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루선의 충루가 깨어지고 불이 붙고 또 장수가 활을 맞아 죽어 떨어지는 양을 보고 남은 적선 네 척이 이창황한 틈을 타서 돛을 달고 북으로 달아나려 하였다. 순신이 이억기로 더불어제장을 거느리고 달아나는 적선을 딸 에워싸고 활과 불로 치고 적병들은 견디지 못하여 혹은 물에 뛰어 들어 헤어서 육지로 나가려 하고. 혹은 큰 배를 버리고 종선을 타고 달아나 산으로 기어 올라서 달아났다. 이편 군사들은 부실부실 내리기 시작하는 비를 무릅쓰고 혹은 창을 들고. 혹은 활을 끼고 적병을 따라 가 혹은 물에서 혹은 발 가운데서 혹은 산에서 둘씩 셋씩 단병 접전을 하여 적병의 머리 사십 삼 급을 베어 가지고 피 흐르는 창과 칼을 두르며 돌아 왔다.
순신은 적선을 전부 불사르고 오직 배 한 척만을 남겨 푸구에 두어 상륙하여 피신하였던 적병들이 도망할 기회를 주게 하고 군사를 거두니. 이때에 벌써 날이 저물어 검은 그림자가 싸움 뒷바다를 덮었다.
그날 밤을 당목개 앞바당에서 지내고 이튿날 평명에 방답 첨사(防踏僉使) 이순신(李純信)이순신의 명을 받아 그 부하에 달린 배를 거느리고 어젯밤 당목개 어귀에 남겨 둔 배에 적병이 탔나 아니 탔나를 보러 갔다.
방답 첨사 이순신의 배가 다옥개 어귀에 다다르니 아니나 다를까. 적선 한 척이 당목개 어귀에서 빠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어제 싸움에 져서 배를 버리고 물으로 도망했던 적병들이 이편의 계교대로 밤 동안에 돌아 와서 한 척만 남겨 놓은 배를 잡아 타고 장차 부산으로 도망하려 하는 것이었다.
방답 첨사 이순신이 불의에 섬 그늘에서 나서서 그 배의 앞길을 막고 지현자 총통(地玄字銃筒)을 놓아 아직도 어두운 당목개의 새벽을 흔들었다.
불의에 포향을 들은 적선은 창황하게 뱃머리를 돌려 동쪽으로 달아나려 하였으나 동쪽으로서도 또 이편 배가 내달으며 우선 방포하여 적선의 기운을 지르고 연하여 장편전(長片箭). 철환(鐵丸). 질려포(蒺藜砲). 대발화(大發火) 등을 쏘고 던지었다.
적선은 좌우로 협공을 받으매. 달아나기 어려울 줄을 알고 대적하여 싸우려 하였으나. 이편의 공격이 자못 맹렬하여 다수의 군사가 사상하매. 도저히 견디지 못할 줄 알고 화전에 뚫어진 돚과 총통에 부서진 뱃머리로 죽기를 무릎쓰고 달아나려 하였다 방답 첨사 . 이 순신은 군사를 시켜 쇠갈고리를 던져 적선을 끌어 내었다. 적선은 그 쇠갈고리를 벗으려고 만단으로 애를 썼으나. 아무리 하여도 벗을 길이 없이 바다로 끌려 나갔다. 바다 가운데로 끌려 나갔으니.
물르로 내려서 도망하려 하나 도망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선중에 있던 적병들이 반이나 살은 맞아 죽고 반이나 물에 빠져 죽었다.
그중에 이십 사오 세나 되는 적장 하나가 부하 여덟 명을 데리고 끝까지 싸웠다.
그는 키가 크고 얼굴이 준수하고 화려한 군복을 입고 긴 칼을 짚고 우뚝 섰다.
이편에서 그 장수를 향하여 활을 쏘아 살을 칠팔 개나 맞아서 전신이 붉은 핏빛이 되어도 그는 까딱 아니하고 여전히 칼을 짚고 섰다. 살아 남은 여덟 명 부하도 죽기까지 그의 명령을 복종하여 싸웠다. 그러나 마침내 살십여 개를 맞으매. 그 장수는 분함을 이기지 못하는 듯한「으흑」하는 한 소리를 지르고 물에 떨어졌다. 이편 군사들은 곧 그 장수의 머리를 베었다.
살아 남았던 여덟 명 장수는 칼 짚은 장수가 죽은 뒤에 다 죽을 때까지 칼을 두르고 활을 쏘았다. 그들은 피를 흘리고 엎어졌다가는 다시 일어나서 비틀거리며 싸웠다. 죽을지언정 사로잡히지는 아니할 결심인 듯하였다. 그러나 마침내 군관 김성옥(金成玉)등의 손에 다 죽어 버리고 말았다. 싸움이 다 끝난 뒤에.
『괴시용사다!』
하고. 방답 첨사 이순신은 아홉 적장의 머리를 앞에 놓고 술을 따라서 혼을 위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