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다 먼저 순신은 중군령(中軍令) 기를 달아서 중군을 불렀으나 중군 미조항 첨사(彌助項僉使) 김응함(金應함) 은 이 부름에 곧 응할 용기가 없어서 다만 오락가락하고만 있었다.
순신은 뱃머리를 돌려서 중군을 베어서 효시하여 군령을 세우려 하였으나.
만일 순신이 뱃머리를 뒤로 돌리는 것을 보면.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배들은 더구나 겁이나서 달아날 것을 근심하여 그도 못하였다. 그래서 마침내 초요기를 단 것이었다.
이때에 적선은 다섯 겹 여섯 겹으로 순신의 배 한 척을 에워 싸기 시작하여 빗발같이 쏟아지는 적의 탄환과 화살이 배의 주위에 떨어지고. 더러는 순신이 선 곳에서 한두걸으 밖에 와 박혔다. 적은 분명히 순신의 배를 꼭 에워싸고 순신의 배에 기어 올라 단병전을 하려는 것이었다 이때에 오직 적을 두렵게 하는 것은 순신의 활이었다. 순신의 활이 한번 울 때마다 적병 하나가 쓰러졌다. 수백척 적선을 지척에 두고 순신 혼자서 배 한척을 버티고선 것만도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거든. 하물며 백발백중하는 그의 활의 힘은 적에게 신비한 두려움을 주었다.
그러나 적은 이 혼자 버티고 섰는 이가 이순신인 줄을 안다. 그는 당포.
당황포. 한산도 등 싸움의 원수다. 「아무리 해서라도 이 순신에게 원수를 갚아라.」하는 것은 이번 다시 출병할 때에 풍신수길이 제장에게 엄명한 바다.
「일본 군사는 반드시 원수를 갚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하는 것이 그 말 뒤를 이은 말이었다. 더구나 이 함대의 총사령관인 마다시(馬多時)는 안골포 싸움에 순신에게 대패를 당한 사람이다. 목숨을 열 조각에 내더라도 이 순신을 잡아 나라의 원수와 자기 개인의 원수를 갚으려고 이를 갈았다.
마다시는 뱃머리에 선 것이 이 순신인 것을 알아 보았다 그는 부하에게 명하여. 결사적으로 이 순신의 배를 점령하기를 명한 것이었다. 실로 순신의 배의 운명은 풍전 등화와 같았다.
순신은 연방 연기 나는 대포를 놓아 자기 배를 적의 눈에서 감추고는 그동안에 화살을 준비하고 배 위치를 좀 옮기고 그러다가 연기가 걷히면 쏘았다.
순신은 이번 싸움에 살아 날 것을 기약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적군이 울뚝목을 지나는 날에는 전라. 충청은 말할 것도 없고 경성의 운명이 경각에 달리고. 따라서 전 조선의 운명이 경각에 달린 줄을 알므로 그는 이곳에서 적을 막다가 살이 다하고 힘이 다하면 몸으로라도 막다가 막다가 몸도 다한 뒤에야 할 말 결심이었다. 조정에서 배설(배설)의 장계를 보고 순신에게 바다를 버리고 육전을 명하는 교지를 내렸을 때에 순신은.
『 』
이것을 역하면. 「임진으로부터 오륙년 간 적이 감히 바로 전라. 충청을 찌르지 못함은 주사 그 길을 막음이니이다. 이제 신의 전선이 오히려 열 둘이 있사오매 죽을 힘을 내어 싸워 막을 진댄 아직도 가망이 있아옵거니와. 이제 만일 주가를 전페하오면 이는 적이 다행으로 여길 배요. 충청도를 돌아 한강에 갈 것이오니. 이것이 신이 두려워하는 배로소이다. 전선이 비록 적사오나 소신만 죽지아니할진대. 적이 감히 우리를 넘기지 못하리로소이다.」 이렇게 장계하였다. 이 장계를 올린 것이 바로 수일 전이니 배설이 달아난 것이 이 장계초를 본 까닭이었다. 이 모양으로 순신은 죽기로써 스스로 결심한 것이었다. 초요기를 보고 중군장 김응함(金應함)은 점점 순신의 배로 가까이 왔다. 그러나 그는 혼이 몸에 붙지 아니하여 마음을 진정치 못하였다.
이때에 거제 현령(巨濟縣令) 안 위(安위)의 배가 먼저 순신의 배에 와 달렸다.
순신은 일변활을 쏘면서.
『안 위야! 안 위너는 군법에 죽으려느냐. 너는 군법에 죽으려느냐. 네가 도망하면 어디 가서 산단 말이냐?』
하고 안위를 노려보았다.
안위는 황망히 적선 속으로 달려들었다. 이때에 또 중군장 김응함의 배가 순신의 배 곁에 와서 영을 기다렸다. 순신은 여전히 활 시위에 살을 메기며.
『응함아. 너는 중군장이 되었거든 멀리 피하여서 대장을 돕지 아니하니. 네 죄를 면할까.』
하고 칼을 빼어 응함을 베이려다가.
『지금 적세가 급하니.네 공을 세워서 죄를 속하여라.』
김응함은 황송하여 배를 몰아 적진으로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