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75: 20

화포장 김 생려가 성룡의 명을 받아 매생이를 저어 강을 건너가 그 나무때기가 꽂힌 모래 위에 오르니. 그 나무때기를 세운 사람이 손에 아무 병기도 없이 생려의 곁으로 와서 반가운 듯이 생려의 손을 잦ㅂ고 등을 어루만져. 말은 통치 못하나 친절한 뜻을 표하며 막내 끝에 달았던 편지를 주고 연광정을 가리키며 가져 가라는 뜻을 표하였다.

생려는 그 왜병을 작별하고 매생이를 저어 연광정으로 돌아 와 그 편지를 수성 대장인 윤두수에게 올렸다. 윤두수는 손을 들어 그 편지를 밀며.

『그것은 보아 무엇 하오.』

하였다.

『안 볼 것은 무엇 있소?』

하고 류 성룡이 그 편지를 받았다. 겉봉에는.

『上 朝鮮國)』

하었다. 이것은 이 덕형(李德馨)을 가리킨 것이었다. 편지를 쓴 이는 평 조신(平調信)과 현소(玄蘇)이었다. 그러고 편지 사연은 서로 만나서 강화할 일을 의논하자는 것이었다.

원래 소서행장(小西行長)은 처음부터 풍신수길의 조선 침입에 반대하였다.

그는 아무쪼록 이 전쟁이 나지 아니하게 하려고 여러 번 두 나라 사이게 섯 애를 썼다. 전쟁이 열린 뒤에도 부산(釜山)에서 한번. 동래(東萊)에서 한번.

상주(尙州)에서 한번. 또 임진강(臨津江)에서 한번 조정에 화의하자는 뜻을 통하였으나 이루지 못하였다. 이제 평양에서도 한번 더 이 뜻을 표하자는 것이었다. 평 조신으로 말하면. 대마도주 평의지(平義智 == )의 신하로 여러 번 서울에 사신으로 와서 그 공으로 가선 대부(嘉善大夫)까지 봉한 사람이요. 현소 라는 중도 조신과 같이 조선에 왔던 사람으로 책략과 문필이 있어서 소서행장의 비서 모양으로 있었다.

윤두수는 원하는 빛이 없었으나 류 성룡의 주장으로 이 덕형(李德馨)을 보내어 저편이 말하는 바를 듣기로 하였다.

이 덕형이 가는데 대하여서도 여러 가지 말이 많았다. 평복으로 갈 것이라는 이. 관복으로 갈 것이라는 이. 강 중에 뜨더라도 가운데까지 갈 것이라는 이.

가운데보다 이쪽에 서서 저편을 부를 것이라는 이. 통틀어 말하면. 저편을 얼마나한 정도로 대접할까 하는 데 대한 예문 토론이었다. 그러나 한 사람도.

강화를 할 것이냐. 한다 하면 어떠한 조건으로 할 것이냐 하는 그러한 문제에 관하여서는 의견을 내는 이가 없었다. 윤 두수는 애초에 만날 필요가 없다는 사람이니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가서 만나기를 주장하는 류 성룡에게도 어찌하든지 적군을 속여서 하루라도 공격을 연기시키려는 생각 밖에 다른 생각은 없었다.

이 모양으로 화하거나 싸우거나 간에 아무 작정된 방침도 없이 이 덕형은 종사판과 이삼 호위하는 무사를 데리고 배를 타고 강주에 나떴다. 의복은 많이 토론한 결과 이편의 예의와 위의 범절을 적에게 보일 필요가 있다하여 관복을 입고 따르는 자도 각각 위의를 갖추었다. 저편에는 배가 없으므로 이편에서 배 한 척을 보내어서 저편 사신에 타게 하였다.

두 배가 강중에서 만나매 평 조신은 뱃머리에 나서서 이편을 향하여 공손히 예하고 중 현소도 중의 법으로 합장하였다. 이 덕형도읍하여 답례하였다.

평조신은 가선 대부요. 이 덕형은 자헌대부(資憲大夫)니 하관이다 하는 생각이 이덕형의 머리속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