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은 단기로 집 동쪽 고개를 넘어 동으로 말을 달렸다. 오리쯤이나 가서 약 오십 명의 말 탄 적병을 만났다. 면은 말을 세우고 적진중을 향하여 활을 쏘았다.
이곳은 벌판이라 몸을 숨길 곳은 없었다.
면의 화살은 경각간에 적병이 삼인을 쏘아 떨어뜨렸다. 불의에 이 변을 당한 적병들은 적이 한 어린 소년인 것을 보고 말을 급히 몰아 면을 에워싸려 하였다 면은 까딱 없이. 서서 활을 쏘았다. 적병의 조총 탄환이면의 말이 거꾸러지매. 면은 땅바닥에 서서 활을 쏘았다.
면은 화살이 다하매 칼을 빼어 들고 달려드는 적을 저항하였다. 적병은 면을 꼭 에워 싸고 군사를 시켜.
『네가 누구냐?』
하고 면에게 물었다. 화살을 다 써 버린 면은 오직 칼을 들고 적의 공격을 기다릴 뿐이었다.
『나는 이 면이다.』
하고 면은 대답하였다.
『너는 이순신의 아들이냐?』
『그렇다. 나를 살려 놓고는 한걸음도 너희가 이곳을 지나지 못하리라!』
하고 면은 눈을 부릅떴다.
『내가 너의 가족을 죽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대장이 보호하라기에 오는 것이다. 만일 더 저항하면 너도 죽여버리고 네 가족도 죽이려니와. 네가 항복만 하면 너도 살리고 네 가족도 해치지 아니하고 데려다가 편안히 살게 할 것이다.』
하고 그중에 대장인 듯한 사람이 말하였다. 면은 아버지가 웃던 모양을 본받아서 껄껄 웃으며.
『이순신의 아들이 너에게 항복할 듯싶으냐? 이 순신의 가족이 너의 칼에 죽을지언정. 젖먹는 어린 아이기로 항복할 듯싶으냐? 잔말 말고 이리 나와서 내 칼을 받아라.』
하고 칼을 들어 칼끝을 대장에게 겨누었다.
곁에 있던 적병들이 악! 하고 면에게로 달려들려 하였다. 그러나 대장은 소리를 질러 그것을 막았다.
『오냐. 네 뜻이 장하다. 그러면 나하고 싸워 볼까.』
하고 대장이 말에서 내려 면의 앞으로 나왔다. 대장은 나이 사십이나 되었을까. 웃우염이 여덟팔자로 나고 얼굴이 희고 눈에 영채가 있고 키는 중키나 될.날랠 듯한 사람이었다. 그는 면의 앞에 서서.
『네가 갑옷 투구를 아니 입었으니. 나도 갑옷과 투구를 벗을 테다.』
하고 칼을 곁에 있는 군사에게 맡기고 갑옷과 투구를 벗었다. 면은 적이 갑옷과 투구를 벗는 동안에 가만히 가다리고 있었다. 적장은 갑옷과 투구를 벗어 놓고 칼을 들고 며을 향하여 섰다. 면은 한번 칼자루를 다시 잡고 저장을 향하였다.
『요 읍!』
하고 적장은 칼로 바로 면의 면을 엄습하였다. 그는 면을 어리게 본 것이었다 면은 적의 칼을 피하면서 적의 왼편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적의 왼편 옆구리에서는 피가 흘렀다. 그러나 중산은 아니었다.
적은 면의 칼 쓰는 법이 심상치 아니한 것을 보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두 사람은 어울려져 싸웠다. 칼과 칼의 마주칠 때에는 불꽃이 일었다. 두 칼이 번뜩일 때에는 햇빛이 비치어 무지개가 뻗쳤다.
면은 공세를 버리고 수세를 취하여 적이 칼 쓰는 법을 보고 그 허를 찌를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어린 적에게 먼저 옆구리를 찔린 적은 얼마큼 상기하여 연해 공세를 취하였다.
『이번 칼에는. 이번 칼에는!』
하고 적은 초초하나 면의 작은 몸은 용하게도 적의 칼끜을 피하였다. 만일 싸움이 오래끈다 하면. 면은 기운이 지쳐서 도저히 적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마침내 면은 적의 검술의 허실을 다 보았다. 적은 부하 군졸에 대한 면목으로라도 면을 이마로부터 두 쪽에 칼라 버릴 야심을 가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