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51: 6

순신이 노인의 술과 안주를 받는 것을 보고 백성들은 나도나도 하고 술과 안주와 삶은 닭과 산 닭과 마른 문어와 전복과 떡과 신. 버선. 간장. 이런 물건을 모두 순신에게 바치었다.

『까닭 없이 물건을 받을 수 없소.』

하고 순신이 사양하면 그들은 울며 강권하였다. 돈으로 치면 모두 몇 푼어치 안되는 것이지마는 그것은 백성들이 그들의 영웅을 대접하는 정성이었다.

부득이하여 순신은 그것을 다 받아 군사들에게 분배하고 난 뒤에.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고 싸우기를 원하는 이는 나서라!』고 하였다.

백성 주에는 백여 명이 나섰다. 그러나 그중에는 늙은이가 많아서 도저히 싸움에 견딜 수가 없었으므로 순신은 그중에서 장정 삼십여 명을 뽀q아 내어 순천서 가지고 오던 군복을 입히고 활과 살통을 주었다. 군사로 뽑힌 장정들은 기뻐 뛰나. 못 뽑힌 늙은이들은 울며 자기네도 한몫 끼일 수 있음을 맹세하고 졸랐다.

『집에 있어서 백성들을 안도하게 하시오.』

하고 타일렀다.

순신의 낙안 읍내에 들어 갔을 때에는 읍내의 관사와 창고는 다 재가 도고 말았다. 순신이 오는 것을 보고 남아 있던 늙은 관속과 백성들은 모두 눈물을 뿌리며 나와 맞았다.

읍을 떠나 십리쯤 나가서 거기도 부로들이 길에 늘어 서서 순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순신의 일행이 오매 길을 막고 음식과 의복 등속을 드리었다. 아무리 사양해도 울며 강권하였다.

순신은 여러 날 노독과 또 정신 감동으로 신기가 불편함을 깨달았다. 순신의 나이는 지금 오십 삼세다. 게다가 옥중 고초를 당하고 사모하는 어머니가 돌아 가고. 심로하고 여러날 비를 맞으며 걸음을 걷고. 밤에는 빈대와 벼룩으로 잠을 못 자고. 또 상중이어서 고기를 아니 먹고 하기 때문에 건강이 매우 쇠약하여서 갑자기 사오세나 나이를 더 먹은 듯하였다. 더구나 노중에서 백성들이 통곡하고 맞는 양을 볼 때에 당장에서는 눈물이나 슬퍼하는 양을 보이지 아니하였으나.

밤에 혼자 있을 때에는 밤이 깊도록 혼자 울고 밖에 나아가 하늘을 우러러 보고는.

『하늘이여! 이 백성을 건지소서. 내 목숨을 받으시고 이 불쌍한 백성을 살리소서.』하고 빌었다.

순신은 원래 귀신을 믿지 아니하였으나 이때부터 하늘에 비는 습관이 생겼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통제사라고 이름뿐이요. 배 한 척이 있나. 군사가 있나. 군기가 있나. 군량이 있나. 그거지가 있나. 나라일이니 힘 및 는 데까지.

목숨 있는 때까지 해야 된다 할 수밖에 없다는 결심과 의무감으로 나서기는 하였으나. 앞길이 창망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순신의 앞길에는 오직 실패가 있을 뿐이요. 죽음이 있을 뿐이요. 그 뒤를 이러서는 조정의 모함과 욕설과 모욕이 있을 뿐이었다. 이것을 모르는 이 순신이 아니었다.

보성 안 도(安道)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동안에는 몸이 불편한 것도 아울러 순신은 밤새도록 고민하고 하늘에 빌었다.

낙안. 보성. 순천 등지에 수령에게 미리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통제사의 이름으로 명열하였건마는. 그들 수령들은 병선도 없고 군사도 군기도 없는 통제사를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벼슬이라면 쓴 것 단 것도 모른다고 비웃었다.

십 일일에도 몸은 회복되지 아니하였다. 안도의 집에 물 것이 많아서 양산완의 집으로 옮았다. 송희립(宋希立). 최 대성(崔大成) 등이 찾아왔다. 그들은 본래 순신의 신임받던 부하 맹장으로서 원균(元均)에게 쫓음을 당한 사람들이었다.

십 팔일에 회령포(會寧浦)에 당도하니 수사 배설(裵楔)이 수질이라 칭하고 나와 맞지 아니할 뿐더러. 이튿날 교서를 숙배할 때에도 참예하지 아니하므로 순신은 영리를 시켜 배설을 잡아다가 그 오만 무례함을 꾸짖고 정강이 사십도를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