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66: 11

신 할(신할). 한 응인(韓應寅)등의 군사는 서로 앞을 다투고 공을 다투어 임진 벌판을 지내어 미시나 되어서 문산포 뒷산에 다다랐다.

평안도 정병 중에 한 사람이 여기가 정히 적이 복병 하염즉한 곳이니 잠시 군을 멈추고 적세를 엄탐해 본 뒤에 가자고 하였다. 별장 유극량(유극량)도 그 말을 옳게 여겨서 신 할에게 간절히 경진 말 것을 말하였으나. 신할은 듣지 아니하고 군사를 몰랐다.

한응인이 거느리고 온 강변 정병은 한응인이 임진강 저편에 머물고 그들은 아무 인도 연도 없는 신 할에게 복종할 까닭도 없었다.

『어차피 죽는 길이니. 한 놈이라도 더 죽일 도리만 해라. 불원천리하고 왔다가 이렇게 싱겁게 죽기는 아까운 일이다.』

하고. 그들은 각자위위 대장으로 싸울 결심을 하였다.

신할은 청함 받은 사람 모양으로 대로로 전진할 때에 과연 산 뒤로서 일성 방포를 따라 복병이 일어나 조총과 긴 일본 칼로 엄습하니. 군사들은 미처 손을 쓸 새가 없이 적병의 탄환과 칼에 맞아 순식간에 수천 명 군사가 도륙을 당하고 병사 신 할도적병의 칼에 맞아 죽었다.

겨우 죽기를 면한 군사들은 임진강을 향하고 달아났다. 이편 군사들도 칼을 가졌으나 일본 칼을 당해 낼 수가 없었다. 또 활을 가지고 조총을 당해 내지 못할 것도 부산. 동래. 상주. 충주의 여러 번 싸움에 잘 경험한 것이었다.

게군이 다 달아날 때에 별장 유극량(유극량)만은 말에서 내려서 따에 주저 앉으며.

『오 여기가 내가 죽을 곳이다!』

하고 활을 당기어 적병 오륙인을 쏘고 마침내 적의 칼에 죽었다.

임진강을 향하고 쫓겨 오던 군사들이 임진강에 다다랐을 때에는 적병은 벌써 발뒤꿈치에 달렸었다. 왜 그런고 하면. 적병은 잘 쉬고 배가 부르고. 이편은 먼 길에 피곤하고 또 배가 곯아서 걸음이 적병만큼 빠르지 못하였던 것이다.

전장에서부터 임진강에 오는 동안에 길가에 넙너른한 것이 이편 군사의 시체였다. 뒤에 검은 옷 입은 사람의 손에 칼이 한번 번쩍하면 흰 옷 입은 이편 군사의 목이 동강이 나서 길가에 굴렀다. 이렇게 죽고죽고 임진강까지 뛰어 온 군사가 전군 만여 명 중에 단 천명이 못되었다.

석양이 임진강 서편 산에 걸렸을 때에 강가에는 군사들의 아우성 소리가 슬프게도 일어났다. 그러나 도원수 김명원은 우리 군사가 패하여 쫓겨 오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우리 군사를 실어 건너기 위하여 배를 강남으로 건너 보내었으나. 우리 군사의 발 뒤에 그름같이 적병이 따르는 것을 보고 다시 배를 강북으로 거두었다.

강가에 이르러서도 배를 얻지 못한 도망하는 군사들은 부질없이 도원수와 한 응인을 부르다가 등 뒤에 임한 적병의 칼을 피하여 강물에 뛰어 들었다.

군사들이 강물에 뛰어 드는 모양이 「마치 바람에 날리는 어지러운 나뭇잎 같았다.」고 서애(西愛) 류 성룡(柳成龍)이 기록하였다. 강물레 잠겼건마는 미처 물에 뛰어 들지도 못한 군사들은 모조리 등 뒤로 적병의 긴 칼을 맞아 엎디어 죽었다. 한 사람도 능히 적병과 겨눈 사람이 없었다. 진실로 못난 백성이었다.

도원수 김명원(金命元)과 한응인(韓應寅)이 강북에 있어 이 모양을 보고 넋을 잃고 있을 때에. 상산군(商山君) 박충간(朴忠侃)이 맨 먼저 말을 타고 달아났다. 이것을 보고 군사들은 황혼이라 달아나기 잘하는 도원수 김명원인 줄만 알고.

『도원수가 달아난다!』

하고 여울을 지키던 군사들도 모두 달아났다. 한응인. 김명원도 뒤를 이러 달아났다 경기 감사 . 권징(권징)은 죄 받을 것이 무서워서 평양으로 가지 못하고 경기 가평(加平)으로 달아나서 피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