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신이 외로운 열 두 척 함대를 끌고 서쪽으로 돌아온 뜻은 이 울뚝목의 지세를 이용하자는 것이었다.
울뚝목은 난 바닷물이 목포(木浦) 앞바다로 돌고 나는 좁은 문이어서. 하루 네 차례 조수가 들고 날 때에는 악악 소리를 지르고 물결이 길이 넘게 턱이지고 거품이 일고 용솟음을 쳐서 배가 다닐 수가 없게 되는 곳이다.
그 이름을 울뚝목이라고 하는 것은 우는 - 골 -목이라는 것이니. 그러한 물목을 남방 말로 도라고 하는데. 도라는 것은 돌(돌)이라는 말이 변한 것으로.
한산도 싸움에 유명한 견내 도라는 도도 이 도다. 순신의 생각에는 이 울뚝목이 있었던 것이다.
순신이 임진년에 전라 수사로 있을 때에 좌수영 앞 경상도로 통한 바다에 쇠사슬을 건너 매어 방비한 것이 있거니오. 순신이 통제사가 된 뒤에 전라 우수사 이억기(李億祺)에게 명하여 울뚝목에도 쇠사슬 두 줄을 안목과 밖목에 건너 매게 하였다. 울뚝목의 급한 조류와 두 줄의 쇠사슬. 이것은 순신이 크게 믿는 것이었다.
순신의 함대가 벽파진에 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각처 바다에 흩어져 있더s 민간의 상선과 어선이 모여 들기를 시작하였다. 수없는 적선이 질풍같이 몰아온다는 소식을 들을 뱃사람들은 순신의 위대한 날개 밑에서 살 길을 찾으려 한 것이었다.
구월 초이일 새벽에 경상 수사 배설(배설)이 도망하고 말았다. 구월 초 칠일에 탐방군 임 중형(林仲亨)의 보고매. 적선 오십 오척이 칡머리를 돌아 왔는 데.
그중 십이척은 벌써 어란진에 와서 우리 주사를 찾는다고 하였다.
순신은 곧 각선에 대기령을 내리고 피난한 민선에 대하여서는 경동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경상 수사 배설이 도망한 것은 군사들에게 큰 불안을 주었다. 게다가 새로 서울서 내려 온 전라 우수사 김 억추(金億秋)라는 사람은 아직 삼십 내외의 아무것도 모르는 유차하고 철없는 인물로서. 좌의정 김응남(金應南)이 사사로운 정분으로 대장의 중임을 맡긴 것이었다. 순신은 김 억추를 처음 만나 군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여 보고 그 무지함에 놀라서 억지로 시킨다면 만호(萬戶)감이 될까. 하였다 그래도 배설은 마음을 겁할지언정.
목숨은 아낄지언정. 병법에는 소양이 있고 실전의 경험도 있는 사람이었다.
순신은 그 재주를 아껴서 아무쪼록 진중에 머물게 하려 하였으나 그는 새벽에 몰래 배를 타고 달아나 버렸다. 순신의 낙심도 여간이 아니었다.
적선 오십 오척! 이것이 군사들과 피난은 만선들의 무서움이 아닐 수 없었다. 과연 이 통제가 이 적을 막아 낼까? 의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신시나 되어서 과연 적선 십삼 척이 벽파빈을 향하고 방포하며 달려들었다.
순신은 전함대에 출동을 명하고 자기가 선봉으로 적선을 맞아 싸웠다.
순신의 함대가 북을 치고 방포를 하며 내닫는 양을 보고. 또 뒤에 많은 배가 있는 것을 보고 적선을 곧 뱃머리를 돌려서 달아났다.
순신은 부하를 격러하여 추격하려 하였으나 바람과 물에 다 거슬릴 때이므로 벽파진으로 돌아 왔다.
순신이 십 삼척 적선을 물리치고 돌아 오는 것을 보고 군사들과 피난민들은 환호하였다.
해가 지매 순신은 각선에 명하여 적이 야습할 염려가 있으니 다 출동 준비를 하기를 명하고. 민선에 대하여서는 포성을 듣거든 일제히 횃불을 들고 다 멀찍이 따라 나오기를 명하였다. 그리고 순신은 함대를 거느리고 섬 그늘에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