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32: 4

송희립의 말은 듣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그 말은 나라에 대한 붉은 충성과 불타는 듯한 열정을 품었다. 그러나 좌중의 수령. 군관 중에는 일본군이 무섭다는 생각에 겁을 집어 먹은 사람이 많았다. 나아가 싸워서 죽기는 싫은 사람들이 많았다. 수사는 나아가 싸우자는 말과 가만히 지키자는 말에 대하여 용이히 어느 편으로도 기울어지는 양을 보이지 아니하였다. 그는 마치 구리로 만들어 놓은 사람 모양으로 태연 부동하고 가만히 여러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들의 낯빛을 살피었다.

순천 부사 권준. 우후 이 몽귀를 중심으로 지키자는 파와. 녹도 만호 정운과 군관 송희립을 중심으로 나아가 싸우자는 파가 대립하여 서로 자기편으로 수사의 맘을 끌려고 격렬하게 논전하였다.

이러하는 동안에 밤은 점점 깊어 가고 비 오는 소리는 더욱 커졌다. 초가 거의 다 닳아서 관노들이 다른 초를 준비하였다.

이란격석 『(以卵擊石)이요. 닭의 알로 바위를 때리면 부서질 것은 닭의 알밖에 없소.』

『적병이 횡행하여 나라가 위태하거든. 나아가 싸울 뿐이지 다시 무슨 말이 있으랴.』

『지키자!』

『나가자!』

하고 용이히 의론이 결정되지 아니할 때에 녹도 만호 정운이 자리를 차고 일어나며.

『사또. 소인 물러 가오.』

하고 칼자루를 둘러 잡고 자리에서 걸어 가려 하였다.

『녹도. 어디로 가오?』

하고 이순신이 불렀다.

『소인은 녹도로 돌아가오. 적병이 문전에 임한 이때에 밤이 새도록 말만 하고 있는 이런 자리는 소인 같은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니요. 소인 가오.』

하고 활개를 치며 계하로 내려서려 하였다.

『녹도 잠깐 들라 하여라.』

하고 수사 이순신은 통인을 시켜 녹도 만호를 불렀다. 정운이가 통인에게 소매를 붙들려 도로 계상으로 올라 설 때에 순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소 마주 가서 정운의 손을 붙들며.

『녹도. 이리 앉으오. 내가 지금까지 기다린 것은 그 말을 들으려던 것이요.』

하고 정운을 자리에 앉혔다. 우후 이 몽귀. 순천 부사 권준 이하로 모든 사람들은 다 긴장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눈은 일제히 정운과 수사에게로 쏠렸다. 이 순신은 다시 대장의 자리에 좌정하고 허리에 찼던 큰 칼을 빼어 들었다. 그 칼이 집에서 나와서 공중에 들릴 때에 긴 무지개 한 줄기가 일어났다.

「( ..)(칼을 들어 하늘에 맹세하니. 뫼와 물이 두려움을 보이도다).」하는 명을 가진 칼이다. 손에 긴 칼이 들릴 때에 수신의 두 눈에서도 불길을 뿜었다. 순신은 한번 칼을 두르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싸우자. 제장은 각각 나아갈 차비를 하라! 영을 어기는 자는 이 칼로 베이리라. 오월 초사흗날 밤 물이 들기까지 소속 병선과 군사와 병기를 정리하여 가지고 본영 앞바다에 모여서 청령하라! 시기를 어기면 군법 시행하리라.』

하고 명령을 내리었다. 순신의 낯빛과 목소리는 엄숙과 힘 그것이었다. 좌중은 고요하였다. 그 엄숙한 광경에 사람들의 몸에는 소름이 끼치고 머리카락은 쭈볏쭈벗 하늘을 가리켰다. 몇 수령은 무릎과 이빨이 딱딱 마주치었다. 일농은 일어나 칼을 들어 맹세하고 차례로 군령판에 이름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