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병을 살려 두고 어디로 가오?』
하고. 군관 송한련(宋漢蓮)이순신에게 물었다. 녹도 만호 정운. 과양 현감 어영담. 군관 송희립 같은 이들도 싸우지도 아니하고 퇴군하는 것을 자못 불평하게 생각하였다. 경상 우수자원균 같은 이는 이것은 순신이 겁이 난 때문이라도 비웃었다.
그러나 순신은 무슨 결심이 있는 듯이 제장의 불평도들은 체 아니하고 배를 끐으로 몰았다. 대개 육지 가까운 데서 싸우면. 적병이 뭍으로 올라서 도망할 근심이 있기 때문이었다.
순신의 주사가 사천 육지의 진중에 있던 적병이백여 명이 진으로부터 내려와 반은 배에 오르고 반은 육지에 모여서서 방포하고 날뛰며 싸우기를 청할뿐더러 마치 조선 병선이 물러 가는 것을 조롱하는 듯한 빛을 보였다.
이러한 광경을 보고 순신의 부하 제장은 모두 팔을 뽐내어 적병과 한번 싸우기를 청하였다 제장이 스스로 . 싸울 마음이 나게 하는 것도 순신의 희망하는 바였다.
순신이 보니. 장졸이 싸울 뜻이 강하고 또 적병이 심히 교만한 것이 모두 순신이 바라고 기다리던 바와 합하였다. 적이 교만하고 내가 싸울 뜻이 있는 것은 반드시 이기는 비결이다. 게다가 저녁 밀물이 들기 시작하니. 징히 때를 만난 셈이었다.
『배를 돌렸라!』
하고. 순신의 명령이 또 한번 내렸다. 이십 삼척의 병선은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돛을 돌리고 키를 돌려 다시 사천 포구를 향하였다. 순신은 우선 거북선을 놓아 적선 중으로 돌진케 하여 천. 지. 현. 황. 각양 총통을 놓게 하였다.
적병들은 괴물과 같은 거북선이 입으로 불과 연기를 토하며. 전후 좌우로 갹양 총포를 놓으며. 횡행하는 것을 보고 산상에 있는 군사. 해안에 있는 군사가. 모두 경동하여 거북선을 향하고 철환을 빗발같이 내렸다.
적병들이 거북선 하나에 공격을 집하고 있는 틈에 다른 병선들은 점점 가까이 들어 왔다.
『사또. 저 배에는 조선 사람이 있소.』
하고. 어떤 군관이순신을 보고 적선 하나를 가리켰다. 과연 그 배에는 조선 옷을 입고 조선 상투를 짠 사람이 간단이 섞이러서 조선 편을 향하여 총을 놓고 있었다. 그것을 볼 때에 순신은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가슴이 끓음을 깨달았다.
『이놈들! 조선의 우로를 먹은 놈들이! 네 저놈들부터 먼저 잡아라!』
하고. 순신은 소리쳤다. 그 소리가 우레와 같고 보통 사람의 음성 같지 아니하였다. 순신은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몸소 조선 사람 있는 적선을 향하였다.
『빨리 저어라!』
순신은 몸소 앞장을 서서 싸움을 보고 제장들도 그 뒤를 따라. 순신이 향하는 배를 습격하여 순신을 도왔다.
철환. 장편전(長片箭). 피령전(皮翎箭). 화전(火箭). 천지자총통(天地字銃筒) 등이 터지고 나는 소리가 풍우와 같았다. 적병은 화살을 가슴에 안고 자빠지는 자.
등에 지고 엎어지는 자. 팔이나 다리에 맞고 미처 빼어 낼 사이도 없이 비칠거리고 달아나는 자. 피를 뿜고 물에 떨어지는자. 그 부르짖는 소리가 실로 참담하였다. 마침내 적병들은 견디지 못하여 배를 버리고 물에 올라 달아나나 살아 난 자가 십에 일이 되지 못하였다. 적병 속에 끼어 적을 위하여 싸우던 조선 사람의 시체를 찾으려 하였으나. 배 속에서도 찾지 못하고 바닷물에 나 뜬 시체 중에도 보이지 아니하였다.
이 싸움에도 적병에게 사로잡혔던 조선 계집아이 하나를 찾았다. 사천에 있던 적선 십 이척은 모조리 깨뜨려 불사르니. 적병들이 멀리서 바라 보고 발을 구르며 통곡하였다. 이것이 사천 싸움이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