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45: 6

오후 이 몽귀가 적의 충루선을 수색할 때에 선상의 적장의 거실(있던 방)인 듯한 방을 수색하였다.

배에 있는 방이라 그리 크지는 아니하나 심히 정결하고 또 바닥에 깐 것이든지. 방안에 놓인 물건이든지 모두가 극히 사치하고 화려하여 마치 사치한 귀인의 침실을 보는 것 같고 무장의 방을 보는 것 같지 아니하였다.

이 몽귀는 책상 위에 놓인 금빛 부채 한 자루를 얻었다. 보니 부채 한편에는 한가운데.

『戮月八日이 吉』

이라고 쓰고 오른편에.

『( )』

리는 다섯 자를 쓰고 또 왼편에는.

『( )』

이라는 여섯 자를 썼다. 그래서 이부채를 소중하게 칠한 각에 봉해 둔 것이었다. 이 몽귀는 이것을 순신에게 바치었다.

또 소비포 권관(所非浦權管) 이 영남(李英男)은 이 층루선을 수색하다가 장수 있는 방 곁에서 어여쁜 여자 둘을 발견하였다. 이 영남이 칼을 들어 치려 할 때에 그 여자는 두 손을 들어 비는 양을 하며.

『 장군님 살려주오. 소인은 조선 사람이요.』

하고 외쳤다.

당포에 있는 이십 일척 배를 다 깨뜨리고 싸우이 끝난 때에(이때는 벌써 저녁때였다) 순신은 몸소 그 여자를 심문하였다.

『네가 조선 사라이야?』

『예. 그러하오.』

하고. 한 여자가 대답하였다. 그 여자가 두 여자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집이 어디냐?』

『울산(蔚山)이요.』

『울산서 무엇하던 계집이냐?』

『비자요. (남의 종이란 말이다.)』

『이름이 무엇?』

『상전은 김생원이옵고 소인은 억대(億代)라고 하오.』

『그럼 어찌하여 적장의 배에 탔어?』

『날은 어느 날인지 모르겠소. 상전댁을 따라 피난 가는 길에 오늘 여기서 활 맞아 죽은 장수한테 사로잡혔소.』

『그래서 적장에게 몸을 허하였느냐?』

『그리하였소. 언제나 그 장수와 함께 있었소.』

『적장의 이름이 무엇이냐?』

『소인은 이름은 모르오.』

『적장이 어떻게 생겼어?』

『키가 훌쩍 크고 기운이 세고 매우 잘났소.』

『나이는 몇 살이고?』

『서른 살이나 되었소.』

『적장이 날마다 하는 일이 무엇이던고?』

『낮에는 배상층 누에 올라가 누런 비단 전복에 금관을 쓰고 있고. 밤이면 소인의 방에 들어와 잠을 잤소.』

『그놈이 얼마나 높은 장수더나?』

『얼마나 높은지는 몰라도 모든 배에 있는 장수들이 다와서 꿇어 앉아서 영을 듣고. 혹시 영을 어기는 놈이 있으면 용서 없이 목을 베어 죽입데다.』

『적장이 무슨 말을 하였어?』

『예. 혹 술도 가지고 와서 대접하고 이야기도 하고 웃기도 하지마는.

오롤오롤하는 소리를 소인은 한 마디도 못 알아 들었소. 간혹 가다가 울산(蔚山)이니. 동래(東萊)니 전라도(全羅道)니 하는 말은 조선말과 같읍데다.』

『오늘 그놈이 죽기 전에는 어찌하였어?』

하고. 순신이 물을 때에는 억대는 낯이 붉어지고 눈물이 쏟아지며. 매우 흥분한 빛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