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60: 5

유도 대장 이 양원이 성중에 있다가 한강을 지키던 도 원수 김명원(金命원)의 군사가 패하여 달아났단 말을 듣고 자기도 아니 달아날 수 없어 성을 버리고 양주(楊洲)로 갔다. 오직 강원도 조방장 원호(元豪)가 불과 수백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여주(麗州)를 지켜서 적병이 삼사일을 강을 건너지 못하였으나. 원호가 강원도 순찰사 유영길(柳永吉)에게 불려 본도로 돌아가매 다시는 강을 지킬 사람이 없어서 적병은 여염 민가를 헐어 그 재목으로 떼를 모아 타고 강을 건넜다.

이라 하여 삼로 적병은 아무 저항 없이 한강을 건너 마치 제 고향에 들어 가듯이 서울에 들어 왔다. 이 모양으로 싱겁게. 참 싱겁게 서울이 적병의 손에 들었다. 서울로 향하는 적병을 막으려는 한 큰 군사- 오만의 대군이 있던 것을 여기서 한 마디 말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그 오만 대군이라는 것은 곧 삼도순찰사의 군이다. 전라도 순찰사 이광(李光). 충청도 순찰사 윤국형(尹國馨).

경상도 순찰사 김수(金粹)의 연합군- 이군은 본래 밀양이 함락되었다는 기별을 듣고 대고 달아난 위인들이다 -의 군관 십여인을 합한 것이니. 군사 수효가 오만이 넘었다. 그중에도 대부분은 용맹이 있고 잘 싸우기로 이름 있는 전라도 군사다. 애초에 이 광이 전라도 군사를 거느리고 서울을 도우려 오다가 왕이 서쪽으로 달아났다는 기별을 듣고 싸우지도 아니하고 전주로 돌아 갔었다.

이것을 보고 전라도 사람들니 다 분개하게 여겨 이 광에게 대하여 불평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광도 생각해 보면 마음이 편안할 수는 없어서. 군사를 거느리고 충청도 군사와 연합하여 서울로 향하던 것이다. 이를테면. 이 광이 전라도 군사를 거느리고 온 것이 아니라. 전라도 군사가 이 광을 떠밀고 온 것이었다.

이 삼도 순찰사군 오만 대병은 충주(忠州)로부터 죽산(竹山)을 거치어서 오는 적병을 막을 양으로 용인(龍仁)으로 향하였다.

용인에 이르러 바라보니 북두문(北斗門) 산성에 적병이 쌓은 듯한 작은 누(壘)가 있었다. 광은 첫째로 험한 곳을 택하여 진을 치고. 둘째로 용인 성내에 적의 형세가 어떠한지 염탐해 보려고도 아니하고 수하에 있는 오만 명 군사를 밀어 다짜고짜로 용사로 이름 있는 백광언(白光彦). 이 시례(이시례) 양인은 수백 명의 선봉을 거느리고 북두산에 올라 가 적루에서 십여 보나 되는 곳에서 말을 내려 누를 향하여 활을 몇 방 쏘았으나 적병은 도무지 빛을 보이지 아니하였다. 백광언. 이 시례 등은 적병이 자기네가 무서워서 나서지 못하는 줄만 생각하고 의기 양양하여 소리를 지르며 싸움을 돋구었다.

두 선봉장과 군사들이 모두 마음을 놓아 혹은 활을 벗어 걸고 혹은 웃통을 벗고 땀을 들이고 있을 때에. 갑자기 고함소리가 나며 서리 같은 긴 칼날을 내어 두르고 누로부터 일대 적병이 달려 나와 시살하였다. 광언. 시례 등은 창황히 달아나려고 각기 제 말을 찾다가 미처 찾지 못하고 적병의 칼에 죽고 군사들도 거의 함몰하였다.

이 소문을 듣고 군중이 크게 놀래었다. 더욱 놀란 것은. 세 순찰사와 서울서 내려 온 군관들이었다. 이튿날 아침에 적병 사오인이 머리에 흰 수건을 동이고 긴 칼을 내어 두르며 오만 대군을 향하여 달려 오니. 좋은 말이 있는 순찰사와 군관들은 기운차게 채찍을 둘러 달아났다. 장사 없는 군졸들은 군자와 기계를 내어 버리고 그들의 용감한 장수들의 뒤를 따랐다. 오만 대병이 무너지는 소리가 산 무너지는 소리와 같았다. 이 광(李光)은 무사히 전주(全州)에. 윤국형(尹國馨)은 공주(公州)에. 김 수(金粹)는 경상 우더에 각기 탁족이나 시회하려 갔던 사람 모양으로 돌아 가서 선화당에 들어 앉았다. 그리고 용인 오만 대병이 앉았던 자리에는 군자. 군기가 무수히 길을 막아서 사람이 통행할 수가 없으므로 적병들은 이것을 모아 놓고 불을 갈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