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77: 12

순신의 만류도 물리치고 적을 따라 갈 때에는 벌써 해가 많이 올라 왔다. 갈 곳을 잃은 일본 함대는 인의 함대가 따르는 것을 보고 죽을 결심으로 육박하여.

인으리 배는 경각간에 일본 함대에게 포위를 당하고 선봉으로 섰던 칠십 노장 등자룡(登子龍)은 그부하 칠십여 명과 함께 일본군의 칼에 죽었다.

인이 위태해진 순신의 배가 오는 것을 보고 적은 인을 버리고 그 사격을 순신에게로 집중하였다. 워낙 바다가 좁아서 배가 자유로 위치를 바꿀수가 없기 때문에 마치 관혁이 쏘는 듯이 순신에게로 조총을 겨누었다.

그러나 순신은 태연히 뱃머리에 서서 기를 두르며 독전하였다. 이왕 싸움을 시작한 이상에는 뒤로 물러갈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하나도 놓아 보내지 말고 적을 잡아라!』

하고 순신은 호령하였다.

더 도망하려 하여도 도망할 곳을 잃은 적은 오직 죽기까지 싸울 길 밖에 없었다 이렇게 적이 순신의 . 배를 향하여 전력을 다하는 동안에 인과 및 명 나라 배들은 위기를 면하여 슬슬 뒤로 빠져 나왔다. 그러나 명 나라 수군은 이 싸움에 전에 뒤로 빠져 나왔다. 그러나 명 나라 수군은 이 싸움에 전에 없는 대손해를 입었다.

인을 위험에서 구해 내인 순신은 마침내 움의 탄환에 가슴을 맞았다. 순신은 곁에 섰던 조카 완(莞)에게 손에 들었던 기를 주며.

『내가 죽었단 말을 말고 내 대신 싸워라!』

하고 명하고는 군사에게 붙들려 장중으로 들어 왔다. 장중에 들어와 누운 순신은 한번 둘러 눈을 떠서 곁에 모여 선 부하들을 보고.

『나를 혼자 두고 어서 나아가 싸워라. 적을 하나도 놓아 보내지 말아라.』

하고는 눈을 감았다.

탄환은 순신의 가슴을 맞혀 군복 속으로 피가 흘렀다. 순식간의 낯빛은 창백해지고 숨은 끊겼다. 완은 순신의 명대로 기를 받두르며 독전하였다.

완은순신의 손에 길린 조카요. 그 모습이 순신과 흡사하였다 그래서 적군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우리 군사도 싸움에 정신이 팔려 순시이 죽은 줄을 모르고 완이 순신인 줄만 알고 있었다.

낮이나 되어 적은 오십여 척 적선을 더 잃고 사오십척이 혈로를 얻어 달아나고 말았다. 만일 명군이 힘써 싸웠던들 하나도 남지 못하였을 것이다.

싸움이 다 끝난 뒤에 인은 순신의 배 곁으로 배를 끌고 오며.

『이 통제. 노야!』

하고 큰 소리로 불렀다. 그는 순신이 자기를 죽을 곳에서 구원해 준 것이 감격하여 감사하러 온 것이었다.이 때에야 완이 통곡하며.

『숙부는 돌아가셨소』

하고 대답하였다. 인은 완의 말을 듣더니 교의에서 몸을 일으켜 엎드려 지기를 세 번이나 하며.

『나를 살리려다가 노야가 죽었고나!』

하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다.

완과 인의 통곡하는 소리에 비로소 조선군이나 명군이 순시의 죽음을 알고 일시에 통곡하여 해상에 곡성이 진동하였다.

인 이하 명군의 제장. 조선 제장은 주먹으로 눈물을 씻으며 순신의 시체가 누운 장중으로 들어 갔다.

순신의 낯빛은 하얗고 눈을 뜬 대로 있었다. 순신이 누운 자리에는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순신의 몸에 있던 피는 이 마지막 전장에 한 방울도 아니 남기고 다 쏟아진 모양이다.

완은 순신의 피 위에 꿇어 앉아.

『작은아버지!』

하고 통곡하며 손을 들어 순신의 눈을 감겼다. 완의 손이 내려쓸기 세 만에 순신은 자는 듯이 눈을 감았다. 순신의 유해는 고금도 본영으로 돌아 갔다가 아산 선영에 안장하였다. 수신의 상여가 지날 때에 백성들은 길을 막고 통곡하였다. 왕도 어려운 한문으로 제문을 지어 조상하고 우의정. 선무 공신 일들을 책하였다. 원균(元均)은 삼등이었고. 권율(權慄)이 이등이었다.

그러나 그까짓 것이 무엇이 그리 긴한 것이랴. 오직 그가 사랑하던 동포의 자손들이 사당을 짓고 춘추 제향을 지내었다. 그때에 적을 보면 달아나거나 적에게 항복을 지내었다. 그때에 적을 보면 달아나거나 적에게 항복한 무리들이 다 정권을 잡아 삼백년 호화로운 꿈을 꾸는 동안에 조선의산에는 나무 한 포기 없어지고 강에는 물이 마르고 백성들은 어리석고 가난해졌다.

그가 돌아 간 지 삼백 삼십 사년 사월 이일에 조선 오백년에 처음이요. 나중인 큰 사람 이순신(충무공이란 말을 나는 싫어한다. 그것은 왕과 그 밑에 썩은 무리들이 준 것이기 때문에)의 슬픈 일생을 그리는 붓을 놓는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