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73: 18

이때에 류 성룡은 연광정(練光亭)에서 군사 회의를 하다가 민란이 일어났다는 말을 듣고 곧 행궁을 향하고 달렸다. 길에서 여러 번 백성들에게 봉변할 뻔하였으나 류정승이라는 말을 듣고는 백성들은.

류정승이다. 류정승은 충신이다. 류정승은 평양을 지키자는 사람이다.』

하고. 길을 열어 주었다.

류성룡이 행궁문에 들어서니 왕과 백관들은 이제 살아난 듯이 일제히 숨을 길게 쉬었다.

『이 백성들이 반란을 일으키니 이를 어찌하오?』

하고. 왕이 성룡에게 물을 때에 성룡은.

『반란이 아니요. 거가가 평양을 떠나시지 말라는 것이요.』

하였다.

반란이 아니란 말에 왕은 적이 안시하였다. 다른 대신들은 이것을 반란이라고 왕에게 아뢰었던 것이었다. 성룡이 곧 행궁 문 밖. 성 위에 나서서 백성들 중에 수염 많이 난 늙은이를 손으로 불렀다 그 늙은이는 성룡의 앞으로 가까이 갔다.

그 늙은이는 토관(이땅 벼슬아치)이었다.

성룡은 그 늙은이더러.

『너희들이 거가가 평양을 떠나지 마시고 힘을 다하여 성을 지키시기를 원하는 것은 지극히 충성된 마음이지마는 이렇게 민란을 일으켜서 궁분을 놀라게하니. 이런 해괴한 일이 어디 있느냐. 또 소정에서도 시방 성상께 여쭈어서 평양을 굳이 지키기로 성상이 허하시었거든. 이것이 무슨 일이란 말이냐. 네 모양을 보아 하니 유식한 듯 싶으니 네가 뜻으로 백성들을 효유하여서 물러가게 하여라. 그렇지 아니하면 너희도 장차 중죄에 빠져서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니 그리 알아라.』하였다.

그 늙은이가 성룡의 말을 다 듣더니 손에 들었던 지팡이를 놓고 손을 들어 옵하고 하는 말이.

『백성들이 성을 버리려 한다는 말을 듣잡고 분함을 못이겨서 그러한 것이요.

대감 말씀을 들으니 소인의 가슴이 툭 터지는 것 같소. 평양 백성이 하나라도 살아 있고는 적병의 발이 한걸음도 평양 성안에 들어오지 아니할 터이고 다시는 백성을 속이고 평양을 떠난다는 의론이나지 말게 하시오.』

하고. 백성들에게 성룡의 말을 전하여 안심하고 해산하게 하였다.

이날 평양 백성들이 성룡의 말을 듣고 물러간 뒤에 조정에서는 오늘 민란의 책임 문제가 났다. 저녁에 감사 송언신(宋言愼)을 불러 민란 진정 못한 책이을 물으니 언신은 민란 장두라고 지목하는 사람 세 사람을 잡아 대동문(大同門)안에서 목을 베었다.

백성도 다 물러가고 밤이 고요하게 되매. 왕은 정철(정철) 이하 제실을 불러 어디로 갈 것인가를 토론하였다. 평양을 아니지키고 버린다는 것은 이미 정한 것이었다. 아까 백성들에게 한 말은 전혀 거짓말이었다. 더구나 한번 민란을 당하고 나니 평양이 진저리가 나는 듯하였다.

조신들은 대부분 함경도로 가기로 주장하였다. 그것은 전에도 말하거니와.

자기네의 처. 가족이 대개 함경도에 피난한 까닭이었다. 이때로 말하면 벌써 함경도는 가등청정의 손에 들어서희령까지 쫓겨 갔던 왕자들까지도 사로잡힌 때이지마는 길이 통치 못하고 아무도 보변하는 자가 없어서 조정에서는 모르고 있던 것이다. 마침 동지(동지) 이 회득(이회득)이 일찍 영흥 부사로 민심을 얻었다 하여. 그로 함경도 순검사(함경도순검사)를 삼고. 병조 좌랑(병조 좌랑) 김 의원(김의원)으로 종사관(종사관)을 삼아서 내전과 궁번을 부탁하여 밤중에 먼저 함경도를 향하여 떠나 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