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43: 4

사천 싸우이 끝이 나니 날이 저물었다. 순신은 모자랑개(毛自郞漑)로 가자고 명하였다. 뱃머리를 돌려서 장졸이 의기 양양하였다. 다만 군관 나대용(羅大用)과 전봉사(前奉事) 이 설(李渫)이 적의 철환을 맞아서 장졸들에게 위문을 받았다. 그러나 그 상처도 대단치는 아니 하였다. 순신은 총 맞은 나 대용과 이 설을 자기가 탄장선으로 옮겨 손수 그 상처를 살폈다.

우후 이 몽귀(李夢龜) 이하로 춘천 부사 권준. 광양 현감 어영담. 녹도 만호 정운. 군관 송희립 등이 전승 축하차로 순신의 배로 모였다. 원균도 찾아왔다. 모시는 자가 순신의 갑옷을 벗기니. 적삼 등에 피가 흐는 것이 보였다.

『사또!』

하고. 곁에 모였던 장졸들이 놀랐다.

『왼편 어깨에 철환을 맞은 모양이야. 이쪽 어깨쭉지가 조금 아프다.』

하고. 순신은 피 묻은 적삼을 벗었다. 적삼 밑에는 피가 더욱 많이 흘러서 고의까지 붉게 젖고 버선목까지 흘러들어 가 끈적끈적하게 선지피가 되었다.

『어깨를 맞으셨소.』

하고. 정운이 대단히 근심하는 어조다.

『그 보선 사람 탔던 큰 배를 칠 때에 뒤에서 뜨끔하였거든. 그놈의 철환이 나를 맞혔기로 뼈까지 뚫겠느냐. 자 칼끝으로 살 속에 박힌 철환을 파내어라.』

하고. 사람들 앞에 등을 돌렸다. 녹도 만호 정운이 꿇어 앉아 칼끝으로 순신의 왼편 어깨에 밖힌 철환을 그리 힘들이지 아니하고 파내었다.

『그 철환이 여기 있소.』

하고. 정운은 파내인 철환을 순신에게 주었다. 순신은 손에 받아 들고 두어 번 굴려 보더니 바다에 내어던지고 말았다.

『들어가 누우시오.』

하고 부하가 권하였으나 순신은 태연히 옷을 갈아 입고 장선에 모인 부하들로 더블어 술을 나누었다.

이튿날 유월 일일 새벽에 원균이 배를 끌고 순신에게는 말도 없이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같은 함대에 있으면서 말도 없이 먼저 행진한다는 것은 심히 옳지 못한 일이었다.

순신은 군사를 시켜 원균의 배를 향하여.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라고 명령하였다. 원균은 낭패하여 뱃머리에 나서며 순신의 배 곁으로 자기의 배를 저어대게 하고.

『영감. 어깨의 상처가 밤새에 과히 아프지나 아니하시오?』

하고. 아침 문안을 하였다. 순신이 역시 뱃삼에 나서며.

『상처는 대단치 아니 하오마는. 영감은 이렇게 이른 새벽에 어디를 가시오?』

하고. 원균에게 물었다.

『어저께 적선 두 척 남겨 놓으신 것이 있지 아니하오? 혹시 적병이 계교에 빠져서 들어 왔는지도 알 수 없으니. 소인이 가 보려오. 어찌 영감이 몸도 불편하신데 몸서 가실 수가 있소. 소인이 가더라도 얻은 수급은 영감께 바치오리다. 소인이 패군지장으로 영감의 후의가 아니면 거접할 곳이 없을 것이 아니요?』

하고. 원균은 정성이 넘치는 듯한 어조로 말한다.

『그러하시거든 가 보시오.』

하고. 순신은 좋은 낯으로.

『우리네가 국가의 중하신 부탁을 받아 가지고 저군과 싸우는 처지에 어디 네요. 내요가 있소? 하나라도 적병을 없이하는 것이 상책이니까. 수급이 뉘 것이요. 공이 뉘 것인 것은 말할 것이 있소? 혼자 가시기 단약하시거든 적선 몇 척을 드릴 테니 데리고 가시오.』

하였다. 얼마 전 옥포 싸움에 원균이가 노획물을 빼앗기 위하여 순신의 군사 두 사람을 살로 쏜 것을 순신도 기억하지 못함이 아니나. 인물이 없는 이때에 원균 같은 재주라도 아무쪼록 버리지를 말려는 정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