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윤관의 군사가 전멸을 당한 뒤에 일본은 조선군의 시체를 밟고 넘어 관사 앞을 빠져 나왔다. 그러나 거기는 서문을 지키던 조영규가 지키고 있었다. 관 앞은 길이 넓어서 양쪽 군은 수천 명이 한꺼번에 단병전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때에는 소서행 장군의 주력이 남문의 본진을 습격할 때이므로 본진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다. 무서운 혈전을 하기 약 한 시각에 조영규는 민가의 지붕에서 내려 쏘는 적의 총환에 맞아 죽고 조영규는 군사도 거의 전멸하였다.
진시가 넘어서 남문을 본거로 한 본진은 복배로 적의 공격을 받았다.
부사는 비장 송봉수(宋鳳壽). 김희수(金希壽). 향리 송 박(宋迫) 등을 데리고 끝까지 싸웠으나 중과 부적하여 마침내 남문은 열리고 본진은 함락이 되었다.
남문을 중심으로 길과 성에는 피를 뿜고 넘어진 군사가 몇 겹씩 덧쌓였다.
부사 송상현은 일이 끝난 줄 알았다. 죽더라도 이 나라의 신하 된 절과 예를 잃지 아니하리라 하여. 갑옷 위에 조의를 껴입고 호상에 걸터 앉아 싸움을 독려하였다. 이윽고 일대의 일본 군사가 남문 누상으로 침입하여 상현에게 칼을 견주었다. 그 군사들 중에 평 조익(平調益)이라는 장수가 있어서. 상현을 향하고 달려 드는 군사를 제지하여 뒤로 물리고 상현더러 어서 도망하기를 재촉하였다.
대개 평 조익은 대마도주 평 조신의 친척으로서 작년에 동래부에 사신의 한 사람으로 와서 송상현의 관대를 받았던 까닭이었다.
그러나 상현은 듣지 아니하였다.
내가 왕명을 받아 『이 성을 지켰거든. 죽기 전에 이 자리를 떠나겠느냐.』
하였다. 그래도 평 조익은 상현의 옷을 끌어 피할 틈을 가리켰다. 상현은 마침내 면하지 못할 줄을 알고 호상에 내려 북향하고절한 끝에 부채를 당기어.
『(....)』
이라고 쓰니. 이는 그의 노부 복홍(福興)에게 보내는 결별사다. 그 뜻으로 말하면.
『외로운 성이 적에 에워 싸였으되. 다른 진들이 본체 아니하도다. 군신의 의는 무겁고 부자의 은은 가볍도다.』함이다.
평 조익도 송상현을 구하지 못할 줄 알고 밖으로 몸을 피하니. 다른 군사들이 달려 들어 칼로 상현을 위협하고 항복을 청하니. 상현은 오른손에 병부를 잡고 왼손에 구리인을 잡고 호상에 앉은 대로 움직이지를 아니하였다.
이때에 벌써 성중에는 어디나 붉은 기가 날리고 총소리와 고각함성도 그쳤다.
『사또. 항복을 하시오. 거역하면 죽을 길 밖에 더는 있소?』
하고. 송사현에게 권하는 것은 울산 군수 이 언함이었다. 그는 일본 장수의 복색을 입고 일본 칼을 찼다. 송상현을 대하매 부끄러워 감히 낯을 들지 못하나. 모리 휘원의 명령을 거슬리지 못하여 말을 한 것이었다.
『이놈. 역적놈아!』
하고. 상현은 이 언함을 보매 눈초리가 찢어질 듯하고 그의 검은 어룩ㄹ은 노기로 주홍빛이 되었다. 상현은 병부와 인을 한 손에 걷어 쥐고 한 손으로 칼을 빼어 이 언함을 치려 하였으나. 곁에 있던 일본 군사 하나가 나는 듯이 칼을 들어 송상현의 칼 든 팔을 쳤다. 상현의 팔은 조복 소매와 함께 떨어졌다.
또 한 일본 군사가 상현의병부와 인을 잡은 팔을 찍으니. 상현의 팔은 병부와 인을 꼭 쥐인 대로 마루에 떨어졌다.
두 팔을 다 잃은 상현은 오른편 발로 자기의 떨어진 손에 있는 인과 병부를 밟았다. 오른편 발과 왼편발이 다 떨어지매 상현은 엎드려 인과 병부를 입에 물었다. 그의 목이 잘릴 때에도 그의 입은 병부와 인을 놓지 아니하였다. 병부와 인을 아니 놓는 것은 오늘날로 이르면 국기나 군기를 아니 놓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이리하여 동래성 남문에서 송상현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