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24: 4

권 길은 군사를 모집한 것이 도리어 죄가 되어서 장 팔십을 얻어맞았다.

군사를 조련할 때에도 이 일은 군사를 사랑하는 정이 조금도 없고 군사를 대하기를 마치 개 돼지 대하듯하여 한나절 동안에 두 사람이 베임을 당하고 매를 맞은 군사는 수효를 몰랐다. 마치 장난삼아 사람을 죽이고 때리는 듯하였다. 군사를 조련하여 날이 거의 석양이 된 때에 개녕(開寧)사람 하나가 달려 와서 일본 군사가 선산(善山)을 점령하였다는 기별을 전하였다. 이 말을 들은 이 일은 그 개녕 사람을 불러서 앞에 세우고.

『네 이놈. 죽일 놈! 십 사일에 일본 군사가 동래에 왔다 하거든 아무리 빨리 오기로 청도. 경산. 대구. 인동은 다 어찌하고 벌써 선산에를 온단 말이냐. 이놈 헛소문을 내어서 인심을 소동하는 놈이다.』

하고. 곧 목을 베어 효시하라고 명하였다. 개녕 백성은 적군이 선산에 들어온 것을 보고 그래도 이 기별을 하루라도 속히 순변사에게 알리고자 하여 허위 단심으로 와서 고한 것인데 도리어 죄가 되어서 목을 잃게 되었다. 그는 땅에 엎드려 이일을 향하여.

『소인이 추호인들 거짓 말씀을 아뢸리가 있소. 하루 동안 소인을 살려 두셨다가 만일 내일 안으로 일본 군사가 상주에 들어오지를 아니하거든 그때 죽여 주시오.』

하였다. 이 일은 웃고 그 개녕 백성을 내려 가두라 하였다. 이튿날 상주 판관 권 길이 새로 모집한 군사 구백여 명은 쥐와 좀이 먹다가 남겨 놓은 낡은 군복을 입고 머리에는 퍼런 수건을 동이고 전통을 메이고 활을 들고. 칼 차는 자는 칼을 차고. 창 드는 자는 창을 들고 그래도 제법 군사답게 차리고. 그중 경군과 토군 합하여 한 삼백명 가량은 말을 타서 마병이 되었다.

이 일은 이날 이십 오일 늦게 일어나서 가주에 순변사북문 밖 천변에서 구백명 군사를 버려서 책에 있는 대로 진법을 연습하였다. 종사관 윤 섬(從事官 尹暹). 박호(朴虎). 매 맞은 판관 권 길 등이 뒤에 옹위하고 서기 양양하게 군사들을 검열하였다.

겸열이 끝난 뒤에 어제 저녁에 잡아 가두었던 개녕 백성을 잡아 내어 목을 베어 높이 매어 달아 다시 적군이 온단 말로 민심을 소란케 하지 못하도록 경계하였다. 아직도 개녕 백성의 모가지에서 흐르는 피가 굳기도 전에 웬 검은 옷 입은 사람 두엇이 북천이라는 냇가 수풀 속에서 이쪽을 엿보고 달아나는 것을 군사들도 보고 이 일의 막하도 보고. 그것이 일본 군사의 척후인 줄도 짐작하였으나 아무도 감히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윽고 상주성 중에 연기 기둥이 일어나고 뒤이어 화광이 나니. 그제야 이 일도 의심이 나서 군관 하나를 시켜 가서 성중의 모양을 알아 보라고 하였다.

군관이 말을 달려 북문을 향하고 가기를 얼 말하여 북천 내 굽이를 건너는 다리에 다다랐을 때에 총소리 콩 볶는 듯 일어나며 순관이 말에서 떨어지더니 다리 밑으로서 일본 군사 한 명이 뛰어 나와 군관의 목을 잘라 가지고 들어가 버린다.

이것을 보고야 비로소 이 일도 개녕 백성의 말이 옳은 줄 알고 놀랐으나 벌써 손쓸 새도 없이 수없이 일본 군사가 고함을 치고 조총을 난사하며 엄습함을 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