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60: 15

대장 마다시와 그 장선을 잃은 적군은 기운이 꺽이어진이 어지러워졌다.

순신의 총공격령을 받은 함대는 모두 기운이 백배하여 적진으로 돌입하였따.

지자(地字). 현자(玄字)총통과 활을 소나기같이 쏘며 북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내달으니 마치 강산이 흔들리는 듯하였다.

마침 물은 썰물이 되어 이편은 물을 따라 싸우고 저편은 물을 거슬러 싸우게 되어. 이편 배들은 살같이 적선을 향하고 달려 가지마는 저편 배는 아무리 힘껏 저어도 그 자리를 유지하기도 어려웠다. 원체 이편 배는 저편 배보다 튼튼하기 때문에 뱃머리로 저편 배의 허리를 냅다 받으면 저편 배는 허리가 부서졌다.

이 모양으로 한 시각 못하여 적선 삼십척을 깨뜨리고 수없는 사상자를 내었다.

적선은 갈팡질팡하다가 물결을 따라서 달아나고 말았다. 순신은 추격긍ㄹ 명하여 벽파정 저쪽까지 따라 가는 것이 옳지 않다 하여 쇠를 울려 추격 중지를 명하였다.

순신의 함대의 뒤를 따라 삼백여 척의 피난선들도 북을 치고 소리를 지르고 따라 나와서 벽파정 앞바다에는 구름 같은 큰 함대를 이루었다. 이 순신의 함대는 열 두 척 밖에 없는 줄로 알았던 적병은 이렇게 큰 함대가 있는 것을 보고 더욱 놀래었다. 순신은 삼백여 척의 배를 명하여 모두 돛을 달게 하고 일렬 횡대로 진을 이루어 가지고 멀리 쫓기는 적선을 따르는 모양을 보이며 물이 돌아 서기를 기다렸다.

들물이 되어 순신의 함대가 다시 울뚝목을 지나 우수영을 돌아 올 때에는 벌써 석양이 서산에 걸린 때였다. 바다 좌우쪽에는 종일 싸움을 보며 가슴을 조리던 백성들이 순신의 배를 보고 팔을 내어 두르고 소리를 질렀다. 어떤 이는 너무도 감격하여 발을 구르고 통곡하고. 어떤 이는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하루 싸움에 피곤한 군사들도 피곤한 줄도 모르고 북을 치며 춤을 추었다.

함대가 우수영에 다다랐을 때에는 벌써 달이 오르기 시작하였다. 우수영에 남아 있던 백성들과 각지로서 싸움 이긴 소문을 듣고 모여 온 백성들은 순신의 함대가 오는 것을 보고 소리를 지르고 날뛰었다. 더러는 쌀자루를 메고 오고.

더러는 마른 고기와 장과 나무를 지로 오고. 더러는 돼지와 송아지와 술을 지고 왔다.

마치 사람과 강산이 다시 살아 난 듯하였다. 달조차도 어제보다 더 밝은 빛으로 하늘을 달리는 듯하였다.

순신은 소와 돼지를 잡아 군사들을 먹이고 술을 한 사람에게 석 잔을 더 주지 말기를 명하였다.

순신은 저녁밥이 끝난 뒤에 제장을 장선에 모으고 오늘 싸움에 힘쓴 공로를 칭찬하고. 처음에 피신한 죄를 용서한다는 것을 선언하였다. 제장은 찼던 칼을 떼어 앞에 놓고 순신의 앞에 엎드려 통곡하였다. 더구나 중군장 미조항 첨사 김응함(金應함)은.

『살아서 사또께 뵈올 면목이 없소.』

하고 슬피 울었다. 순신은.

『이 앞에 또 여러 번 싸움이 있을 것이니. 이번 싸움을 거울 삼아 다 죽기로써 마음을 삼으라.』하고 한번 더.

『..』

를 말하였다. 순신은.

『이렇게 하면 이기리라. 이렇게 하면 지리라.』

하고. 어젯밤 꿈에 고하던 어떤 이상한 사람을 생각하고 밤이 깊오록 뱃머리에 서 있었다. 달은 순신의 빛나는 눈과 옆에 찬 칼을 비추었다. 군사들은 곤하게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