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56: 11

이튿날인 구월 십 오일에 순신은 함대을 우수영 앞으로 옮겼다. 그것은 적은 병력을 가지고 울뚝목을 둥지는 것이 이롭지 못하다는 까닭으로였다.

우수영 앞으로 함대와 민선을 옮긴 날밤. 가을달이 낮과 같이 밝은데 순신은 제장을 장선에 불러 약속하였다.

『병법에 말하기를. ( ..)(죽으려고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라 하였고. 또 ( ..) (한 사람이 길을 막으면 천 사람을 두렵게 할 수가 있다. )하 하였으니. 이것이 지금 우리를 이름이라. 너희제장은 살 생각을 말고 조금도영을 어기지 말라. 우리는 나라를 위하여 새생을 같이하기를 맹세하였으니 나라일이 이같거늘 어찌 한번 죽기를 아끼랴. 나라와 의리를 위하여 죽으면 죽어도 영광이 나이냐. 조금이라도 군령을 어기는 자면 군률로 시행하리라.』

하였다. 순신의 약속을 들은 제장은 일제히 군복 왼편 어깨를 벗고 칼을 들어 영대로 할 것을 맹세하였다. 순신은 다시.

『살 뜻을 두지 말고 오직 죽을 뜻을 두라. 나라와 의리를 위하여 죽기로써 싸우라. 만일 조금이라도 군령에 어기는 자면 군법 시행하리라.』

하고 약속하매. 제장은 또 칼을 들어 맹세하였다. 이러하기를 세 번 한 뒤에 순신은.

『적선은 반드시 오늘 밤 달이 진 때에 그늘에 숨어 습격할 것이요. 지금까지 여러 번 온 것은 정탐하러 온 것이어니와. 이번에는 대함대가 올 것이요. 또 적장 마다시(馬多時)는 수전을 잘하기로 이름이 있다. 하니 큰 싸움이 있을 것이요. 만일 우리가 이번에 적군을 물리치지 못하는 날이면 적군은 곧 경강으로 올라 가서 한강 이북이 모두 적의 손에 들것이니. 이번 한 싸움에 나라의 운명이 모두 적의 손에 들 것이니. 이번 한 싸움에 나라의 운명이 달린 것이요. 우리는 이러할 때를 당하여 죽기로써 나라를 안보하지 아니하면 아니 될 무거운 짐을 진 것이요. 비록 적선이 천척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죽기로써 막으면 막을 도리가 있으니. 제장을 일심하여 명령을 복종하시오.』

이날 밤에 순신은 전함대의 장졸에게 밥과 고기를 많이 먹이고 영이 내릴 때까지 잘 자라고 한 뒤에 순신은 피난민선들에게 영을 내려. 더러는 활 서너 바탕 밖에 더러는 너더댓 바탕 밖에 안익진(기러기 날개)형으로 벌려 있기를 명하여 의병(의병)을 삼고 방포를 군호로 하여 진퇴하기를 명하였다. 그리고 순신은 선상에 나와 꿇어 앉아 하늘에 빌었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말고 보름달은 낮같이 밝은데. 기러기 떼가 소리를 지르며 떠오는 것이 보였다.

『 』

(물 나라에 가을빛이 저물었는데 추의에 놀란 기러기 떼 높이 떴구나 근심만하 잠 못 이루는 밤에 남은 달이 활과 칼에 비치었도다.

하는 연전 한산도(閑山島)에서 지은 시를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오백척 적선과 십 이척 내 주사. 이것으로 싸울 순신은 칼을 어루만지고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라고 쓴 칼과 「.」라고 쓴 두 자루 칼을 번갈아 어루만지고 순신은 기러기 소리를 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