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46: 7

적장의 바로 죽기 전 행동에 대하여 그와 십 오 일간부부 생활의 정을 바꾼 억대는.

『오늘 접전할 때에 그 충루선에 조선 화살과 탄환이 비오듯 떨어지는 때에야 아! 소리를 치고 떨어졌소.』

하고. 적장이 죽을 때에 겁이 없이 태연하던 것을 자랑하는 듯하였다.

화살과 철환에 맞아 쓰러진 군사를 낭자하게 버리고 적병이 다 육지로 도망한 뒤에 적선에 있는 쓸 만한 물건을 수습하고 비인 배를 다 태워 버리고 장차 군사를 놓아 물으로 달아나는 적병을 소탕하려 할 즈음에. 탐망선이 들어 와서 적의 대선 이십여 척이 소선을 수없이 거느리고 거제로부터 당포를 향하고 온다는 말을 과하였다.

순신은 당포는 좁아서 잡전하기 불편하니 큰 바다로 나가자 하여 뱃머리를 돌렸다. 함대가 사량 바다에 나서매. 오리쯤 되는 곳에 과연 적전 대소 오륙십척이 장사진으로 오다가 이편 함대를 보고 방향을 돌려 도망하려 하는 것을 이편 배들이 따라 가 난바다로 쫓아 버렸다. 제장은 가는 데까지 따라 가서 때려 부수기를 주장하였으나. 순신은 날이 저문 것을 이유로 군사를 돌렸다.

대개 적선이 이편을 보고 싸우지도 않고 마치 미리 계획하였던 것닽이 어떠한 방향으로 달아나는 것이 반드시 무슨 흉계가 있을까 함이었다. 이날 밤은 창신도(昌信島)에서 군사를 쉬었다.

이튿날 유월 초삼일 이른 새벽에 배를 떼어 싸리섬( ) 근방의 여러 섬들을 두루 찾았으나 적병의 그림자도 없었다. 이날 밤을 고성 땅 고둔개(古屯漑)에서 쉬이고 초사일 조조에 그저께 싸우던 터인 당포 앞바다에 이르러 소선을 보내어 적선의 유무를 바라보게 하였다.

사시나 되어 웬 사람 하나가 산으로서 뛰어 내려와 순신의 주사를 보고 기쁜 듯이 아뢰었다.

『그저께(초이일)접선 후에 적병이 죽은 자기네 편 군사들의 목을 베어 한 무더기로 모아 쌓고 불에 태워 버리고 그리고는 육로로 달아났소. 달아날 때에 우리 사람을 만자도 죽일 뜻은 없고 길에서도 통곡을 하며 달아났소.』\ 하였다.

『그때에 구원 오던 적선은 어디로 갔다더냐?』

하는 물음에 다하여서는 그는.

『당포밖에서 쫓겨난 적 선은 거제로 갔답디다.』

하였다.

이 사람은 강 탁(姜卓)이라고 부르는 토병이었다. 순신은 곧 거제로 가서 당포에서 달아난 적의 주사를 치고. 가덕. 부산의 적의 소굴을 소탕하고 싶으나.

아직도 전라 우수사 이억기(李億棋)의 함대가 오지 아니하니 너무도 형세가 고약하였다. 게다가 순신의 왼편 어깨의 총맞은 자리가 여름살이라 용이하게 낫지를 아니하여 고통이 적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적이 있는 곳을 알고도 뒤로 물러 갈 수는 없었다. 순신은 제장을 불러서 거제로 행선할 뜻을 말하고.

『이번 길에는 적의 소굴을 소탕할 터이니 제장은 각기 힘을 다하라.』

하고 약속을 선명하였다.

제장도 첫째로는 번번이 이기는 싸움에 자신을 얻고 또 순신의 지혜와 용기에 신뢰심이 굳어 기뻐 뛰며. 싸우러 갈 것과 죽을 힘을 다하여서 싸울 것을 약속하였다. 저녁 들물을 기다려 막 배가 떠나려고 할 때에 멀리서쪽으로 전라 우도 수사 이억기가 거느린 이십 오척이 위풍 당당하게 오는 것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