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 이광수

Chapter 138: 1

권 원수에게 장형을 당한 원균은 칠천도(漆川島) 본진으로 돌아 오는 길로 방에 숨어 술을 먹고 대취하여 계집만 희롱하고 당초에 싸울 준비를 하지 아니하였다. 일본 전선이 보인다는 경보가 연해 들어오지마는 아무도 감히 원균에게 고할 사람이 없었다.

전라 우수사 이억기(李億祺)는 통제사의 이꼴에 분개하여 문지키는 군사를 칼로 위협하고 밤에 원통제사의 방문 밖에 가서.

『소인 아뢰오.』

하고 보기를 청하는 뜻을 말하였다. 이때에 마침 원균은 한 계집의 무릎을 베고 또 한 계집을 가슴에 안고 드러누웠다가 억기의 소리를 듣고 취한 목소리로.

『그 누구냐? 누가 이 밤중에 내 방 앞에 온단 말이냐!』

하고 소리를 질렀다.

『전라 우수사 이억기요.』

하고 억기는 어성을 높였다.

『웬일야? 왜 자지들 않고 나를 찾아!』

하는 원균의 어성은 노기를 띠었다.

『적선이 포구 밖에 출몰한다 하니. 필시 밤을 타서 습격할 모양이요. 이곳이 물이 얕고 또 썰물이 되었으니. 곧 진지를 옮기지 아니하면 우리는 꼼짝 못할 것이요. 주사를 물 깊은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아니하면 아니 되겠소.』

하였다.

『그것은 대장이 알아서 할 일이요.』

하고. 원균은 계집을 시켜 문을 열게 하고. 몽롱한 취안으로이억기를 바라보며 위엄을 보이려 하나 도무지 몸이 말을 듣지 아니하여. 그 비둔한 몸이 이리로 쓰러지고 저리로 쓰러지려 하였다.

『사또는 국가의 중임을 지시고 이렇게 급한 때에 배에도 오르지 아니하시고 술만 잡수시니. 군심이 소란하여 수습할 수가 없소. 어서 배에 오르시오. 배에 오르시오!』

하고 억기는 엄숙한 어조로 재촉하였다. 원균은 무어라고 중얼거리더니. 한 계집의 목을 껴안고 귀에 대고 무슨 말을 하는 듯. 뺨을 비비는 듯하다가 무엇을 알아 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떡끄떡하고는.

『내 칼. 내 칼!』

하고 손을 내두른다. 한 계집이 벽에 걸린 칼을 벗겨

『사또 칼 여기 있소.』

하고 원균에게 준다. 원균은 칼을 받아 쭉 빼어 든다. 계집들은 칼을 보고 깩깩 소리를 지르며 구석으로 달아나 숨는다.

『하하하하.........』

하고 원균은 아니 떠지는 눈을 억지로 크게 뜨려고 애를 쓰며 웃는다.

『내 칼이 여기 있거든 천만 명이 덤비기로 무서울 것이 있느냐.』

하고 또 하하...... 웃고 일어나서 비틀비틀 칼춤을 시작한다. 원균의 손에 비껴 들린 칼이 번쩍번쩍 돌아 갈 때마다 계집들은 팔로 제 머리를 가리우며 칼날을 피해 돌아간다.

『여보. 우수사!』

하고 원균은 춤을 쉬고 칼을 늘이고 이억기를 부른다.

『사또! 일이 급하오. 어서 배로 나갑시다.』

하고 공손하게 재촉하였다.

『조년들은 어찌하나. 하하.......』

하고 구석에 섰는 계집을 따라 가서 목을 껴안는다. 억기는 다른 계집을 시켜 원균에게 군복을 입히게 하고 또 소리를 쳐 우후와 종사관을 부르라 하였으나.

그들도 어디로 술을 먹으러 가고 없었다.

이억기는 군사들과 함께 원균을 붙들어 배에 올렸다.

원균은 기어이 계집들을 데리고야 간다고 함으로 여기는 그 계집들까지 데리고 가게 하였다.

원균이가 배에 오른 뒤에 이억기는 경상 우수사 배설(裵楔)과 함께 진지를 옮기기를 청하였으나 원균은 듣지 아니하였다.

서늘한 해풍을 쏘인 원균은 얼마쯤 정신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일전 절영도 앞에서 일본 함대에게 번롱을 받던 것을 기억하매. 넓은 바다에서 적을 맞아 싸우는 것이 겁이 났다 첫째 .. 난 바대에서 싸우다가는 붙여의한 때에 피신할 수도 없지 아니하냐. 원균은 육지가 보이는 곳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였다.

이억기와 배설은 도저히 원균의 뜻을 움직이지 못할 줄을 알고 각각 제 배로 돌아갔다.

밤은 깊어 간다. 달빛이 어스름하게 소리 없는 바다를 비추인다.