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50: 11

진시나 되어서 전선을 불사를 때쯤 해서 경상 우수사 원균(元均)과 남해 현령 기 효근(奇孝謹) 등이 배를 달려 와서 바당 빠져 죽은 적병의 세체를 건져 분주히 목을 잘랐다. 모두 오십 개나 잘라 가지고 의기양양하여 뱃머리를 돌렸다.

방답 첨사 이순신은 몸소 적선에 올라 수험하였다. 뱃머리에 정결하게 꾸민 방 하나가 있는데. 방에는 화려한 장막을 둘렀고 방안에 조그마한 궤 하나가 놓였는데 열어 보니 무슨 문서가 들었다. 펴 본즉 사람의 성명을 적은 발기인데.

성명 밑에는 모두 피를 발랐다. 사람 수효가 모두 삼천 사십여 명이요. 군기를 갈라서 성명을 적었다. 아마 피를 내어 죽기로써 서로 맹세한 것인 듯하였다. 이 발기가 여섯 축이요. 그 밖에 갑주. 창검. 활총. 표피. 말한장 등물도 있었다.

방답 첨사 창검 활총 ... 표피. 말안장 등물도 있었다. 방답 첨사 이순신은이 물건들을 다 봉하여 순신에게 바치었다. 순신은 피로 수결된 삼천 사십여 명의 발기 여섯 축을 차례로 내려 본 두에.

『과시 독한 무리로고나!』

하고. 감탄하고 방답 첨사 이순신이 베어 온 적장의 머리 아홉 개 중에서 화살 십여 개를 맞도록 까딱 없이 칼을 짚고 싸웠다는 젊은 장수의 머리를 보고는 정색하고 찬탄하는 뜻을 표하였다. 그리고 적장의 머리들을 왼편 귀를 베어 소금에 저려서. 왕께 보낼 때에도 이 젊은 장수의 머리는 특별히 정하게 싸고 표를 하여서 보내었다. 왼편 귀는 베어서 이편에 보관해 두어서 중간의 협잡을 방지하자는 것이었다.

이날 검은 구름이 바다를 누르도록 하늘을 덮고 비가 퍼부어 도무지 배질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목개 앞바다에서 군사를 쉬다가. 석양에 비가 개는 틈을 타서 고성지경 머루장( ) 앞바다에 진을 옮겨서 밤을 지내었다.

이튿날은 유월 칠일이다. 아침에 일찍이 배를 띄워 웅천(熊川)땅 시루섬( ) 바다에 진을 치고 탐망선을 보내어 천성(天城). 가덕(加德)의 적의 종적을 엄탐케 하였다.

이윽고 탐방선장 진무( ) 이 전(李전)과 토병(土兵) 오수(吳水) 등이 적병의 머리 둘을 베어 가지고 돌아 왔다. 그들의 보고에 의하건댄. 그들이 탐망선을 타고 가덕이편을 보고 북으로 달아나는 것을 보고 따라 가서 셋을 다 목을 베었으나. 그중에 하나는 경상 우수사 원균의 군관에게 강제로 빼앗기고 둘만 가지고 온 것이라고 하며. 원망스럽게.

『경상 우수영 놀들은 산대적은 하나도 못 잡으면서 죽은 대적의 머리 주워 모우기만 할 줄 아나. 경을 칠......』

하며 떠들었다.

순신은 말을 삼가라고 책망하고 이 전과 오수 등에게 술과 안주를 주어 먹게 하고. 다시 척선을 돌아 적병의 종적을 알아 오라고 명하였다.

순신은 함대를 끌고 적선의 유무를 살피면서 거제도 기슭을 돌아 오기에 영등포 앞바다에 다다랐다.

『왜선이야!』

하는 소리가 일어났다.

과연 검은 돛 단 대선 오척과 중선 이척이 밤개(밤개)에서 나와서 부산(釜山)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편에서는 바람을 거슬러 노를 재촉하여 오리쯤 가서 밤개 밖에서 적선들을 따라 잡았다. 그 배들은 실었던 짐을 물에 풀러 버리었다. 아무리 하여도 면치 못할 줄을 알아 차린 모양이었다.

우후 이 몽귀가 대선(李夢龜) 일척을 바다에서 온 이로 잡고. 머리 아홉을 베고.

한 척을 하륙하는 것을 불사르고. 사도 첨사 김완(金浣)이 대선 한 척을 온이로 바다에서 잡고. 머리 이십 급을 베고.녹도 만호 정운(鄭運)이 대선 한 척을 바다에서 온이로 잡고. 머리 아홉을 베고. 광양 현감 어영. 가리포 처사 구 사직담(魚泳潭)이 동력하여 대선 한 척이 하륙하는 것을 불사르고. 구 사직이 머리 둘을 베고. 여도 권삼 김인영(金仁英)이 머리 하나를 베고. 소비포 권관 이 영남(李英男)이 소선을 타고 돌입하여 머리 둘을 베고. 공선 하나를 바다에서 살라 버렸다. 이리하여 혹은 베이고 혹은 물에 빠지어 적병이 하나도 없이 다 죽어 버리고 말았다.

『어쾌하다!』

하고 제장들은 심담이 쾌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