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65: 10

오늘은 쉬고 명일 행군하자는 말을 들을 때에 한 응인은 낯빛이 주홍빛이 되어 호령하였다.

누구의 영이라고 네 감히 『 잔소리를 하는고. 다시 말이 있으면 군법 시행할 테다.』

하고 발을 굴렀다. 그 군사는 입을 벌리려다가 곁에 사람에게 끌려서 제자리에 들어 갔다. 그러나 강변에 있으면서 소시로부터 오랑캐와 수없이 싸워서 실전의 경험이 있는 평안도 군사의 눈에 한 응인이 하는 일은 도무지 싸움이란 것을 모르는 것이었다.

비록 어러운 병서는 읽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싸움의 첫째 비결이 적의 형편을 아는 것에 있는 것은 강변에서는 아이들도 다 아는 것이다. 그런데 이 양반 한 응인은 대체 적병이 몇 명이나 되고. 어떠한 곳에 있고. 어떠한 기계를 가졌는지도 모르고. 덮어 놓고 가서 싸우라고만 하니 정신 있는 사람의 일 같지 아니하고. 또 주린 군사와 피곤한 군사를 전장에 내세우는 것은 병가에서 대기하는 일인데. 오늘 개성서 임진강까지 몰아온 군사를 밥도 안 먹이고 나아가 싸우라는 것도 정신 있는 사람의 일 같지는 아니하였다. 오직 하나 믿는 것은 신 병사(신할)의 군사가 앞서 간 것이지마는. 도원수의 말에 의하면. 신병사도 무턱대고 간 모양이었다. 이런 줄을 잘 아는 평안도 군사들은 숙맥 같은 한 응인의 말대로 강을 건너는 것보다는. 바로 말을 하여 응인으로 하여금 잘못을 깨닫게 하려 하였다. 그래서 늙수그레한 사람이 삼사인이나 뒤를 이어서.

『사또께서 나가라면 가옵지오마는. 이 피곤하고 주린 군사를 끌고 형세고 알지 못하는 적군중에 들어가는 것은 오계인가 하오. 첫째. 나가는 군사들이 제각기 적병이 얼마인데 어떠한 기계를 가지고 어떠한 곳에 있다 하니.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했으면 이기리라는 자신이 있어야 하지를 아니하오? 군사가 의심을 가지고 가는 것은 병가에서 대기하는 것인데. 지금 군사들이 모두 의심이 있으니 오늘 하루르 쉬어서 내일 적병을 치는 것이 옳을까하오.』

하그들의 일생에 체험한 진리로 한 응인을 가르쳤다. 한응인은 분이 상투끝까지 올랐다. 하향 천종이 양반을 몰라 보고 무엄이 그지 없이 - 한응인은 칼을 빼어 높이 들었다.

『오. 너희놈들이 죽기를 무서워하는구나!』

하고 처음부터 말하던 군사 사오인을 불러서 열밖에 내어 세우고.

이놈들 양반을 몰라 『 . 보고 함부로 주둥아리르 놀려 인심을 현란케 하는 놈들!』

하고 나무 찍듯이 손수 그 군사들의 목을 찍어 버렸다.

『다시 입을 놀리는 놈이 있으면. 모조리 이 모양으로 법을 알릴테니 그리 알어!』

하고. 한 응인은 앞가슴을 떡 벌리고 기고 만장하여 군사들에게 배에 오르기를 재촉하였다. 아무도 감히 입을 벌릴 수가 없었다.

이때에 별장 유 글량(유克良)이 나서며 한응인을 보고.

『강변 군사들의 말이 지당한가 하오. 가볍게 움직이는 것이 만견지계가 아닌가 하오.』

하였다. 한 은인이 크게 노하여 칼을 빼어 극량을 베려 하니. 극량이 태연히 말하기를.

『내가 결발 종군하여 일생을 견장에 살았거든 어찌 죽기를 피하겠소? 마는.

나라 일이 그릇되니까 하는 말요.』하고.

『가자!』

하고 자기의 부하를 앞세우고 선봉이 되어 강을 건넜다. 응인도 도원수 김명원에게 서울에서 만날 것을 장담하고 배에 올랐다. 그러나 한응인은 자기가 왕의 증명을 받은 몸이라 하여도원수 김명원과 같이 강 이쪽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