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59: 14

안 위의 배와 김응함의(安衛) 배는 활과 총을 어지러이 쏘며 철통같이 에워싼 적진 속으로 달려들었다. 죽을 결심을 한 그들은 결코 겁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순신이 혼자서 싸우는 양을 볼 때에 미안한 감정과 나아가 같이 죽을 기운을 낸 것이었다.

인제는 세 배에서 어지러이 쏘는 화살에 적의 사상은 더욱 많았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적의 살기는 더욱 등등하였다.

이편의 맹렬한 공격에 약간 뒤로 물러가는 듯한 적의 함대로서는 그중에 크고 삼층루 있고 오색기 단배 하난가 앞을 서고 다른 두 배가 뒤를 따라 안 위의 배로 달려들어 안 위의 배를 꼭 둘러싸고 적병들이 안 위의 배에 다투어 올랐다.

안위는 활을 던지고 칼로 싸우기를 명하였다. 안위와 그 부하 장졸은 뱃전을 잡고 기어 오르는 적병을 칼과 도끼와 몽둥이로 함부로 패었다. 적은 손을 찍히는 이. 팔을 찍히는 이. 머리가 깨어지는 이. 어깨가 찍히는 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안 위의 부하도 하나 둘 죽어 거의 다하게 되려 하였다.

순신은 배를 달려 안 위의 배를 구하러 갔다. 순신은 몸소맷버리에 서서 쉴 새 없이 활을 당기었다. 이 광경을 보고 김응함의 배도 다른 적선을 버리고 안위의 배를 에워싼 세적선으로 달려들었다.

칼 빛은 번개와 같고 화살은 소나기 같았다. 양군이 어울려져 싸우는 양을 전에 보지 못하던 참담한 장면이었다.

순신은 적의 세 배 중에 가장 큰 배가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적의 기함인 것을 짐작하고. 그 배에 나와 선 장수로 보이는 이만을 골라서 쏘았다. 순신의 살은 다른 군관들의 살보다 갑절이나 멀리 가고 갑절이나 빠르고 또 한 대도 헛맞힘이 없었다. 순신의 살 한 대가 전통에서 없어지면 적병하나가 쓰러졌다.

마침내 적의 기함인 듯한 배에 탄 군관들이 거의 다 죽고. 배가 뒤로 물러갈 모양을 보일 때에 어떤 갑옷입고 투구 쓴 장수가 칼을 빼어 들고 뱃머리에 나서서 부하를 지휘하였다. 뒤로 물러나려 하던 배는 다시 노를 저어 앞으로 달렸다.

순신은 전통에 마지막 남은 화살 한 대를 시위에 메겨 그 장수를 향하여 쏘았다. 그 살은 바로 그 장수의 가슴을 뚫었다. 그 장수는 무에라고 큰 소리 한 마디를 지르고 거꾸로 바다에 떨어졌다. 바다에는 시체가 수없이 떠들고 세체 주위로는 붉은 피가 여러 가지 모양을 그렸다. 물이 찰 때가 되었으나. 아직도 돌아서기를 시작하지 아니하매 시체들은 모두 순신의 배 있는 곳을 향하고 가만가만히 흘렀다.

적장이순신의 살에 맞아 떨어지매. 안위와 김응함의 군사들은 적선에 뛰어 올라 적선 세척을 완전히 점령하였다.

순신의 곁에 섰던 포로 준사(俊沙)라는 이가 배 밑에 흘러 온 비단옷 입은 세체를 가리키며.

『사또. 사또. 이것이 분명히 안골포(安骨浦)에서 싸우던 적장마다 시(馬多時)요.』하였다.

순신은 김석손(金石孫)을 시켜 갈고리로 그 시체를 끌어 올렸다. 준사는 펄펄 뛰며.

『분명 마다시오. 소인이 그 배에 있었는데 모르겠소? 분명마다시오.』 하였다.

순신은 명하여 마다시의 머리를 베어 깃대에 높이 달았다. 그리고 총공격령을 내었다. 이때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조수가 썰물로 돌아 선 것이었다.

이편이 이기는 것을 보고야. 녹도 만호 송 여종(宋汝悰). 평산포 대장(平山浦代將) 정 응두(鄭應斗)의 배가 따라 오고 멀리 뒤떨어져 있던 배들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