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37: 5

수사뿐 아니라. 이 신동의 말을 듣는 사람은 다 비감하지 않을 이 없다.

『네가 여기서 나가다가는 적병에게 붙들릴 염려가 있으니. 병선을 타고 같이 가는 게 어떠하냐?』

하고. 순신이 이 신동에게 말하였다. 신동은 이마를 조아리며.

『사또 은혜는 백골난망이오나. 늙은 어미와 처자가 간 곳을 모르오니 소인 혼자 편안히 사또를 따라 갈 수가 있소? 소인은 가서 어미와 처자를 찾아 보아야 하겠소. 벌써 죽었는지도 알 수 없사오나. 죽었으면 신체라도 찾아서 묻어야 하겠소.』

하고. 어린 것을 업고 배에서 내려 갔다. 이것을 본 장졸들은 더욱 가슴이 아파 서로 격려하여 동심육력할 것을 맹약하였다.

순신은 곧 주사를 끌고 천성(天城). 가덕(加德). 부산(釜山) 등지로 가서 적의 소굴을 복멸할 생각이 간절하였으나 아직 전하 우수사 이억기(李億祺)의 함대가 오지 아니하였은즉 미약한 힘을 가지고 혼자 적의 속으로 들어 가는 것이 위태한 일이라 하여 거제 앞바다에서 이억기의 주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에 문득 본영(전라도 좌수영)의 탐보선이 달려의서 전라도사 최철견(全羅都事崔鐵堅)으로부터 이 순신에게 온 편지를 전하였다. 그 편지에는 사월 이십 구일에 왕이 서울을 버리고 관서로 피난하였다는 것을 보고 순신은 한손에 최 도사의 편지를 쥐인 채 엎더져 통곡하였다.

모든 장졸들도 이 소문을 듣고는 북향하여 통곡하기를 마지 아니하였다.

최 도사의 편지 사연이 심히 간단하여 서울이 적병의 손에 들었는지 아니 들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왕이 서울을 버리고 관서로 달아났다는 말 한 마디는 모든 장졸에게.

『인제는 다 망했구나.』

하는 벼락 같은 격분을 준 것이다. 순신은 심히 마음이 비창하여 전군에 영을 내려 본영으로 돌아 가게 하였다. 순신의 생각에는 우선 본영에 돌아 가 서울 소식과 왕의 소식을 자세히 알아 보고. 혹은 다시 전라 좌우도 수군을 합하여 천성(天城). 가덕(加德). 부산(附酸)의 적의 수군을 소탕할 계획을 세우든지.

그렇지 아니하면 주사를 끌고 평안도로 가서 왕을 호위할까. 좌우간에 결정 하자는 것이었다.

이때로 말하면. 경상도와 경성 간에는 세 길이 다 적군에 막혀서 소식을 통할 수가 없으니. 경성서나 이북의 소식을 알자면 전라도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순신에게는 또 한 가지 근심이 있었으니. 그것은 적병이 육로로 전라도를 침범하지 아니할까 함이었다. 적병이 육로로 전라도를 침범하려면 진주(晋州)를 지나서 섬진강(蟾津江)을 건너는 길과 충청도르 거쳐서 전주(全州)로 들어오는 두 길이 있다. 만일 진주와 전주가 무너지지 아니한다면 육로는 염려가 되지 아니하니. 그러한 경우에는 순신 자기는 주사로 물길을 막을 자신은 있었다. 그러니 진주가 과연 지켜질까. 순신은 그것을 염려하였다.

오월 구일 오시에 순신은 주사를 끌고 무사히 본영에 돌아왔다. 돌아 와서 왕이 무사하다는 소문을 듣고 적이 마음을 놓고 병선과 병기를 준비하며 군사를 조련하기로 일을 삼았다.

순신은 이번 옥포 기타의 싸움에 적선 사십여 척을 깨뜨리던 전말과. 주사가 지나 가는 곳마다 어떻게 백성들의 형편이 참혹이 참혹하더라는 것이며. 이 의지할 곳 없는 백성들이 우리 주사가 오는 것을 보고 어떻게 기뻐 뛰며 반기던 것이며. 그들은 다 배에 실어 안전한 곳으로 옮겨 오지 못한 것이 유감이란 것이며. 적선 사십여 척에서 몰수한 물건이 다섯 창고에 넣고도 남은 말이며. 그 물건들이 어떻게 사치하고 흉악하다는 사정을 세세히 왕께 계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