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73: 8

순신은 명장 진인(陳璘)의 방해로 하여 왜교(倭僑)의 적을 토벌하지 못하고 한을 머금고 좌수영을 거치어 고금도 본영으로 돌아 갔다.

이 동안에 유정(유정)은 순천(順天)에 돌아 가 누웠다. 그는 소서행장(小西行長)에게 많은 뇌물을 받고 싸울 뜻이 없는 것이었다 그 뇌물 중에는 일본 여자 하나도 있었다. 이 항복(李恒福)이 유정을 움직이려고 애를 썼으나 유정에게는 모기 소리만큼도 아니 들렸던 것이다.

순신은 고금도에 있는 동안에 인에게 혹은 의리를 가지고 혹은 이해 관계를 가지고 달래어 그를 움직이기에 힘을 썼다. 애초에 순신이 인을 끌고 고금도에 돌아 온 까닭이. 인으로 하여금 적에게 유혹될 기회가 없게 하고자 함이었다.

순신의 이계획은 성공되었다. 인은 마침내 순신의 성의에 움직임이 되어 소서행장의 군사와 한번 싸울 결심을 하게 된 것이었다.

십 일월 초구일에 순신은 인과 함께 다시 함대를 끌고 고금도 본영을 떠나 십 일일에 유도 (柚島)에 다다라 진을 쳤다. 이번 보름사리를 타서 총공격을 하려 함이었다. 십 삼일에 적선 십여 척이 노루섬 밖으로 나오는 것을 둘이 쫓고.

순신은 인과 함께 진을 노루섬으로 옮겼다.

십 사일에 적선 두 척이 강화를 청한다고 청하여고인의진에 왔다. 순신은 인이 유혹받지 아니하기만 빌었다. 밤이 들어 술시나 된 때에 순신이 바다를 바라보니 적선 하나에 장수인 듯한 이가 타고 노루섬에 들어와 인이 있는 도독부로 들어 가는 것이 보였다. 이것은 아까 낮에 적의 사자가 왔을 적에 인이 밤에 만나기를 약속한 것이었다.

순신이 사람을 도독부에 보내이 알아 본즉 적장은 돼지두 마리와 술 두 항아리를 가지고 와서 한시각 동안이나 통사만 새에 세우고 무슨 이야기를 히고 돌아 갔다고 한다.

이튿날인 십 오일에 순신은 인을 도독부에 찾았다. 그러나 인은 순신에게 적의 강화 청하는 문제에 대하여 아무 말도 아니하였다. 이날도 적선이 세 번이나 인의 진중에 출입하였다.

이튿날인 십육일에도 소서행장의 사자가 인에게 오고 이날에는 인이 그 부하 진 문(진문)이란 자를 소서행장에게 답례사로 보내었다. 진 문이 적진을 들어 간 지 얼마 아니하여 오도주(五島主)라는 적장이 배 세척에 말과 창. 검 등 선물을 실어다가 인에게 바쳤다. 이로부터 적선이 더욱 빈번히 인에게 왕래하고.

왕래할 때마다 반드시 말. 무슨 상자 같은 선물이 왔다.

순신은 대사가 다 틀어지는 것을 한탄하였다. 십 육일에는 인은 순신을 자기 진중으로 청하였다. 인은 술과 안주를 내오고.

『노야. 이것은 소서행장이 보낸 술이요. 일본 술이 조선술보다 낫소. 한잔 자셔 보오.』

하고 은근히 권하였다.

『소인은 적이 주는 음식을 먹을 수 없소.』

하고 물리쳤다.

인은 좀 머쓱하였으나 다시 웃는 낯을 지어.

나도 처음에는 아니 『믿었지마는 소서행장이 여러 번 사람을 보내어.

자기네는 돌아 갈 터이라고 화친을 청하니 제출물에 돌아 간다는 것을 구태여 싸울 것은 무엇이요. 나는 대감의 의향을 들어서야 대답한다고 했소마는 화친을 허하는 것이 좋을 듯하오.』

하였다. 이것은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는 순신을 꺼려서 화친을 허락은 아니 하였던 것이었다.

순신은 지필을 당기어『..』이라고 써서 인의 앞에 돌려 놓았다. 대장은 화친을 말하는 것이 옳지 않다. 원수는 그저 놓아 보낼 수가 없다는 뜻이다.

이것을 보고인은 부끄러워 낯을 붉히고 다시 아무 말도 아니하였다.

그날 밤에 소서행장의 사자가 인의 회답을 들으러 왔을 때에 인은.

『..』

이라고 대답하였다. 나는 너희를 위하여 통제사에게 말하다가 거절을 다하였으니 이제 다시 말할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