사(巡察使) 이원익(李元翼)등을 향하여.

『여보. 하루 종일 이렇게 모여 앉아서 마치 무슨 잔치나 하는 것 같으니 이러고 어찌하잔 말이요? 왜 가서 여울을 지키지 아니하시오?』

하고 책망하는 어조로 말하였다.

이 원익은 무안한 듯이.

『가 보라고 하시면 소인이 안갈 리가 있소?』

하고 수성 대장 윤두수를 바라본다. 윤두수는 잠깐 도원수 김명원의 눈치를 보더니 이원익을 향하여.

『그러면 대감이 가 보시오그려.』

하였다. 이것이 명령이다.

이 원익은 막하를 데리고 연광정을 내려서 청류벽으로 천하 제일 강산의 경치를 완상하고 글귀를 생각하면서 능라도 여울을 향하여 올라 갔다.

류 성룡은 연광정에서 돌아 와 도저히 평양성을 오래 지키지 못할 것을 생각하고. 또 자기의 맡은 직분이 성을 지키는 군무가 아니라 당장을 영접하는 것이라 하여 종로까지 가서 하루바삐 당장을 맞아 오는 것이 평양성을 지키는 일이 된다는 핑계로 그날 밤 달빛을 타서 종사관(從事官) 홍종록(洪宗錄). 신 경진(辛慶晋)을 데리고 평양성을 떠났다.

이날 밤에 도원수 김명원은 정병 수백 명을 가리어 고언백(高彦伯)으로 총사령을 삼아서 밤 삼경을 기회로 부벽루(浮碧樓) 밑에서 배로 능라도 나루를 건너 적진을 야습하기로 하였다.

삼경이라고 맞추어 놓은 것이 군사들은 삼경 전에 약속한 곳이 모였으나 장수 되는 고언백이 사경이나 지나서야 왔다. 그래서 군사들이 적진에 다다랐을 때에는 벌써 훤하게 먼동이 텄었다.

적진에서는 여러 날 강을 건너지 못라여 지루한 생각이 난데다가 조선군이 적극적으로 습격할 것을 생각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마음 놓고 잠이 들어 아직 일어나지를 아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