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신은 앞서 가던 척후선을부터.
『적선이 보인다.』
는 보변을 듣더니. 곧 초요기(招搖旗)를 달기를 명하였다. 군사가 순신이 탄 장선에 초요기를 높이 다니 전후 좌우에 옹위하였던 제장이 모두 배를 저어 주장의 명령을 들으려고 장선 곁으로 모여 들었다. 제장은 무슨 무서운 큰일을 기다리는 듯한 눈으로 수사를 바라보았다. 경상 우도 수군에 속한 제장들도 사실상 이 순신의 절제를 받았다.
제장이 장선에 다오르기를 기다려 순신은 왕께서 받은 칼과 편지에 숙배하기를 제장에게 명하고 그것이 끝나매.
『지금 적이 옥포에 있다 하니. 우리는 인제 나아가 싸우려니와. 충영을 발하는 곳이 두려울 것이 없으니. 만일 물러 가는 자는 군법으로 시행할 것이요.』
하고 최후에 한층 소리를 높여.
『망동을 말고 고요하고 무겁기를 산과 같이 하오.』
하는 약속을 주었다. 제장은 엄숙하게 영을 듣고 일제히.
『예이.』
하고 그리한다는 대답을 하였다. 약속이 끝난 뒤에 척후선이 앞을 서고 다음에 선봉이요. 그다음에 중위요. 그다음에 장선이여. 장선의 좌우에는 좌위와 우위요.
뒤에는 간후요. 이 모양으로 진형을 정제하여 찬 돚을 달고 노를 저어 위풍이 당당하게 옥포를 향하여 행선하였다.
이날은 오월 칠일. 행진하기 한시가 못하여 미시 주에 옥포 앞에 다다르니 포구 선창에는 적의 병선 오십여 척이 바닷가에 매여 있고. 옥포의 시가에는 불을 놓아 연기가 창천하였다. 옥포 선창에 매인 큰 배는 사면에 장막을 둘렀는데. 장막에는 채색으로 그림을 그리고 무늬르 놓았고. 장막 가에는 대막대기를 축 늘여 세우고. 거기는 붉은 기와 인기를 달았으며. 기는 좁고 긴 것도 있고 넓고 짧은 것도 있으되. 다 무늬 있는 비단으로 만들어 바람결에 펄렁거려 사람의 눈을 현황케 한다.
적군들은 배를 내려서 촌려에 들어가 노략하다가 이편 함대가 오는 것을 보고 창황히 배에 올라 떠들며 노를 저어 바다 가운데로 나오지 아니하고 바닷가로 연하여 행서하여 나왔다. 그중에 선봉 여섯 척이 앞서서 빠져 나오는 것을 보고 순신은 북을 울려 따르기를 명하였으나. 좌척후장여도 권관 김인영(金仁英)과 우척후장 사도 첨사 김완(金浣)이 겁을 내어 머뭇거리는 양을 보고. 간후장 녹도 만호 정운(鄭運)이 분을 참지 못하여 칼을 빼어 들고 노를 재촉하여 앞서 나아갔다. 노를 젓는 군사가 잠간만 손을 멈추어도 정운은 칼을 들어 독촉하니 배가 빠르기 살과 같아서 곧 도망하는 적선을 따라 잡아 활을 쏘고 화전을 놓아 싸우기를 시작하였다. 적선에서도 화살과 조총이 날아 왔다.
정 운의 배가 적선에게 포위를 당함을 보고 순신은 북을 울려 싸움을 재촉하니 다른 배들도 노를 저어 달려 나가서 싸움이 어울려졌다. 순신은 명하여 화전(불화살)을 쏘게 하니 그것이 적선의 돛을 맞혀서 순식간에 십여 척병선에 불이 일어 불길과 연기가 하늘을 찌르고 적병이 규호하는 소리와 총포 소리가 바다를 흔들었다. 적의 함대가 한 곳에 결집한 때를 타서 순신은 거북선을 놓았다.
거북선이 이십 개 노를 저으니 빠르기 나는 듯하고 칠십여 혈의 포혈로 대포를 놓고 입으로 불과 연기를 토하며 좌충 우돌하니 닥치는 대로 적선이 부서지거나 불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