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36: 4

이튿날은 곧 오월 초파일이다. 날은 맑고 덥다. 아침밥도 먹기 전에 진해 지고리도(鎭海地古理渡)에 적의 병선이 우진하고 있다는 보변이 왔다. 순신은 곧 영을 내려 배를 띄웠다.

순신은 함대를 둘로 나누어 안과 밖으로 협공할 계교를 세웠다.

돼지섬(돼지섬)을 지나 고성(固珹)지경인 붉은돌(붉은돌)에 이르니 적선 십삼척이 바다목에 한 줄로 늘어서고 군사들은 더러는 포구와 동네에 들어 재물을 노략하고 집을 불사르러 가고 배에는 지키는 군사만 얼마 남아 있었다.

그러므로 그리 힘들이지 아니하고 그 배르 다 잡아 불살라 버릴 수가 있었다.

낙안 군수의 부하에 있는 순천대장(順天代將) 유섬(兪贍)이 대선 한 척을. 동부 통 장군거 급제 박영남. 보인 김봉수 등이 합력하여 대선 한 척을. 보성군수가 대선 한 척을. 방답 첨사가 대선 한 척을. 사도 첨사가 대선 한 척을. 녹도 만호가 대선 한 척을. 이순신의 대솔군관이 설. 송희립 등이 합력하여 대선 두척을. 군관 정 노위(定虜偉). 이 봉수(李鳳壽)가 대선 한 척을. 군관 별시위 송 한련(宋漢蓮)이 중선 한 척을 화약으로 깨뜨려 불살라 버린 뒤에야 장졸로 하여금 조반을 먹게 하였다. 전군이 아침밥을 먹고 휴게하는 중에 웬 사람 하나가 등에 어린아이 하나를 업고 산꼭대기로부터 울며 내려와 주사를 향하여 하소할 것이 있는 양을 보인다.

순신은 군사를 시켜 종선을 보내어 그 사람을 태워 오라고 하였다. 그 사람은 순신의 앞에 와서 더욱 슬피 울었다. 아비가 우는 양을 보고 등에 업힌 어린것도 목을 놓아 울었다.

『네 성명이 무어니?』

하고 군관이 묻는 말에 그 사람은.

『소인은 살기는 적진포(赤珍浦) 근처이옵고. 본시는 향화인이옵고. 성명이온즉 이 신동(李信同)이라고 하오.』

하고 대답한다. 그제는 순신이 친히.

『그래 무슨 일로 왔어?』

하고 물은즉. 신동은.

『에. 소인이 여쭐 말씀이 있어 왔소.』

하고 소매로 눈물을 씻고 나서.

『적병이 들어온 이후로 경상도는 무인지경이 되었소. 수령 방백이 다 달아난다는 소문을 들었어도 싸운다는 소문은 못 들었는 데 아까 뱃사람에게 듣사온즉 사또께서 주사를 거느리고 오시와 어제 거제도에서 적선 백척을 함몰하시고 또 돼지섬에서도 부수히 함몰시키시고 또 여기 적진포에 왔던 배도 저렇게 다 함몰을 하시니 소인이 오늘까지 목숨을 부지하옵다가 우리 군사가 숭전하는 양을 보오니 이런 기쁜 일이 어디 있소? 소인은 금시에 죽어도 여한이 없소. 대체 어떠하신 양반이 이처럼 갸륵하신고 하고. 한번 뵈옵고 이런 하소나 할 양으로 사또께 왔소.』

하고 무수히 순신을 향하여. 절하였다. 그의 모양이 하도 지성 즉달해서 보는 사람들이 다 감동하였다.

『적병이 그동안 어찌하였느냐?』

하고. 순신은 그 백성의 찬양하는 말을 막고. 적병의 형세를 물었다.

『예. 젛사오되. 적병이 어제 이 포구에 들어 왔소. 어제 이포구에 들어 와서 여염으로 돌아 다니면서 재물과 우마를 약탈하여다가 지금 싸또께서 불살라 버리신 저희들의 배에다 갈라 싣고 어젯밤 초경에 배를 끌어 내어 띄우고 소를 잡고 술을 먹고 소리를 하고 저를 불고 놀기를 밤새도록 하였소. 가만히 그 곡조를 들으니까. 개시 우리 나라 음률입데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반은 배를 지키고. 반음 물에 내려서 고성으로 갔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