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싸우기 좋은 기회는 그믐날과 초일. 최양일이었다 이날에는 물도 많이 밀거니와 또 물때가 바로 밤이기 때문에 적이 모르게 진군하기가 편하였다.
순신은 연하여 진 인에게 싸우기를 말하였으나 진인은 육상에 싸우기를 즐기지 아니하였다. 진인이 말을 듣지 아니하면 순신이 혼자 총 공격을 할 수는 없었다. 순신은 진인의 절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순신은 정찰한다는 핑계로 수십척씩 배를 놓아 적을 습격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이 일의 싸움에 순신의 처종형인사도 첨사 황세득(黃世得)이 총을 맞아 죽었다.
순신은 조상하는 제장에 대하여. 「세득이가 나라 일로 죽었으니 죽어도 영화롭다」하였다. 순신은 삼일에 진 인에게 싸우기를 재촉하였다.
『오늘도 지나면 물이 얕아지오. 그러면 다시 반달을 기다리지 아니하면 싸울 기회가 없소. 또 반달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적이 사천. 부산. 울산 등지에 있는 적을 청해 올 것이니 그리 되면 우리는 복배로 수적하는 곤경에 빠질 것이요.
오늘은 아직도 물이 과히 줄지 아니하였으니 오늘 기회는 놓칠 수 없소.』
하였다. 그래도 진인은.
『유 총병과 약속이 아니 되었으니 주사로만 싸울 수가 있소?』
하고 응치 아니하였다.
『만일 오늘을 놓쳐 버리면 명나라 주사나 조선 주사나 한 척도 남아 돌아 가지 못하리라.』
하고 순신은 극력으로 진인을 재촉하였다. 진인은 마지못하여 순신의 말을 좇았다.
이리해서 초사흘의 왜교 총 공격이 개시되었다. 그러나 이때는 벌써 물때가 낮을 뿐더러 진인을 움직이는 동안에 때가 늦었다.
그러나 이날 싸움에 적선 오십여 척을 깨뜨렸다. 진인의 함대는 싸울 뜻이 없어 뒤로만 돌다가 조선군이 이기는 것을 보고야 앞으로 내달았다. 그러나 이때에는 벌써 조수가 물러 나오기 시작한 때였다. 순신은 진 인에게 배를 보내어.
『조수가 나갈 때가 되었으니 군사를 거두라.』
고 청하였다. 그러나 진 인은 듣지 아니하였다. 그는 이왕 싸우는 이상이면 조금이라도 공을 세울 야심이 있었던 것이다.
과연 순신의 말을 듣지 아니한 명 나라 전선 중에 호선 이십척과 전선 십 구척이 풀에 올라 앉아 버렸다. 이것을 적군은 작은 배를 타고 모여 들어서 배 위에 있는 명군을 하나 아니 남기고 다 죽여 버리고 말았다. 순신은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전선 칠척에 병기를 많이 실어가 구원케 하였으나 물이 얕아서 도저히 수백보를 격하고는 더 들어 갈 수가 없었다.
이것을 보고 진인은 마치 모든 것이 순신의 책임이나 되는 듯이 분해하고 화를 내었다.
초나흘에도 순신은 공격을 계속하여 다시 수십척의 적선을 깨뜨렸으나 진인을 싸울 뜻이 없었다.
초오일에는 서풍이 크게 불어 배를 안정할 수가 없었고. 초육일에도원수 권율(權慄)이순신에게 비밀히 사람을 보내어. 『유 제독(劉堤督)이 달아나려 한다.』는 기별을 전하였다.
순신은 이 소식을 듣고 그날 일기에 『(통분통분)』이라고 적었다.
또 이날에는 일본에 포로로 잡혀 갔다가 도망해 온 변 경남(변경남) 이라는 사람에게서 평수길(平秀吉)이 군관을 진 인에게 보내어.
『..(육군은 잠시 퇴군하였다가 다시 준비하여 싸우려 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