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75: 10

십 찰일 미명에 노량진 근해에 이르러 인의 지휘대로 명나라 함대는 바로 노량진 목을 막아 진을 치고 순신의 함대는 관음포(관음포) 어구의 섬 그늘에 숨어서 진을 쳤다.

애초에 순신은 자기가 몸소 노량진 목을 막고 지키다가 넘어 오는 적군을 일거에 무찌르려 하였으나 인은 공을 다투어 그것을 허하지 아니하였다. 만일 적의 함대가 노량진을 넘어 선다 하면 왜교에 있는 적과 합세할 위엄이 있기 때문에 수신은 이것을 깊이 근심하였다. 그러나 인은 순신을 선봉으로 세워 전공을 그에게 주고 싶지 아니하였으므로 순신의 의견을 좇지 아니하였다.

십 찰일 유시로부터 적선이 창선도(昌善道)로부터 출동하기 시작하여 더러는 암목포(巖木浦)에 와서고. 더러는 노량에 정박하여 그 수를 알 수 없었다. 이날 밤 이경에 수신은 제장에게 이밤에 반드시 큰 싸움이 있을 터이니 다 죽기로써 마음을 삼으라고 재삼 약속하였다.

순신은 심서를 정할 길이 없어하다가 삼경이 되어 게숫물을 들이라 하여 머리를 빗고 세수하고 통제사의 군복을 입고 배 위에 올라 가 꿇어 낮아 하늘에 빌었다.

『이 원수만 없이하면 죽어도 한이 없사오니 도와 주옵서서』

이때에 큰 별 하나가 햇불 같은 꼬리를 끌고 날아와 관음포 바닷속에 떨어졌다. 달은 밝고 얼음 기운을 머금은 바람은 금빛 나는 물결을 희롱하였다.

사경이나 되어서 조수를 타고 적선 오백척이 꼬리를 물록 노량진으로 넘어 왔다. 인은 통사를 시켜.

『 대명 수군 제독(대명수군제독) 진 인 陳璘)이 황상의 명을 받고 여기 있으니 저희는 뒤로 물러가라!』하고 호령을 하였다.

그러나 오백척의 일본 함대의 눈에는 대명 수군 제독도 없었다. 거기서는.

『우리는 조선 수군과 싸우려는 것이요. 대명과 싸우려는 것이 아니니 비켜 서라.』하는 대답이 왔다.

일본군의 이 대답은 진인을 격노하게 하였다. 그래서 진인은 포화를 열어 일본군에 대하여 싸움을 돋구었다. 그러나 일본군은 조류를 타고. 명군은 조류를 거슬러 싸우기 때문에 도저히 적수가 되지 아니하였다.

싸운 지 한시각이 되지 못하여 명군은 물을 따라 뒤러 물러가 달아났다. 일본 적은 달아나는 명적을 따라 조총을 콩 볶듯 놓으며 시살하였다.

그러나 무인지령같이 달리던 일본군은 난데 없는 대적을 만났다. 그것은 관음포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 순신의 수군이었다.

순신의 수군은 일제히 돛을 달고 내달아 일본 함대의 앞을 막고 대포와 굳센 활과 조총으로 시살하였다. 순신이 고금도에서 새로 지은 거북선 두 척은 마치 바다 속에서 솟아 오른 괴물 모양으로 불과 연기를 뿜고 좌충우돌하여 다닥뜨리는 대로 적선을 부수었다. 아직도 거북선의 위력을 본 일이 없는 적선은 새로운 괴물에 놀라고 일찍 한산도 기타에서 거북선에게 혼이 난 사람들은 옛날 기억을 일으켜 떨었다.

순신의 군사들은 진 인 때문에 싸우지 못하던 분풀이를 마음껏 하려 들었다.

저마다 앞을 다투었다. 시간은 지난다.

조수가 돌아 서서 노량진 동쪽으로부터 서쪽으로 흐르던 조수는 서쪽으로부터 동쪽으로 흘러 가게 되었다. 조수를 따라 바람도 돌아 섰다. 지금까지 역풍과 역조로 싸우던 순신은 이제야 순풍과 순조를 만나고 적군이 역풍과 역조를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