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성룡은 왕에게 함경도로 피하는 것이 옳지 아니한 것을 말하였다. 이미 백성들에게 평양성을 지키기를 약속하였으니 이제 곧 평양을 보리면 이것은 백성을 속이는 것이라. 임금이 한번 백성을 속이면 다시는 백성이 임금의 말씀을 믿지 아니하리라는 것으로 누누이 간하였으나 왕은 듣지 아니하였다는 것보다도 피출설을 주장하는 무리가 다수인 까닭에 그리로 기울어진 것이었다.
『서울과 개성을 버린 것도 명나라의 의심은 더욱 클 것이요. 명나라가 우리 나라를 의심하면 구원병은 더욱 오기가 어려운 것이니. 평양을 굳게 지켜서 명 나라 구원병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상책인가 하오.』
하고. 성룡은 명나라의 의심을 끌어서 평양을 떠남아 옳지 아니함을 말하였다. 백성을 속이는 것이 옳지 아니하다는 말에는 까딱 없던 무리들도 명나라가 의심한다는 말에는 미상불 겁이 났다.
『명 나라에 보할 때에는 평양성에서 크게 싸워서졌다고 하면 그만 아니요?』
하고. 어떤 사람(그의 명예를 위하여 이름은 쓰지 말자)이 말하였다.
류성룡은 이어.
『또 제 이책으로 평양을 버리고 다른 데로 피한다 하더라도. 함경도로 피하는 것은 옳지 아니하오. 원래 거가가 서쪽으로 오신 것은 명나라를 의지하여서 나라를 회복하자는 것인데. 이제 명나라에다가 청병은 하여 놓고서 깊이 북도로 들어 간다고 하면 중간에 적병이 막혀서 명나라와 소식이 끊어질 터이니 통할 길도 통하기가 어려 우려든 회복을 어찌 바라오? 또 적병이 각도에 흩어져서 아니 간 곳이 없거든 북도에라고 반드시 적병이 없으란 법이 없으니. 만일 북도에 갔다가 적병을 만면 다시 갈 곳이 오랑캐 땅 밖에는 없지 아니하오.
그야말로 의지할 곳이 아주 끊어질 터이니 이런 위태한 일이 또 어디 있으리이까. 이제 조신들이 가족이 많이 북도에 가 있으므로 각각 사사로운 생각으로 북편으로 가기를 주장하는 것이요. 신으로 말하여도 늙은 어미가 동으로피난하였다 말을 들었으니 비록 간 곳을 알지 못하나 필시 강원도나 함경도에 있을 것이온즉. 사사로운 정으로 말하오면 신인들이 어찌 북으로 갈 마음이 없아오리까마는 국가의 대계로 보아 여러 사람의 뜻과 같지 아니하게 사뢰는 것이요.』하였다.
왕도 성룡의 말에 측연히.
『경의 모친이 지금 어디 있을까? 내 탓이로군.』
하였다.
『아니요!』
하고. 지사(知事) 한준(韓準)이 성룡의 말을 반대하여 북도로 가는 것이 좋은 것을 역설하였다. 그는 북도로 가족을 보낸 대관들의 시킴을 받아 성룡의 말이 왕의 마음을 움직이지 아니하도록 하러 한 것이었다.
이때에 대동강에는 적병이 온 지가 사흘째 되었다. 류 성룡. 윤두수 등이 연광정에 앉아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떤 왜병 하나가 나무때기 끝에 조그마한 종이 조각 하나를 끼어서 강가 모래판에 꽂고 이것을 와보라는 듯이 손을 들어 손짓을 하였다.
류 성룡은 아마 그것이 무슨 편지리라 하여 화포장(火砲匠) 김 생려(金生麗)를 시켜 매생이(대동강에 있는 작은배)를 타고 가서 가져 오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