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44: 5

원균은 순신의 허락을 받고 급히 배를 몰아 어제 저녁 싸우던 싸움터인 사천에 갔다. 거기는 순신이 적선 두척을 성하게 남겨 둔 곳이다. 그것은 육지로 올라서 도망하였던 적병이 필시 배를 찾아 들어오리라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원균이 갔을 때에는 적병은 아마 육지로 멀리 달아났는지배에는 하나도 없었다. 원균은 분하여 비인 배에 불을 사르고 적군이 진 첬던 곳을 두루 찾아 적군이 도망할 때에 내어 버리고 간 시체 세 개의 목을 베어 가지고 면목 없이 본진으로 돌아 왔다.

원균이가 순신에게 물어 봄도 없이 자의로 행선하려한 것을 분개히 여겨 순신이 원균으로 하여금 사천에 남겨 둔 배를 차지하게 한 것을 원망하였다.

그때에 순신은.

나라를 생각하는 충성으로 『싸우는 사람도 있고 공을세원 상급을 받자는 사욕으로 싸우는 사람도 있소. 공을 바라는 사람에게는 공을 주어야 잘 싸우는 것이요. 지금 나라 일이 급하고 싸울 사람이 적으니. 싸울 재주 있는 사람을 아끼는 것이 좋소.』

하며. 자기가 원균을 우대하는 이유를 암시하였다. 원균이 죽은 적병의 머리 셋을 베어 달고 돌아 오는 것을 기다려서. 순신은 모자랑개에서 행선하여 사량섬(蛇梁섬) 앞바다에 이르러 닻을 주고 밤을 지내며 사방으로 탐보선을 놓아 적선이 있는 곳을 엄타하였다. 자고 나니. 유월 이일 새벽에 적선 이십여 척이 당포(唐浦)에 정박하고 있다는 탐보를 듣고 제장에게 곧 당포를 향하여 행선할 것을 명하였다. 전함대가 사량 바다를 떠난 것이 진시. 당포에 닿은 것이 사시였다. 당포는 미륵도(彌勒島) 서남단에 있는 포구로 만호(萬戶)를 두었던 데다.

당포에 다다르니 과연 선창에는 적의 대선 구척과 중선과 소선과 소선 십 이 척과 도합 이십 일척의 배가 정박하고 있는데. 대선은 크기가 조선의 판옥선 만하였다. 그중에 큰 배하나가 있는데. 배 위에 삼사십 척이나 될 듯한 높은 누가 있고 밖에는 붉은 김으로 장막을 두르고 장막의 사면에는 대자로 누를황(黃)자를 쓰고 그 속에 수장 한 사람이 있는데 앞에는 분홍 일산을 받았다. 적병의 수효는 모두 삼백 명이나 될까? 반은 성안에 들어 가 노략하고 불을 놓고. 또 더러는 성 밖 요해처에 웅거하여 이편의 함대가 오는 것을 보고.

일제히 조총을 놓아 철환을 내려 부었다.

순신은 그 높은 누 있는 배가 적의 대장의 배인 것을 짐작하고 즉시 거북선을 명하여 그 층루선을 찌르게 하였다. 거북선은 살같이 달려 가 용구(거북선의 입)를 번쩍 들어 굉연한 소리와 함께 현자 철환(玄字鐵丸)을 충루선을 향하여 올려 쏘고 또 천지 대자군전(天地大蔣軍箭 화살의 이름)을 쏘아 그 배를 깨뜨리니 뒤에 따르는 모든 배가 일제히 총과 활을 쏠 제. 중위장 순천 부사 권준(權俊)이철환의 비를 무릅쓰고 배를 몰아 바로 그 충루선의 밑으로 달려 들어 활 한 방을 우러러 쏘니 그살이 바로 적장의 이마를 맞혀서 빨갛게 피가 쏟아지는 것이 보였으나 적장은 왼편 손을 들어 이마에 박힌 살을 빼어 던지고 태연 자약하게 여전히 칼을 두르며 싸움을 감독하였다.

그러나 군 준의 둘째 살이 그의 가슴에 박히매 그는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충루 위에 떨어졌다. 적장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사도 첨사 김완(金浣). 군관 진 무성 등이 그 배에 (陣武誠) 뛰어 올라 넘어진 적장의 머리를 베고. 우후 이 몽귀 등은 배에 올라 남은 군사를 사로잡고 배를 점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