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79: 24

또 을밀대(乙密臺) 근처 소나무 가지에는 혹은 저고리를 걸고 혹은 바지를 걸어 마치 빨래터와 같았다.

『저건 다 무엇이오?』

하고 유성대룡이 김도원수에게 물었다.

『대감 그것을 모르시오? 그것이 의병(의병)이란 것이요.』

하고 도원수는 자랑하는 듯이 웃었다.

『저걸 보고 누가 군사로 안단 말이요?』

하고 류성룡도 웃었다.

『어떤 것은 너무 높이 걸렸어.』

하고 윤두수도 웃었다. 일좌가 다 웃었다. 김도원수는 무안하여 종사관더러.

『여보게. 어떻게 시켰는데 옷을 저 모양으로 걸어 놓는단 말인가?』

하고 책망을 하였다. 이때에 강 저쪽을 바라보니 비록 수효가 많지는 아니하나 동대원(東大院) 강 언덕 위에 적병이 일자진(한일자 모양의 진)을 치고 우리 나라 만장과 같은 붉은 기. 흰 기를 늘여 꽂고 군사들이 모두 큰 검을 비껴 들었는데 그것이 햇빛에 비취어 마치 없는 번개와 같이 번쩍거렸다. 이편 군사와 저편 군사의 위풍을 비교할 때에 일좌는 모두 기가 막히지 아니할 수 없었다.

『저기 다 정말 검일까?』

『그게 검이 아니라 나무칼에다가 납을 발라서 멀리서보는 사람의 눈을 현혹하는 것이라오.』

이러한 회하도 있고.

『적병도 모두 얼마 안되는 모양이야. 공연히 초막만 많이 짓고 깃발만 많이 달았지 모두 풍인 모양이야.』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때에 적병 육칠인이 조총을 들고 강변으로 나오더니 성을 향하고 일제히 쏘는데. 그 소리가 웅장하여 총소리를 처음 듣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그 초d알이 성을 넘어 대동관(大同館) 지붕 기왓장 위에도 떨어지고 혹은 성루 기둥을 맞혀 두어치 깊이나 들어 가 박혔다. 적병 중에 붉은 옷을 입은 자가 연광정(練光亭)을 바라보고 조총을 어깨와 볼 틈에 끼고 겨누어 주춤주춤 물가까자 내려 와 쏜 총알이 연광정 위에 앉은 사람들을 맞혔다. 다행히 죽지는 아니하였으나 성 사람들이 모두 놀라 몸을 오그리고 기둥 그늘에 숨었다. 윤두수(尹斗壽). 김 명원(金命元) 이하로 모두 눈이 둥그레져 어 찌할 바를 몰랐다.

『이러고 있어 되겠소? 우리도 응전을 하여야지.』

하고. 류 성룡 한 사람이 그래도 정신이 남아서. 군관 강 사익(姜士益)으로 하여금 방배에 몸을 숨기고 편전(片箭)을 쏘게 하였다. 살이 날아 적병이 있는 모래 위에 떨어지니 적병들이 두려워 주춤주춤 물러갔다. 그제야 도원수 김명원도 기운을 얻어 활 잘 쏘는 군사 수십 명을 뽑아 결음 빠른 배를 태워 중류에 나떠서 쏘게 하였다. 일변 쏘며 일변 저어 배가 강 동쪽 언덕에 가까이 가매 적병이 두려워 뒤로 피하였다.

우리 군사가 배에서 감을현자 총으로 화전(火箭)을 쏘니 서까래 같은 불이 강을 건너 갔다. 적병은 그것을 우러러 보고 모두 부르짖고 떠들며 화전이 떨어진 곳으로 모여 다투어 그것을 구경하였다.

이날에 병선을 준비하는 거행이 태만하다 하여도원수 김명원은 공방 아전 하나를 잡아 들여 연광정 앞에서 군법 시행을 하였다. 목을 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