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39: 2

칠월 십 육일 새벽. 달이 넘어 가고 바다가 일시 어두워진 때에 일본 함대는 그늘을 타서 칠천도의 원균의 함대를 습격하였다.

이때에 격상 우수사 배설(裵楔)은 원균에게 진지를 옮겨 깊은 곳으로 나가기를 강권하였으나 듣지 아니하므로. 자기의 주사만 끌고 바다에 나와 섰다가 일본 함대가 습격하는 것을 보고 한산도(閑山島)를 향하여 도망하여 버렸다. 배설은 원균의 함대가 전멸할 것을 미리알기 때문에 한산도의 함락도 경각에 달린 것을 짐작하고 한산도에 돌아 오는 길로 군기고와 군량고(십만석이 있었다. 에 불을 지르고 거기 살던 백성을 육지로 옮겨 피난시켰다.

칠천도 포구 내에 있던 원균의 함대는 때마침 조수가 듣기를 시작하였으나 아직도 물 깊이가 큰 판옥선을 움직일 만하지 못하여 습격하여 오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일본 함대는 작은 배에 적병을 실어 조선 판옥선을 습격케 하여 판옥선 위에는 배마다 단병전이 일어났다. 일본구이 그렇게 두려워하던 거북선도 마른 땅에서는 아무위력을 발하지 못하였으나. 그래도 적병이 쉽사리 올아오기가 어려운 까닭에 칠십여 포혈로 총포를 놓아 적에게 많은 손헤를 주었다 그러나 거북선 이외의 다른 판옥선들은 모두 일본 군사의 습격을 받아 온통 피로 젖게 되었다.

일본 군사는 칼이 길고 날카롭고. 또 칼 쓰는 법이 익숙하여 단병전으로는 도조히 조선 군사의 적수가 아니었다. 더구나 조선 수군에게는 칼찬 사람이 많지 아니하여서 아무 저항도 못하고 죽어 버리고 말았다.

이순신은 일본 군사가 긴 칼을 가진 것을 보고 단병전할 기회가 있을 것을 예상하여 한산도에 칼 만드는 장색을 불러 긴 칼을 많이 만들게 하고 또 군사들에게 칼 쓰는 법을 조련하게 하였다. 이 순신이 항상 몸이 지니던「...) (칼을 들어 하늘에 맹세함이어 산과 물이 빛을 움직이는 도다).」 하는 것이나. 다 이때에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원균은 군관 이외에게 큰 칼을 차기를 금하여 순신이 만든 칼은 한산도 군기고에 자고 있었던 것이다. 원균은 이때에야 술이 깨고 정신이 들어서 뱃머리에 나서서 바라보았다. 포구 안이 군사들의 아우성 소리요. 총포와 화살 나는 소리였다. 조선 병선 몇 척에는 불이 일어 화광이 하늘을 찌르고 그 불빛에 두 나라 군사들이 어울려져 싸우는 양이 번뜻번뜻 보였다.

어떤 군사는 피를 뿜고 바다로 거꾸로 떨어지고. 어떤 군사는 피 흐르는 칼을 들고 뱃머리로 쫓기는 적군을 따라갔다.

『악. 악. 악. 악..........』

온 천지는 이 소리로 찼다.

원균은 선실에 뛰어 들어가 병부를 집어 들고 다시 뛰어 나와 적은 배를 불렀다. 그러나 아무도 그 소리에 응하는 이가 없었다.

원균이 바다로 뛰어 들려 할 때에 원균의 총회-어제 밤새도록 희롱하던 -두 계집은 매우 시를 풀어 헤친 채로 따라 나와 원균의 소매와 군복 자락을 붙들고 매어 달렸다.

『사또. 소녀는 어찌하고요?』

하고 울고 부르짖었다.

『놓아!』

하고 원균은 칼을 빼어 들이켰다. 두 계집은 원균의 칼에 죽었다.

원균은 칼고 군복을 벗어 버리고 바다로 뛰어 들었다. 바닷물은 허리에 차지 아니하였다.

원균의 배에 있던 장졸들은 원균을 따라 바다에 뛰어들었다. 마지막에 남은 늙은 군사 하나가 원균이 탔던 배에 불을 지르고 뛰어내렸다.

원균은 푹푹 들어가는 개흙판을 엎더지며 자빠지며 기어 나왔다. 그의 몸은 온통 흙투성이가 되었다.

육지를 밟는 길로 원균은 달아났다. 비둔한 그는 몸이 무거고 숨이 차서 다른 군사들과 같이 뛸 수가 없었다.

원균이 서울서 데리고 온 군관들은 원균을 돌아 볼 새 없이 다 앞에서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원균을 부축하고 곁을 떠나지 아니한 것은 배에 불을 지르던 늙은 군사 하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