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복을 말하는 자는 군법에 처하리라.』
하고 정발은 여전히 싸움을 독려하였다. 영문 안에 남은 군사가 아직 천명은 남았다. 육천명 군사 중에 오천명은 벌써 다 죽은 것이다. 비록 늦게 응전하였으나 정발은 잘 싸웠다.
『에크. 검은 갑옷!』
하고 일본 군사는 정 발의 검은 갑옷이 번쩍할 때면 무서워하였다. 그의 칼은 참으로 신인 듯하여. 그의 칼이 번뜩이는 곳에는 적병이 삼 슬 듯하였다.
그러나 중과 부적하여 정 장군은 마침내 남은 군사를 끌고 영문 속에 물러 와서 최후까지 싸우기를 결심한 것이다.
해는 올라 왔다. 성내에는 화광이 충전하고 성 위에는 도처에 붉은 기였다.
붉은 기는 일본 군사의 기었다. 남은 군사도 하나씩 적군의 조총알에 맞아 거꾸러지고 한량 있는 화살도 거진 다하였다. 푸르륵하는 조선 군사의 활쏘는 소리. 밖으로 들려오는 백성들의 우짖는 소리!
『사또! 인제는 살도 다하였으니. 도망하엿다가 훗 기회를 기다림이 어떠하오?』
하고 비장 황운이 정 발에게 청하였다. 활을 쏘자니 살조차 없는 군사들은 부질없어 활을 들고 첨사를 바라볼 뿐이었다. 안에서 화살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일본 군은 납함하며 삼문 밖에 다다랐다.
정발은 웃으며.
사내가 죽을지언정 『 도망을 한단 말이냐. 나는 이 성의 귀신이 될 터이니.
가고 싶은 자는 가거라........』
하고 칼을 빼어 들고 삼문을 향하여 나갔다. 마지막으로 적을 하나라도 죽이고 자기도 죽자는 것이었다. 어제 저녁을 먹고는 아직 아침도 먹지 못한 군사들은 축시 말에서부터 진시가 넘도록 싸우는 통에 시장한 줄도 몰랐으나 살이 진하고 더 싸울 기력이 없으니. 일시에 시장과 피곤이 오는 듯하였다. 그러나 정 발의 비장한 말에 군사들은 다시 기운을 내어.
『우리도 사또와 같이 이 성 귀신이 되려오!』
하고 칼이 있는 자는 칼을 들고 칼도 없는 자는 활집과 몽둥이를 들고 정발의 뒤를 따랐다. 정발은 삼문을 열기를 명하였다. 삼문은 열렸다.
밖에 있던 소서행장의 군사는 와! 하고 안으로 몰려 들었으나 정발의 칼바람에 경각간에 수십 명이 죽는 것을 보고 뒤러 물러섰다.
정발은 칼을 두르며 도망하는 소서행장의 군사를 따라 고루(북단 다락)까지 나갔다. 군사들도 정 발의 뒤를 따라 용감하게 적군을 엄살하여 수백의 적군을 죽이면서 장거리까지 나왔으나. 마침내 정발은 조총의 탄환에 십야 군데를 맞아 땅에 엎더졌다. 비장 황운은 엎더지는 정발을 안아 일으키려 하였으나. 그도 탄환에 맞아 주장을 안은 채로 넘어져 죽었다.
이리하여 진시말에 부산진 육천명 장졸은 거의 최후의 한 사람까지 싸워 죽고.
부산진은 일본군에게 점령함이 되었다. 이날에 일본군이 죽은 것도 사천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