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에 나아갈 때마다 이 순신은 제장에게 신칙하여 적병에게 붙들렸던 우리 나라 사람을 힘써 찾아 사로잡되 적선을 무찌를 때에도 각별히 수색하여 한 사람이라도 우리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당부하고 또 적에게 잡혔던 우리 사람 하나를 찾아 오는 것은 적 하나를 베는 것과 공이 같다고 약속하였다.
그래서 모든 장졸들은 혹시 우리 사람을 상하지나 아니할까 하여 적선을 점령한 때에는.
조선 사람 『 있거든 나서라. 사또께서 조선 사람은 살리라신다.』
하고. 크게 외치었다. 그러면 그 배에 조선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소인이 조선 사람이요. 살려 주시오.』
하고. 합장하고 나섰다.
이렇게 찾은 사람이 이번 싸움에 남녀 합하여 여섯 명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나이가 어려서 말을 알아 들을 수가 없었고. 그중에 하나. 녹도 만호 정운(鄭運)이가 당목개 밖 바다에서 사로잡은 동래(東萊) 사노 억만년(私奴億萬年)이라는 십세 된 아이 하나는 매우 영이라여 묻는 말에 분명히 대답할 수 있었다. 억만년은 머리를 꿇어 왜 모양으로 차렸다. 순신은 이러한 적에게 사로잡혔던 사람을 얻은 때에는 반드시 몸소 심문하였다.
『어디 살어?』
하고. 순신이 물으면.
『동래 동문 밖 연못골(東萊門外 연못골) 사오.』
하고. 억만년이가 대답한다.
『몇 살이니?』
『열 세살이요.』
『어찌하다가 적병에게 잡혔어?』
『부산에 난리가 났다고 하기로. 어머니 아버지를 따라서 성내로 들어 왔소.』
『어느 날?』
『날은 모르겠소- 사월이라오. 성내에 들어 갔는데 왜병이 수없이 와서 성을 다섯 겹을 쌌더라오. 그리고도 남은 군사가 땅에 꽉 덮였더라오. 그중에 왜병 한 백여 명이 대강이가 커다란 방패를 들고서 백여 명이나 넘어 들어 왔더라오.
그리고 한편으로 대 사다리를 성내다 놓고는 성을 넘어 들어와서는 성안에 있던 우리 사람들을 막 죽였다오. 소인은 그 통에 친형을 잃고 갈 바를 몰라서 엉엉 우노라니깐. 어떤 왜병 한 사람이 소인의 손을 붙잡고 소인을 끌고 부산으로 갔소. 부산에서 오륙일을 지나서 그 배(자기가 정 운에게 잡히던 배)에 옮겨 실렸는데. 그 배에 있던 사람 칠팔인이 소인을 보고 무에라고 지껄이며.
검을 둘러서 소인을 치려고 하겠지요. 그러는 것을 소인을 데리고 가던 사람이 팔을 벌리고 가리워 주었소. 그리고는 소인을 배 창널 윗집 밑에 숨겼소.』
『그때에 부산에 배가 몇 척이나 있더냐?』
『왜선이 얼마나 되는지 그것은 모르겠소.』
『그래 어찌했어?』
『배를 타고 한 오륙일이나 있다가 대선 삼십여 척이 한때에 떠나서 우도(경상 우도를 가리키는 말)로 간다고 합데다. 그중에 여러 층으로 지은 배가 있는데 그것이 장수가 탄 배라오. 총각선 밑에 여러 배들이 모여서 무슨 영을 듣고는.
두 배씩도 가고 세 배씩도 가는데. 도네에 들어 가 소랑 말이랑 돼지랑 닭이랑 곡식이랑 아니가지고 오는 것이 없읍데다. 어떤 때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의 대가리도 둘씩 셋씩 상투를 풀어서 맞매어서 가져다가 장수에게 바치기도 하는데. 그런 때에는 배에 탔던 사람들이 모두 좋아라고 떠듭데다.』
억만년은 진저리 치는 모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