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68: 13

이렇게 조정에서 평양을 지킬까 버릴까 하는 의론이 정치 못하여 대관들은 은밀히 뒷구멍으로 피난할 꾀를하며. 혹은 처자를 먼저 피난시키고 혹은 재물을 먼저 실어 내니. 평양 백성들은 이 무리가 믿을 수도 없는 무리인 줄 알고나도 나도 하고 다들 도망해 버리고 말았다.

백성들이 도망하는 것을 보고는 큰일 났다고 대관들은 쩔쩔 매었다. 이에 급히 회으를 열고 평양 성중의 백성들을 떠나 가게 말고 이미 떠나간 백성들을 다시 불러 들일 계교를 토의한 결과로 대동관(대동관)앞에다가 성중부로를 모으고 왕세자가 왕을 대신하여.

『평양을 굳게 지킬 터이니 다들 떠나지 말라!』

하고 효유하였다.

그러나 백성들은 세자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아니하였다. 그들의 생각에 좌우에 있는 신하들은 모두 간신들이지마는. 왕은 그렇지 아니한 사람으로 믿고 있었던 것이다. 둥궁을 내세운 것은 이 간신놈들의 속이는 꾀다.

과연 왕의 뜻인지 알 수 없다 - 이렇게들 수근거렸다. 그래서 부하들 중에서 어떤 부하 하나가 나서며.

『아뢰기 황송하오나 동궁 말씀은 백성들이 믿지 아니하오. 상감께옵서 친히 효유하시면 어떨지 몰라도.』

이렇게 아뢰었다.

다른 부로들은 이 사람의 말이 옳은 것을 표시하려는 듯이.

『그렇소.』

하고. 일제히 외쳤다. 동궁이 들어 가 왕께 이 뜻을 아뢰었다. 대관 중에 어떤 사람은.

『이 버러지 같은 상놈들이 동궁 영지를 아니 믿는다니 군사를 풀어 그놈들을 무찌르시오!』

하고 주장하기도 하였으나.

『지금이 어느 때요. 백성의 뜻을 거스릴 때가 아니요.』

하는 류 성룡의 말이 서서 마침내 백성들의 청구대로 왕이 친히 평양을 버리지 아니할 뜻을 성중 백성에게 효유하기로 정하고 승지로 하여금.

『내일 성상께옵서 친히 너희들게 전교가 계실 터이니 다들 이곳으로 모이라.』

하는 명을 전케 하였다. 이튿날 대동관 앞에는 왕의 말씀을 듣겠다고 평양 성중 백성들이 모여 들었다. 백성들이 많이 모인 것을 보고 어떤 대관은 겁을 내어 왕이 친히 나서는 것을 위태하다고 반대하였다.

『그 무지한 놈들이 무슨 일을 할는지 아오?』

하는 걱정에 대하여 류성룡은.

『이나라 이 백성을 힘입어 서는 것이어늘. 대감이 백성을 그렇게 낮추 보아 쓰겠소? 또 임금의 말씀은 땅과 같다 하였으니 한번 하신 말씀을 거둘 수는 없는 것이요.』

하고. 왕에게 어제 약속대로 친히 백성들을 향하여 맹세할 것을 청하였다.

왕은 류 성룡의 뜻을 쫓아 곤룡포에 익선관을 갖추고 대동관 문턱까지 나갔다.

백성들을 무서워하는 대곤들도 부득이 떨리는 무릎으로 왕의 뒤를 따랐다.

왕은 승지로 하여금.

『평양성을 굳게 지킬 터이니 너희들은 백성들에게 떠나지 말고 나라를 도와 적병을 물리치도록 효유하여라.』

하는 말을 전하게 하였다.

승지의 말을 들은 백성들 중에 수십 명이나 많은 사람들은 땅에 엎드려 통곡하고.

『평양 자제가 하나도 없이 다 죽을 때까지 성상을 위하여 싸우리이다.』

이 모양을 보고 왕은 눈물을 흘리고 무릎이 떨리는 대관들도 마음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