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70: 15

이 일은 새 옷을 갈아 입고 위의를 갖추어 가지고 말높이 앉아 합구문(合毬門)으로 나갔다. 그는 자기가 강원도에서부터 데리고 온 군사 몇 사람과 평양에 있던 군사 수백인을 합구문 앞에 벌여 놓고 의기 양양하게 문루 위에서 군대 검열을 합네 하고 날이 늦도록 떠나지를 아니하였다. 오래 굶주렸던 판이라 이 일은 술과 고기를 많이 장만하고 계집까지 불러서 질탕하게 놀고 있었다. 류 성룡은 이 일이 이렇게 하였더니. 과연 이 일은 군복도 다 벗어 젖히고 취안이 몽룡하여 계집을 희롱하고 있고 군사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류성룡은 곧 대장 윤두수를 보고.

『이거 큰일 났소. 이 일이가 상주서 하던 버릇을 또 하고 있는 모양이요.

시각이 급한 이때에 하가 다 가도록 합구문에서 술을 먹고 있다오.』

하고. 성화같이 재촉하기를 청하였다.

윤 두수는 종사관을 합구문으로 보내어 이 일에 즉각으로 출발하여 영귀루 앞 여울을 지킬 것을 명하였다.

『 적병이 봉산 왔다는 소리를 듣고 이렇게 겁들이 나.』

하고. 이 일은 미진한 홍을 아끼며 합구문을 내려 군사를 몰고 떠났다.

군사 중에는 영귀루 가는 길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남쪽으로만 가자!』

하.이 일은 몽롱한 취한 눈으로 평양의성의 넓은 경치를 바라보고 되는 대로 군사를 몰았다. 마침 석양에 보통문이 공중에 솟은 것을 보고 그리로 가자고 하였다. 보통문이 공중에 솟은 것을 보고 그리로 가자고 하였다.

보통문의 모양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이 모양으로 강서(江西)로 가는 길로 거의 십여 리나 가서 평양 좌수(平壤座首) 김 내윤(金乃胤)이 성밖에 나갔다가 몰아 오는 것을 만났다.

『영귀루를 이 길로 가느냐?』

하고 이 일이 물을 때에 김좌수는 딱 기가 막혔다.

『이 길로 가면 보통강이요. 영귀루는 지금 오신 길로 돌아 가야 하오.』

할 때에 이 일은 크게 노하여.

『이놈. 네가 진작 길을 인도하지 아니하고 인제야 와서 그 말을 한단 말이냐!』

하고. 즉석에서 김좌수를 길바닥에 엎어 놓고 볼기를 십여도 나 때린 뒤에.

『죄당만사로되 특히 목숨만은 살려 주는 터이니 앞을 서서 길 인도를 하여라.』

하고. 이 일 장군의 호령이 추상과 같았다. 평양 좌수 김 내윤이 아픈 다리를 끌고 이 일을 인도하여 만경대(萬景臺) 밑에 다다르니 벌써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평양서에서 내려 오니 겨우 십리였다. 대동강 저쪽 언덕을 바라보니 벌써 적병 수백 명이요. 강중에 있는 작은 섬에 살던 백성들은 겁을 집어 먹고 달아나느라고 갈팡질팡하였다.

이 일은 대안에 있는 적병을 보고는 술이 번쩍 깨어서 곧 무사 십여인을 불러 섬에 들어 가 활을 쏘기를 명하였다. 그러나 군사들은 무서워서 발을 내놓으려고 하지 아니하고 서로 바라보고 머뭇거리었다.

이 일은 칼을 빼어 머뭇거리는 군사를 베려 하니 그때에야 군사들이 절벅절벅 물소리를 내며 물에 들어섰다. 이때에 적병들은 어떤 조선 사람 하나를 길잡이로 앞에우고 섬 저쪽 강 갈래를 건너서 거의 이쪽 언덕에 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때에 이쪽 군사가 굳센 활로 쏘아 순식간에 아펐던 적병 육칠 명을 넘어뜨리니 그제야 물에 들어 섰던 적병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저쪽 언덕으로 달아나 버렸다.

이 일은 군사를 거두어 여울목을 지키리고 하였다. 군사들오 적병이 물러가는 것을 보고 기운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