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78: 23

왕이 평양을 떠날 때에 좌의정 윤두수(尹斗壽). 도원수 김명원(金命元).

평안도 순찰사 이원익(李元翼)등으로 하여금 평양을 유수케 하고 류 성룡(柳成龍)으로 하여금 같이 평양에 머물러 당장(명나라 장수)을 접대하게 하였다.

십 일일 왕이 떠난 뒤에 윤 두수(尹斗壽). 김명원(金命元). 류 성룡. 이 원익 등 유 수군(留守軍)의 수뇌부는 연광정(練光亭)에 모여 앉았다. 그들은 마치 적군이 공격하는 양을 구경하는 사람들과 같았다. 그들은 명색은 수성 대장이니 도원수니 하여. 마치 훌륭한 장수나 되는 것 같지마는 기실은 월귀나 좋이 짓는 선비들에 불과하였다. 일찍 활 한번 잡아 본 일 없고 병서 한권 본 일 없었다.

다만 병원은 문관 자기네 손에 잡고 싶은 욕심에. 다시 말하면. 정말 군인인 무인에게 병권을 주기 싫은 까닭에 체철사니 도원수니 하는 직함을 띠는 것이었다.

지금 적병이 대동강을 건너서 평양성을 총공격을 하려는 이때에 그들은 관광하는 선비 모양으로 연광정에서 강바람을 쏘이고 앉은 것이었다. 왕을 따라서 안전 지대로 도망한 최흥원(崔興嫄). 유흥(兪泓). 정철(鄭澈)의 무리의 신세를 얼마나 부러워 하였을까? 부질없이 류 성룡의 말을 좇아 평양성 고수설에 좌단하였기 때문에 평양을 지키라는 왕명을 받게 된 것을 얼마나 한하였을까?

『어떻게 된 모양이요? 지킬 배비는 다 되었소?』

하고. 류성룡은 유수 대장인 윤두수에게 물었다. 윤두수도 이름이 대장이지 군사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는 도수원 김명원을 돌아 보았다. 그래도 명색이 도원수요. 도망하는 싸움이라도 두어 번 해본 경험이 있는 이가 김명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명원도 . 항상 적군이 가까이 오기 전에 피하는 재주를 가졌기 때문에 실지로 싸우는 양은 본 일도 없고 지휘한 일도 없었다. 그래도 그는 평양성의 수비에 대한 사실상 책임자다. 이 자리에서 한 마디 아니할 수가 없었다. 김명원은.

『배비라야 별 배비 있소. 본도 감사 송 언신(宋言愼)이 대동문을 지키고.

병사 이윤덕(李潤德)이 부벽루(浮碧褸) 이상의 여울을 지키고. 자산 군수(慈山郡守) 윤유후(尹裕後)등이 장경문(長慶門)을 지키고. 성중 사졸들이 성첩을 돌아 지키오.』

『성중 사졸이 모두 얼마나 되오?』

하고. 이번엔 윤두수가 물었다.

『한 삼사천되지요.』

하는 것이 김명원의 대답이었다. 삼사천이라는 것이 숫자에 대한 대답으로 김명원은 아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 삼사천명 사졸은 어떻게 배비하였소?』

하는 것은 이 총중에서는 가장 병법에 소양이 있다는 류 성룡의 물음이다.

김도원수는 말문이 막혔다. 한참이나 주저하다가.

『그저 성을 돌아 지키라고 하였소.』

하고 강가에 연한 성을 바라보았다. 과연 성 위에는 여기 한떼 저기 한 모여서 강 건너편을 바라보고 웅성거리고 있었다. 혹은 여청 군복에 다홍동 달고 벙거지 쓴 정식 군사도 끼었지마는 대부분은 흰 바지저고리에 수건 동여맨 보통 백성들이었다. 이름을 붙이자면 의용병이었다. 이러한 사람들이 어떤 곳에는 백여 명이나 한데 뭉치고 어떤 곳에는 둘씩 셋씩 따로 떨어져서. 혹은 앉고 혹은 서고 혹은 강을 들여다 보소 홋은 대관들이 좌정하신 연광정을 눈이 부신 듯이 바라보았다. 여름볕은 찌는 듯하나 강바람은 그대로 서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