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74: 9

인의 이 회답을 받은 소서행장은 사자를 순신에게 보내어 총. 검. 방물 같은 것을 바치고 한 번 만나 의사를 통하기를 청하였다.

순신은.

『할 말이 있거든 서울로 가라고 하여라. 나는 적군의 사자를 만날 까닭이 없다.』하고 만나기를 거절하였다.

『그러나 이왕 가져 온 것이니 물건만이라도 받으시라오.』

하고 우후가 순신에게 다시 아뢰니 순신은.

『임진년부터 적을 수없이 잡아서 얻은 총검이 산더미 같으니 너희 대장의 머리 밖에는 쓸 것이 없다고 일러라.』

하여 그 물건도 거절해 버렸다. 소서행장은 순신이 강경하여 어찌할 수 없음을 보고 제 이단의 책으로 순신과 인과를 떼어 보려 하였다. 그래서 인에세는 조선군과 같이 진을 치고 있는 것 이상국의 위엄에 관계되지 않느냐 하고. 또 순신에게는.

『 장군 같은 큰 재주를 가지고 어찌하여 일개 진인의 밑에서 그 절제를 받으시오? 나는 적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장군을 흠모하는 충정으로 이 말을 하오.』

하여 사자를 보내어 각각 이 말을 전하게 하였다. 순신은 내 나라 땅에 내가 진을 『치거든 아무러기로 다 내 뜻이니 적이 아랑곳할 배가 아니다.』

하여 물리쳐 버렸다.

소서행장은 순신이 인의 곁에 있고는 인을 매수하기가 어려움을 깨달아 백방으로 계교를 썼으나 효과가 없었다.

이날에 순신은 인을 찾아 보고.

『오늘이 가장 조수가 깊으니 총공격을 합시다.』

하고 청하였다.

그러나 적의 뇌물에 취한 인은 순신의 말대로 움직이지를 아니하였다. 그리고 도리어.

『나는 아직 행장은 그냥 두고 남해(南海)에 있는 적을 먼저 칠까 하오.』

하고 딴전을 부렸다.

순신은 인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았다. 그것은 남해를 칩네 하고 명나라 함대를 불러 적이 달아날 길을 열어 주러 함이었다.

순신이.

『남해에 있는 것은 다 적에게 포로 되었던 조선 사람들이지 어디 적이 있소?』

한즉. 인은 퉁명스럽게

『이미 적에게 붙었던 놈들이면 적이나 마찬가지지. 이제 가서 치면 힘 안들고 목을 많이 베일 터인데 아니쳐?』

하고 오만한 모양을 보였다. 순신은 정색하고.

『황상이 명을 내리어 적을 치라 하심은 조선 인명을 구하려 하심이어늘 이제 적은 치지 아니하고 도리어 조선 인명을 주륙한다 하면 아마 황상의 본의는 아닐 것이요.』

하였다. 이 말에 인은 대노하여.

『황상이 내게 장검을 주셨어!』

하고 칼을 만졌다. 순신도 소리를 가다듬어.

『한본 죽기는 아깝지 아니하지마는 나는 대장이 되어서 결코 적을 두고 우리 사람을 죽이지는 아니하겠소.』

하고 또 꾸짖었다. 그러나 순신은 인을 버리려 아니하고 아무리 하더라도 그의 마음을 돌려 이번 싸움을 하려 하였다. 그는 나라 일을 위하여서는 개인 감정을 돌아보지 아니한 것이었다.

오래 동안 다툰 끝에 인은 남해로 가기를 단념하였다. 그러나 소서행장의 배 두 척이 밖으로 나가기를 허락하였다. 이 말을 들은 순신은 곧 인을 찾아 보고 어찌해서 배 두 척을 내어 보내느냐고 질문하였다. 인의 대답은.

『저의 나라로 퇴군한다는 통지를 하러 보낸 것이라기에 내어 보냈다.』

함이었다. 순신은 발을 구르며.

『그배는 사천으로 간 것이 분명하니 우리는 이제 복배로 수적하게 되었소.

반드시 사천. 부산에 있던 적선이 노량진(노량진)으로 넘어 올 터이니 곧 가서 맞아 싸우지 아니하면 우리는 앞 뒤로 협공을 당할 것이요.』하였다.

인은 이 말에 깜짝 놀란 듯이 얼굴빛이 변하였다.

『그럴까? 그러면 곧 가지요.』

하고 십 칠일 밤에 전함대를 띄워 노량진으로 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