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와 바람을 다 만난 순신은 더욱 북을 울려 싸움을 돋구었다. 오경이 될 때에는 적선 오백척 중에 삼백여 척이 혹은 타고 혹은부서졌다.
거북선은 쫓기는 적선을 따라 다닥뜨리는 대로 뒤를 찌르고 옆구리를 찔렀다.
그의 입과 필십여 개 포혈에서는 끊임 없이 탄환과 연기를 뿜었다. 이곳 물길에 익지 못한 적선은 노량에 있는 수없는 암초에 부딪쳐 상하는 것도 적지 아니하였다.
나머지 백여 척 적선이 노량진 목으로 빠져 나가려 할 때에 산 그늘로부터 난데 없는 일대의 전선이 내달아 길을 가로막았다. 이것은 순신이 미리 복병하여 두었던 것이었다.
앞을 막힌 적선은 뒤를 돌아 보았다.뒤를 따르던 조선 함대는 어디로닞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뒤를 따르던 조선함대는 어디론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들은 방향을 돌려 오던 길로 도로 향하였다.
그러나 패잔한 적선이 관음포 앞에 다다랐을 때에 섬그늘로부터 거북선을 포함한 일대의 전선이 재달았다. 싸울 기운과 뜻을 잃은 적선은 어디나 길 열린 데로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마침내 관음포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관음포란 것은 어구에서 보면 저쪽 바다로 뚫린 무길같이 보이나 기실은 뒤가 막힌 남해의 한 개굽이다. 순신은.
『 적선을 하나도 놓아 보내지 말아라!』
하는 주지로 마침내 적의 패잔 함대를 이 병속으로 몰아 넣은 것이었다.
밤은 훤하게 밝았다.
바다 위에는 깨어진 배조각, 모으로 넘어진 배, 불타다가 남은 배, 피 흐르는 시체 참담한 모양을 보였다.
진인의 함대는 넓은 곳에서 바라보고 조선 함대가 다망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지리산 꼭대기 찬 눈에 새벽 햇빛이 자줏빛으로 비추일 때에야 전멸한 것은 일본 함대요, 순신의 함대가 아닌 것을 알았다. 그리고 진인은 일변 무안하고, 일변 공을 빼앗긴 것이 분하여 곧 함대를 몰고 광음포에 왔다.
광음포는 진 인이가 이순신에게 지정한 정박지다. 만일 순신이 싸움이 끝난 뒤에도 그 정박지에 있지 아니한다 하면 인은 그것을 트집을 잡았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순신의 함대는 마치 언제 싸움이 있었나 하는 듯이 제자리에 진용을 정제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것은 배 수효가 적어진 것과 배마다 피가 흐른 것이었다. 이 싸움에 순신의 함대도 육십여 척의 전선과 천여 명의 군사를 잃은 것이었다.
인은 순신을 찾아,
『적선은 다 어디 갔소?』
하고 물었다.
순신은 바다를 가리켰다. 인은 바다에 너른하게 뜬 깨어진 배, 탄 배, 시체를 보았다.
『그리고 나머지 백여 척은 이 속으로 달아났소.』
하고 관음포를 가리켰다.
인은.
『그것은 왜 놓아 보냈소?』
하고 책망하는 어조였다.
『이곳은 뒤가 막혀서 나갈 데가 없소.』
하고 순신은 어조를 바꾸어서.
『소서행장은 어찌 되었소?』
하고 물었다.
『밤 동안에 다 달아났소.』
하고 인은 면목 없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소서행장의 함대가 달아나는 것을 전송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순신을 다시 살아서 만나보리라고 생각지 하니 하였던 것이다. 의례히 순신의 함대는 이날 밤에 전멸하였으리라고 믿었던 것이었다.
『내가 나가 남은 적을 토멸하겠소.』
하고 인이 관음포로 들어 가려 하였다.
『앗으오. 궁구를 물추라 하였소. 가만 두었다가 나올 때에 잡아도 늦지 않소.』
하고 순신은 굳이 말렸으나 인은 듣지 아니하고 자기 함대를 끌고 관음포로 들어갔다. 이렇게 잘 속에 몰아 넣은 적이라도 잡아서 자기의 공을 만들자는 걱이었다. 최후의 승리는 자기에게 있다고 자랑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한번 더 말리는 순신에게.
『그러니까 조선 사람은 겁이 많단 말이야. 참견 말고 내가 적을 잡는 구경이나 하오.』
하고인은 불쾌한 듯이 소리를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