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30: 2

모인 사람들은 모두 얼굴에 긴장한 빛을 띠었다. 이번 모임이 결코 범상한 모임이 아닐 것이다. 반드시 무슨 큰 결정을 짓고야 말 것이라고 모두 생각하고 있었다.

『다들 모였나?』

하고 이 순신이 입을 열었다. 방안에는 큰 촛불 십여자루를 켜 놓아서 낮같이 밝았다. 좌수영 시민들은 오늘밤 파리강 정자에무슨 일이 있는가 하고 우러러 보았다. 파리강은 전시가에서 다 바라볼 수 있는 높은 곳이다. 이곳은 한문 좋아하는 놈들이 고소대(姑蘇臺)라고도 부르는 곳인데. 큰 누가 있어서 수사들의 놀이터가 되어 있었으나. 이 순신이 수사로 온 뒤에는 한번도 이곳에서 풍악을 잡히고 놀아 본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오늘 밤 파리강의 모임이 수상하게 보였던 것이다. 파리강은 높은 봉우리라고 할 만한 곳이어서.

좌수영으로 내려다 볼수가 있고. 그 뿐더러 대섬을 넘어서 방답진(防踏鎭) 뒷바다와 쇠북개( )목을 나서서 남해와 일본으로 통하는 큰 바다도 바라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 정자 주위에는 도무지 인가가 없어서 아무리 비밀한 의논을 하더라도 말이 샐 데가 없었다.

이날 밤에 수사는 모든 병선을 굴강 밖에 끌어 내어서 남해로 향하는 물목인 쇠북개로 향하여 일려로 장사진을 치게 하고 배 위에는 등불을 많이 켜달이서 배 위에 세운 기치와 창검이 환하게 비치도록 하게 하였다. 파리강의 누상에 앉아서 이 광경을 내려다 보면. 그 장관됨이 비길 데가 없고 누구든지 한번 팔을 뽐내일 만하였다.

『바다를 모였나보오.』

하고 우후 이 몽귀가 출석한 사람을 점검한 뒤에 아뢰었다.

『제장을 이리로 모은 것은 다름이 아니요.』

하고 이순신은 기 수염을 내려 쓸며 입을 열었다.

『경상 우도 수군 절도사(慶尙右道水軍節度使) 원 균 영공(元均令公)으로부터 본영(本營)에 청병장이 왔소. 여기 앉은 율포 만호(栗浦萬戶)가 위해 왔는데 경상 우도수군은 몰수 함몰하고 수사는 배 한 척을 남겨 가지고 지금 남해현(南海縣) 앞바다에 피해 와 있고. 부산으로부터 남해 저편에 이르는 바다는 모두 적군의 천지라 하니. 어찌하면 좋겠소? 일이 대단중대하니 난상 공의하기를 바라오.』

하고 이순신은 눈을 들어 한번만 좌를 둘러보았다.

수사의 말을 들은 일동은 마치 숨까지도 전혀 막힌 듯하였다. 서로 바라 볼 뿐이요. 아무 말이 없었다. 난리가 가까워 오는 줄을 생각하지 않음이 아니었으나. 큰 대적이 바로 발부리에 왔다는 기별을 듣고는 마음이 편할 도리가 없었다.

『사또께 아뢰오.』

하고 일어선. 신장이 육척이 넘고 목소리 크고 얼굴 검은 장수는 녹도 만호(鹿島萬戶) 정 운(鄭運)이었다.

『적이 문안에 들었거든 생각이 무슨 생각이요. 다행히 지금 바람이 서남풍이니 이 밤을 타서 본영에 . 있는 병선을 몰고 달려 가 구원하는 것이 옳을 듯하오.』

하는 정운의 어성은 자못 비분강개하였다.

『정만호의 말이 옳은 줄로 아오.』

하고 나서는 이는 광양 현감(光陽縣監) 어영담(漁泳潭)이었다.

『아니 그것이 그렇지 아니하오.』

하고 나서는 이는 순천 부사(順天府使) 권준(權俊)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