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61: 16

벽파정에서 적의 대함대를 쳐물린 순신은 하대를 끌고 칠산 바다까지 순회한 뒤에 시월 초구일에 다시 우수영으로 내려 왔다.

적은 벽파정에서 패하여 달아나다가 이 순신의 함대가 추격하지 아니하는 것을 보고 해남에 머물렀다(海南) . 그들은 조만간 순신의 함대가 추격해 올 것을 기다리고 분을 머금고 있었다. 이대로 참패하여 돌아갈 면목은 없었던 것이었다.

만일 순신이 열 두 척의 작은 함대를 가지고 넓은 바다에만 나오는 날이면 아직 삼백척이나 남은대함대를 가지고 한번 싸워 보자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열흘이 지나도 순신의 함대는 따라 오지 아니 하오 보름이 지내어도순신의 함대는 빛도 보이지 아니하였다. 배에 실은 군량은 다 먹어 버리고 또 무인지경이나 다름 없는 해남에서는 군량을 더 얻을 길도 없었다. 그뿐 아니 하.

장졸들은 싸울 뜻을 잃었고. 벽파전의 보고를 들은 순천(순천)의 소서행장(小西行長)은 다시 수로로 서울을 향할 생각을 끊어서 구원을 보내지 아니하였다.

순신은 해남에 정탐 선을 보내어 적이 혼란한 상태에 있다는 보고를 듣고 곧 민선 삼백여 척에 무장을 시켜서 해남을 총공격할 계획을 세웠다.

「싸울 뜻이 있는 군사 한명은 싸울 뜻이 없는 군사 백명을 당한다.」하는 것을 순신은 이용한 것이었다. 벽파정 싸움이 지난지 이십여 일이 지났으니 적병은 반드시 분하고 긴장한 마음이 풀리고 지루하여 싸울 뜻이 없어졌으리라고 간파한 것이었다.

그뿐더러 순신이 당당한. 승전한 함대를 끌고 전라도의 서해안을 순시하는 동안에 승전을 축하하는 백성들에게 군량과 의복을 넉넉히 얻고. 또 각진에 있던 군기도 많이 얻었다. 게다가 순신의 부하 장졸들은 간 곳마다 백성들의 눈물겨운 환영을 받아 더욱더욱 용기를 얻었다. 또 의 용병으로 순신을 따르려는 장정도 오백여 명을 더 얻었다.

이 사람과 군기와 군량으로 피난민선 삼백척을 무장하여 비록 순련은 부족하나마. 당당한 대함대를 이룬 것이었다.

순신은 당당한 삼백척의 대함대를 끌고 우수영을지나 벽파진을 지나 해남을 향하였다 그것이 시월 십일 사경이다.

이튿날인 십 일일에 함대가 어란진 앞바다에 다다랐을때에 결사대 정탐군 이 순(李順). 박 담동(朴淡同). 박수환(朴守煥). 태 태귀생(太貴生) 네 사람을 보내어 해남 적정을 살피게 하였다.

오정이나 되어 정탐군이 돌아 와.

『해남에는 연기가 창천하였소 적선이 흩어져 남쪽으로 향하여 달아나오.』

하고 보고하였다.

『오. 그놈들이 달아나는 구나!』

하고 순신은 마족한 듯이 웃었다.

순신은 함대를 발음도 (發音島)에 닿이고 상상봉에 올랐다. 이날 바람이 없고 날이 맑아서 따뜻하기가 봄날과 같았다.

순신은 상상봉에서 적선의 숨은 곳을 찾아 보았다. 동에는 앞섬이 가로 놓여서 멀리 바라 볼 수가 없다. 북으로는 나주(羅州)를 향하여 영암 월출산(靈岩月出山)이 파랗게 바라 보이고. 서쪽으로는 비금도(飛衾島)로 향하여 안계가 툭 터졌다.

중군장우치적(禹致績)이오고 조효남(趙孝南). 안위(安위). 우수(禹壽)도 왔다.

조계종(趙繼宗)이 와서 해남의 적정을 아뢰고 적이 순신의 주사를 싫어한다는 말을 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